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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냉면

#한반도 리포트 l 2022-07-20

한반도 리포트

ⓒ Getty Images Bank

요즘 같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살얼음이 동동 뜬 새콤달콤한 육수에 구수한 냉면 생각이 간절하다. 북한에서도 냉면의 인기는 대단하다고 한다. 

여름 관련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리포트>. 오늘은 북한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계신 윤종철 조리사와 ’시원한 평양냉면 이야기’를 해본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등장한 ‘평양냉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냉면이 남북정상회담 만찬메뉴로 등장하면서 전 세계 언론도 주목했다. CNN은 당시의 남북정상회담을 국수외교라고 표현하며 남북관계의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평양냉면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 만큼 평양냉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그리고 평양냉면을 우리나라 무형문화유산에 해당하는 빗물질 문화유산으로 등록해 관리할 만큼 냉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북한 가정에서도 즐기는 대표 음식

북한에서는 냉면을 국수라고도 부르는데, 국수 뽑는 기구인 분틀을 이용해 집에서도 자주 해 먹는다고 한다. 

평양냉면은 원래 한 겨울밤에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조선후기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는  메밀국수를 무김치나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하면서 11월부터 먹는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서關西의 국수가 가장 훌륭하다”고 하는데 ‘관서’는 한반도 북서부 지역인 평안도를 가리킨다.

평안도는 메밀이 많이 재배되어 그 메밀로 냉면을 많이 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9세기 말엽에 쓰여진 조리서인 <시의전서>에는 그 조리법이 나오는데, ‘나박김치나 동치미국물에 국수를 말고, 그 위에 양지머리와 배, 통배추 김치를 다져 얹고 고춧가루와 잣을 얹는다‘고 돼 있다.

겨울에 먹어도 별미라지만 요즘 같은 여름에 더욱 인기가 좋은 평양냉면! 북한매체들은 평양냉면을 보도하면서 만드는 방법도 자세히 소개한다. 재료에는 메밀과 함께 북한에서 녹말을 가리키는 농마가루가 포함돼 있다. 완성된 육수는 차갑게 식혀둔 다음, 냉면에 올라갈 고명을 마련한다. 

고명준비가 끝나면 국수위에 보기 좋게 올리고, 달걀지단과 실고추, 잣도 올린다. 식힌 육수에 동치미국물을 섞어서 내는데, 국수에 부어서 내기도 하고 따로 내기도 한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북한 음식점, ‘육류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경치 좋은 대동강 변에 세워진 옥류관은 지난 2020년 60주년을 맞았다. 최고의 음식점답게 전국 각지에서 온 내로라하는 조리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윤종철 조리사도 옥류관에서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옥류관은 한 번에 2천명이 식사할 수 있는 대규모 식당이다. 고기쟁반국수, 철갑상어요리, 자라요리 등 최고급 메뉴들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것은 역시 냉면이다. 여름이면 냉면이 하루에 만 그릇 이상 나간다고 한다. 옥류관에서는 냉면 맛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위생관리는 기본이다. 

옥류관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남한의 대통령들이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찾은 김대중 대통령도, 2007년 노무현 대통령도 그리고 2018년 평양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옥류관을 찾았다. 그런데 지난 2018년 화면에 비친 옥류관 냉면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양냉면과 좀 달라보였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므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익은) 동티미(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고춧가루의 평안도사투리)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 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평안도 정주 출신으로 1930년대를 대표하는 민족시인 백석은 ’국수‘라는 시에서 평양냉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희수무레(희스무레)하다‘는 ’색깔이 조금 옅고 드문드문 허옇다‘는  뜻이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드니 희수므레하다고 표현한 것 같다. 그런데 2018년 화면 속의 옥류관 평양냉면은 마치 칡 냉면처럼 짙은 색이었다.


평양냉면의 변화는 고난의 행군기, 메밀흉작 등이 이어지면서 메밀함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한에선 메밀함량이 높아서 뚝뚝 끊어지는 평양냉면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남한의 평양냉면이 오히려 원형에 더 가깝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냉면, 특히 평양냉면이 인기다.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이 소문난 평양냉면 맛집을 방문해서 이른바 ’도장깨기‘를 하고. 냉면그릇을 비우고 인증사진으로 ’완냉 샷‘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사실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일 땐 시원한 냉면만한 것이 없다. 평양냉면집 도장 깨기 목록에 북한의 유명 냉면집도 오르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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