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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여성들

#한반도 리포트 l 2022-10-05

한반도 리포트

ⓒ YONHAP News

‘달리는 여맹, 앉아있는 당, 서있는 사로청!’ 북한에서 유행하는 얘기라고 한다.

“여맹”은 북한 최대의 여성조직이고, “사로청(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은 현재의 ‘사회주의 애국청년동맹’으로 학생이나 청년, 군인 등 주로 남성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여성들을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과 알아본다. 


부정적 인식 강한 이혼.. 그럼에도 증가하는 이혼 

지난 2001년 북한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가정’은 미국 도서관 잡지인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2020년 최고의 세계 문학’작품 중 하나다. 북한 백남룡 작가의 1988년 작 <벗>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선반공인 석춘과 성악가수 순희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성격차이로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아내는 결국 이혼 소송을 낸다.

이혼을 다룬 이 드라마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고 결국 마지막 회를 앞두고 방영이 중단됐다. 드라마의 원작 소설 <벗>은 주인공들이 주변 사람들의 조언으로 재결합을 암시하면서 끝났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북한은 1956년 합의에 의한 이혼제도를 폐지하고 재판에 의해서만 이혼을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이혼은 드물고, 사회적 인식도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도 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이혼이 증가추세라고 한다. 미국의 자유아시아 방송에 따르면 최근 이혼이 증가하면서 재판소는 하루 이혼재판건수를 제한할 정도고, 북한 당국은 이혼방지를 위해 사상교양과 선전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이혼이 급증한데는 여성들의 변화가 큰 원인이 됐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달라진 북한 여성의 위상 

실제로 ‘시장에 나가 돌멩이를 던지면 맞는 건 다 여자’ 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장마당 경제의 주축은 여성이다. 여성들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외부 세계 동향과 정보에 민감해졌고, 네트워크도 넓어졌다. 장사를 하는 과정에서 결정권도 갖게 되고, 스스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돈주로 불리는 신흥부유층의 상당수가 여성이라고 한다. 북한을 먹여 살리는 것은 여성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 매체에 여성들이 자주 등장한다. 전통적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여성상을 강조해오던 데서 벗어나, 재능있는 여자어린이들과 학생들을 자주 노출시키는가 하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여성들의 모습도 부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의 네 번째 여성 불도저 운전기사로 고급기능공 학교에서 공부하고, 청년 최고 영예로 꼽힌다는 '김일성 청년 영예상'을 수상한 주인공을 소개하면서 그녀의 끈질긴 노력을 강조했다. 모란봉극장과 평양공업대학 등 북한의 주요 건축물 공사에 큰 공을 세웠다며 여성미장공 이야기를 기록물을 만들어 보도하기도 하고 평생을 트랙터 공장에서 일해서 '뜨락또르 할머니'로 불리는 노동자를 소개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들 여성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이들의 도전의식과 노동 열의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도 사회주의여성동맹 대회에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강조했다.


정치 전면에 나선 여성들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들어오면서 여성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는 북한에선 이례적으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은 평창올림픽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후 정치행사에서 두각을 보이는가 하면 대남, 대미분야의 업무를 총괄하는 실세로 위상을 굳혔다. 평창올림픽 당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했던 현송월도 중요한 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을 담당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그리고 북미정상회담 당시 실무회담 등을 진행했던 외교관 최선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20년 북한 매체는 지난 10년간 350명의 여성 박사들이 배출됐다고 강조했다. 양말 자동포장기계 등 자동화설비를 개발한 평양 기계종합대학 조수경 박사나 40년 넘게 날씨를 연구해온 기상수문국의 심명옥, 예보원 등 여상박사들의 구체적인 분야와 이름까지 공개하며 그 활약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숫자다. 10년 동안 배출된 여성박사 350명은 2019년 1년간 배출된 전체 북한 박사의 숫자와 비슷하다. 과거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다양해지고 전문직도 늘고는 있지만 아직은 전체 비율은 제한적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가정의 주부로서, 며느리,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항상 자각하면서 시부모님을 잘 모시고, 남편과 자식들이 국가와 사회 앞에 지닌 본분을 훌륭히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여성의 역할을 당부했다. 여성들에게 여전히 의무와 책임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 여성들은 변화하고 있다. 그들이 이끌어 낼 북한 사회의 변화, 기대와 관심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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