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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드라마

2023-05-17

ⓒ KBS News

최근 전 세계적으로 K-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이탈주민들 중에도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경우가 상당하다. 2020년엔 남한 드라마 등을 시청하면 중형에 처하는 ’반동사상 문화배격법‘을 제정했을 정도다. 그리고 지난 1월 ’평양 문화어 보호법‘도 채택했다고 한다. 이것 역시 한국 드라마를 보고 그 말투를 따라하는 것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드라마는 그 사회를 반영한다는데 북한의 드라마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영선교수와 살펴본다. 


출생의 비밀, 불치병 등의 법칙 등장

우리는 드라마 채널도 많고 인터넷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도 다양하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드라마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 드라마는 멜로부터 법정, 의학 드라마, 범죄 추리물, 좀비나 귀신, 바이러스 등을 소재로 한 공포물 등 그 장르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멜로드라마 같은 경우 등장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출생의 비밀, 불치병,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리고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실장님 같은 인물도 등장한다. 북한 드라마에도 출생의 비밀이나 주인공을 도와주는 키다리아저씨 같은 존재가 있다고 한다. 


드라마 파급력은 한국에 못 미쳐 

한국 드라마의 사회 경제적 파급력은 상당하다. 사회 계층 간 불평등과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오징어게임‘의 경우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 착용한 초록색 트레이닝복, 진행요원들의 점프 슈트와 마스크, VIP가면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할로윈 데이 코스튬으로도 인기였다. 또 게임 참가자들이 받은 양철도시락이나 달고나 만들기 세트 등 관련 상품들도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들이 착용했던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들이 완판되는 건 물론이고, 드라마를 촬영했던 장소를 직접 찾아가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면서, 드라마 촬영 장소가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기도 하는데 북한에서는 드라마의 파급력이 그리 크진 않다.

지난 2007년에는 북한 조선중앙TV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KBS에서 방송됐다. 바로 역사드라마 “사육신”이다. “사육신”은 조선시대 세종의 손자인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실패하고 처형된 6명의 신하들에 관한 이야기로, 역사적인 사건을 실제로 재현하는데 집중한 극사실주의 사극이었다. 당시 “사육신”은 KBS가 기획하고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제작한 남북공동제작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달라진 북한 드라마 

북한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군은 시대별로 조금씩 다르다. 김일성 주석 시대에는 항일혁명 유격대나 농민, 건설근로자 등이 많이 등장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후에는 군인이나 청년돌격대, 각종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선대에 비해 드라마 제작이 줄기는 했지만 교사와 과학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 2016년에 방송된 <귀중히 여기라> 같은 경우엔 일부분이긴 하지만 남녀 간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과거 북한 드라마가 체제와 정권 선전 일색이었던 것과 확연히 차별되는 지점이다. 2013년 방영된 ‘소년 탐구자들’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과학 환상대회 참가를 준비하는 중학생들의  이야기다.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 새롭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의 북한 드라마는 무엇보다 기술적인 변화 역시 두드러졌다. 

분명 북한의 드라마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하지만 주제의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7년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됐던 새 연속극 중에 <북방의 노을>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이 광산 제련소를 건설하는 방식을 놓고 갈등하는 이야기로 당시 속도전을 독려하고 있는 광산개발이 소재다.


국가 정책을 담은 드라마 많아 

북한 드라마는 국가정책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지난 2021년 재방영된 <백금산>을 보자. <백금산>은 1995년에 처음 방영된 작품으로 마그네슘 원료인 마그네사이트가 대량 매장돼 있는 함경남도 룡양 광산이 그 배경이다. 룡양 광산은 1961년 현장을 방문한 김일성주석이 ‘마그네사이트는 금과 같이 귀중하다’고 말하면서 백금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드라마 <백금산>은 1970년대 룡양 광산에 자원한 제대군인 아홉 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95년 첫 방영 당시 큰 관심을 끌었던 <백금산>을 최근에 다시 방영했다. 26년 만에 이 드라마를 다시 방영한 이유는 뭘까?


“김문창 작가가 노동자 출신 작가이고 굉장히 리얼하게 현장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배경으로 해서 처음 나왔을 때도 굉장히 인기가 높았고요. 최근에 이게 다시 방영되었던 것은 대북 제재가 계속 강화되는 상황 속에서 석탄 증산이라든가 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에 북한에서 청년들의 험지 탄원을 강조하는 분위기하고 맞아서 다시 방영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테크닉의 변화가 주제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주제는 북한 드라마에서 변화되기 어렵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나 웹툰에서도 북한을 소재로 하거나 배경으로 다룬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고민하고 갈등하다가 화해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는 내용들이 많다. 한반도의 현실도 드라마나 영화처럼 화해하고 함께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