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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의 변화

2023-02-22

ⓒ KBS

최근 북한은 <변모된 삼지연시>라는 화보집을 발간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자 1960년대까지만 해도 ‘어설픈 귀틀집들만 있던 궁벽한 산골’이었던 삼지연이 당의 영도 아래 1970년대와 2000년대 모습을 일신했고, 오늘날 ‘또 다시 천지개벽됐다’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들은 공사 중 삼지연시를 여러 차례 방문해서 각별히 챙기는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를 소개했고, 삼지연을 ‘산간문화도시의 본보기’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이에 오늘은 오삼언 국립산림과학원 박사연구원와 북한의 삼지연시 건설의 특징과 의미를 짚어본다. 


혁명의 도시로 불리는 삼지연 

삼지연은 북.중 접경지역 한반도의 지붕으로 불리는 백두용암대지에 위치하며 천혜의 자연관광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세 개의 연못이 가지런히 놓여있다고 해서 삼지연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북한에서 삼지연은 천혜의 생태환경을 갖춘 곳,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22년 2월 삼지연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광명성절 공식행사가 이례적으로 열렸다. 김일성의 항일투쟁무대이자 김정일의 출생지로 불리는 삼지연! 북한에서 삼지연은 혁명의 도시다.


혁명의 도시에서 관광 요소를 더하다

삼지연은 북한에서도 지형이 험하고 기온이 낮아서 오랫동안 마을을 형성하지 못했다. 광복 이전까지만 해도 일부 임업노동자들이 막노동을 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61년 양강도 보천군 일부와 함경북도 연사군 일부지역을 분리해서 삼지연군을 신설했다. 이어 1967년 백두산을 관광휴양지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1978년에는 대대적인 삼지연읍 건설 사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삼지연 개발 사업이 대규모로 다시 본격화된 것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삼지연 개발은 2019년 말 2단계 공사가 마무리됐고, 그 해 12월 북한은 삼지연군을 삼지연시로 승격했다. 그리고 2021년 말, 삼지연시 개발을 위한 3단계공사가 마무리됐다. 삼지연 개발은 관광요소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지난 2019년 혜산과 삼지연을 연결하는 철도가 새로 개통됐다. 총길이가 70킬로미터 정도로 울창한 침엽수림을 통과하는 구간이라고 한다. 그동안 삼지연에 가려면 도보나 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철도개통으로 그 접근성이 좋아졌다. 삼지연의 관광 인프라가 넓어진 것이다.


삼지연의 도시화.. 친환경 건축 들어서다

도시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가로수와 공원조성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직후부터 도시 내 조경과 공원조성을 강조했다. 특히 삼지연시는 ‘백두산지구 산간지대와 잘 어울리게 여러 가지 수종의 나무들을 잘 배합하여 도시의 원림화, 공원화에서도 본보기를 창조해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삼지연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백두산 기슭에 위치해 있고 산지비율이 월등한 만큼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 별도의 산림보존관련 연구사업도 동시에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노동신문도 ‘<2월17일 과학자 기술자 돌격대>가 산림보존, 육성을 위한 연구 사업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삼지연 개발에 친환경기술, 녹색건축기술이 활용된 것도 특징이다

삼지연 건설사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임산자원을 활용하는 지방공업을 재건하며 지방경제 발전모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지방공업, 지방경제를 중시하는 북한의 노선이 김정은 시대에도 변함없이 강조되고 있다는 평가다.


삼지연,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가시화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대한 결심을 할 때면 삼지연을 찾곤 하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삼지연에 새로 건설된 거리는 북한의 혁명 역사와 삼지연의 자연특성이 연상되도록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삼지연시의 중심축 도로라고 할 수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 앞에서 삼지연시 입구까지 도로 구간은 ‘봇나무 거리’로 명명했다. 봇나무는 자작나무를 일컫는 북한말로 백두산 일대에서 많이 자라고, 삼지연의 정체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 명명된 밀영거리, 청봉거리, 리명수 거리, 베개봉 거리는 김일성주석의 항일무장투쟁과 관련 있는 명칭이다.

북한은 전국의 모든 농촌마을을 삼지연시 수준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 이상촌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혁명의 성지‘ 삼지연은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가시화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