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오늘은 역사적으로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60년 전인 지난 1953년 이날, 6․25전쟁의 포화를 멈춘 휴전협정이 체결됐습니다. 정부에서는 기념식을 갖고 유엔군 참전용사 초청 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행사에서 사용된 용어가 ‘정전협정’입니다. 휴전협정과 정전협정, 어느 쪽이 올바른 용어일까요.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협정의 당사자는 유엔군, 북한군, 중국군 대표였습니다.
따라서 협정문도 영문, 한글, 중문 세 가지로 나왔습니다. 협정문의 제목은 상당히 긴데요,
한글로 번역된 원문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입니다.
여기서 군사정전의 영어 원문은 ‘military armistice'입니다. 즉 ‘armistice'를 ‘정전’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armistice'는 정전이나 휴전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 정전과 휴전이란 용어 사이에 법률적인 구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협정이 체결된 뒤 한국 정부 즉 이승만의 자유당 정부는 이 협정을 ‘정전협정’이 아니라 ‘휴전협정’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협정상의 남북 경계인 ‘군사분계선’도 ‘휴전선’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승만 정부가 이렇게 ‘휴전’이란 용어를 선택한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의 중지 자체에 반대했습니다.
즉 전쟁을 계속해서 북진통일을 이루자고 주장했고, 이것은 미국의 정책에 어긋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협정 테이블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결국 이승만은 미국의 압박에 의해 협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 협정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며 다시 전쟁을 재개해서 북진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을 ‘휴전’이라는 용어에 담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승만의 북진 정책에 대해 북한에서는 ‘평화’ 공세로 맞받았습니다.
즉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는 글자 그대로 공세일 뿐이었습니다.
이미 정전협정에서도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해 정치회담을 진행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실제로 제네바에서 회담이 열리기도 했지만 결과는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결렬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의 종결은 어느 한쪽이 승리하여 강화조약을 맺음으로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6․25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전쟁의 원인을 해결하는 데 대해 양자가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애초에 쉽지 않았습니다.
제네바 회담이 결렬된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북한이 내세운 평화협정은 사실상 그 제네바 회담을 다시 재개하자는 것이므로 단지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전협정이든 휴전협정이든 그것은 불안한 평화체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남북 대화에서 그 대안으로 불가침선언 혹은 불가침조약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또 2007년 미국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남북한과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비로소 6․25전쟁이 공식적으로 종결되는 것으로
그 정치적 의미는 대단히 클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우리 정부가 ‘휴전’이란 용어보다는 ‘정전’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즉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거기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뜻이 북한에게도 전달되어 말뿐인 ‘평화협정’ 이전에 현실적인 ‘종전선언’이라도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역사 토막상식, 아하 그렇구나!
6.25 전쟁 정전 60주년을 계기로 ‘정전’과 ‘휴전’이란 용어 속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