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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가족 동화 출판 기념 현장

2014-05-01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행사장에 좀 특별한 주인공들이 모였습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얼핏 보면 청소년들 행사 같지만 숨은 사연이 있습니다.

생환한 국군포로와 탈북 어린이를 소재로 한 가족 동화 출판 기념식이 열린 겁니다. 가족에게 돌아온 국군포로의 이야기를 담은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 탈북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설마 군과 진짜 양의 거짓말 같은 참말”. 이 두 권의 동화책에 들어가는 삽화는 미국, 캐나다, 한국에 사는 초중고교 학생 마흔 다섯 명이 책을 읽고 난 후, 각자 감동받은 장면을 직접 그렸습니다. 특히 “설마 군과 진짜 양의 거짓말 같은 참말”은 어린 친구들의 동심이 고스란히 그림으로 전해집니다.

여학생1
저는요 정우(설마군)가요. 백두산에 올라가서 쉴 움집을 그렸어요. 그 움 집에서요 살고 그동안 피하면서 도망가면서요. 먹을 것도 없고 추울텐테 이불도 없고 혼자서 외롭게 살고 난한 집 아이같이. 앞으로요 정우가 용기를 갖고 열심히 생활하면 좋겠어요.


여학생2
저는 진짜양이 처음으로 치약을 사용해 양치질 하는 장면을 그렸어요. 아이가 학교도 잘 다니고 양치질을 깨끗이 하고 이빨이 안 썩었으면 좋겠어요. 북한 친구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여학생3
송화가 엄마 아빠 엄마랑만 같이 오니까 가족들 모두 다랑 같이 못오니까 슬펐는데 거기다가 동생이 굶어죽었는데 그 사실도 모르는 송화가 너무 불쌍했고 그리고 거기서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 슬프고 좀 그랬어요.


학생들은 어떻게 삽화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을까요? 삽화 공동 작업을 진행한 화가 채현교 선생님입니다.

채현교
이 내용은 가족동화라고 그것을 보는 어린이들을 참여시키고 싶었어요. 그리고 국군포로 송환 이런 문제에 대해서 중학교 고등학생들은 더 들을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짜리한테 권하면서 고3 고1 중학생 이렇게 해서 여러명이 참가해서 그 책의 삽화를 그리게 됐고. 또 설마군과 진짜 양의 책에는 등장인물이 더 어린애들인거예요. 그래서 그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그런 아이들한테. 이런걸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라고 권해서 애들이 참여를 하게 됐어요.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스케치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서투른 아이라도 완성할 능력이 있으면 본인에게 그걸 다 완성하게 했고 시간에 쫒기다 보니까 완성을 못하는 아이들은 옆에서 같이 대화하면서 조금 도와주기도 하고 그렇게 한권이 완성되고 또한권이 완성되고 그렇게 했습니다.


“설마군 진짜양의 거짓말같은 참말”이라는 동화에서는 북한에 두고 온 동생을 위해 간식을 숨겨놓는 송화양의 슬프고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책의 저자 정길연씨입니다.

정길연
특히 그림으로도 참 잘 표현이 됐는데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 하면서 창문에다가 이름도 쓰고 또 음식을 자기 동생이 죽은줄도 모르고 자기 동생들이 이걸 같이 나눠먹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음식을 감춰서 결국은 썩어서 버리게 되는 일들이 자꾸 생기거든요. 그런걸 쓰면서 참 마음이 아팠는데. 거꾸로 제가 그림을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림에 표현된 장면들을 보고. 그랬었어요.


송화는 하얀 김이 서린 창가에 붙어 서서 글자를 씁니다. 엄마 그리고 엄마의 이름을 씁니다. 엄마 임문옥. 송화는 다른 이름들도 차례로 씁니다. 동생 박송철. 아빠 박명근. 송화는 글씨를 배운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해요. 송화는 북한에서 헤어진 동생이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아빠도 보고 싶어요. 아빠는 언제나 술에 취해 있었어요. 배고파 우는 동생과 자신을 곧잘 때렸지요. 그런 아빠가 보고 싶어요.

이 책을 쓴 정길연 작가는 탈북자들의 다양한 소재들을 접하면서 한국에 온 탈북 어린이와 국군포로 할아버지들이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점을 어린이들에게 마음으로 이해시키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정길연
정말 탈북자 꼬맹이들이 겪어온 여지껏 바깥으로 알려질 기회가 적었던 이야기들 정말 참혹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고 또 국군포로 이야기 같은 경우는 국군포로라는 존재자체는 알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기도, 하기도 꺼려하는 상황들이 있구요. 실제로 그분들을 만나고 그 꼬마들을 만나고 하면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을 글로 형상화했다고 할까요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 는 초등학교 5학년인 ‘후영’의 눈을 통해 탈북한 국군포로인 증조할아버지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그려가면서 국군포로 할아버지들이 겪은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고, 젊디 젊었던 신랑은 팔순 노인이 돼 돌아왔지만 그 옆엔 북에서 결혼한 두 번째 부인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목소리
하나도 안 섭섭했다면 그건 거짓말 일테고 그래도 난 내 새끼가 있고, 친정붙이도 있고, 아는 사람도 있는 곳에서 살기라도 했지. 저 양반은 포로로 잡혀갔으니 거기 말 터놓을 사람 하나 있기를 했겠어? 난 저 할망구 고마워. 저 할망구 아니었으면 자네 시아부지, 벌써 이 세상 사람 아니었을 거야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밖에 없었던 가족 이야기 그 분단의 상처가 가슴으로 전해져 옵니다. 이 두 권의 책은 가족동화입니다.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린아이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탈북자들에 대해 보다 따뜻하고 편견 없는 시선을 갖기를 바랍니다.

정길연
사회의 어떤 기득권이라든가 아니면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 약자인 사람들을 좀 이해하는 심정으로 좋겠다라는 것. 사람에 대해서 만큼은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그렇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냥 이런 책을 통해서 탈북자들을 이해하면 대 하는 방식이, 조금 더 시선이 좋아지지 않을까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그 정도만 되어도 저는 굉장한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선생님) “우리 송화 무슨 기도를 했을까? 선생님한테만 말해주면 안돼?”
(여아) “ 이건 비밀인데요. 선생님한테만 가르쳐 드릴께요. 내 동생 송철이가 남한에 오게 해 달라구요. 그래서 나처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글씨도 배우고 그렇게 되게 해 달라구요.“


송화의 간절한 기도처럼 오늘도 통일을 향한 우리의 꿈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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