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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평양말 서울말> 출간한 박노평

2017-01-12

 출간한 박노평
“지금 남한에서는 ‘통일시대가 열렸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과 북이 사용하는 언어에도 휴전선이 있구나’하는 이질화된 겨레말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북한‘문화어’와 한국‘표준어’간의 차이를 기준으로 부단하게 연구하는 것이 지름길이라 봅니다“
남북한의 언어를 비교 연구한 <평양말 서울말>의 책머리에 나오는 글입니다.
<평양말 서울말>은 북한에서 대학교수를 지낸 노학자 박노평씨가 남북언어의 이질감을 절감하고 펴낸 책입니다.

우리 집사람하고 우리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또 보니까 내 자신도 똑바로 알고 있지 못 하거든. 그래서 내가 그 때 생각한 게 뭔가... 우린 그래도 대학을 나오고 대학에서 교수도 하고 우리 가정이 다 교편을 잡던 사람들이에요. 우리 가정이 이런데 탈북민들은 오죽하겠느냐,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남한에서 쓰는 한자말과 외국어 있죠. 이것들을 하나하나, 텔레비전과 신문, 대화를 통해서 하나하나 적어나가기 시작했어요. 그걸 탈북민들에게 쉽게 해설해주자, 이렇게 시작한 것이 그 다음에는 남북한 언어 비교로 발전하게 됐죠.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에 정착하는데 겪는 어려움으로 제일 많이 꼽는 것이 언어문제입니다. 분명 같은 한국말을 사용하는데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하니 답답할 수 밖에 없는데요.
<평양말 서울말>을 집필한 박노평씨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사람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차질을 빚는다, 차질.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일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 다음에 폄하? 폄하하다, 이런 거. 그러니까 한자말이에요. 그 다음에... 외국어들이 많아요. 영어. 뭐, 스페셜 하면 텔레비전에서 스페셜하면 그 스페셜이 뭔지 모르죠. 늙은이들은 뉴스가 뭔지도 몰라요. 그런데 버젓이, 그런데 북한은 한자교육을 안 해요. 한자말 다 조선말로 순화시켜서 말해요. 그리고 영어는 하등에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영어는 그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공부하고 하면 끝나고 말아요. 그러니까 사회에서 영어를 씁니까. 한자말을 씁니까.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완전히 반대예요. 한자말 투성이고, 영어투성이고... 그러니까 언어 정착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그리고 특히 이 언어 정착에 있어서 힘들어하는 게 뭔지 압니까? 악센트에요. 악센트. 억양. 서울 사람들의 억양을 해도 같은 말이라도 그 억양 때문에 무슨 말인지 모르고 그냥 쓱 지나간단 말이에요.

박노평씨는 남북간에는 군사분계선뿐 아니라 언어에도 그 장벽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70여년 분단의 세월을 보내면서 남한 뿐 아니라 북한도 ‘김일성의 언어정책’ 등에 따라서 언어가 변화해 왔는데요. 현재 북한에서 사용하는 언어 역시 남한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 언어의 특징이라고 하게 되면 지금 특징은 북한 정치 용어들이 많아요. 특히 정치 용어 가운데 계급투쟁적 영웅, 전쟁술어들을 많이 쓰고 있어요. 전쟁술어. 예를 들면 각종 전투장, 그 다음에 무슨 고지를 점령한다, 그 다음에 인민들은 돌격대원이 되어서 총폭탄, 자폭정신, 총돌격, 전격전, 섬멸전을 해서 자기 앞에 부과된 경제과업을 수행한다, 이런 전투적 언어가 온 북한에 범람하고 있어요. 평화 시기인데도. 예를 들면, 고속도로 건설 전투장. 무슨 전투장이 수백, 수천, 수십만 개 돼요. 전투장을 뭘로 하는가. 직장, 기업소, 공장, 광산, 과학, 교육, 학교, 사회... 이 모든 직장들을 다 전투장으로 규정했거든요. 그래서 물고기 생산 전투장 하게 되면, 어부들이 물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바다에 나가고, 실어오고... 이것도 전투장이란 말이죠.

2005년에 탈북한 박노평씨는 이런 남북간 언어의 이질성을 없애는 일이야 말로 통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북언어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북한이탈주민들이 언어의 고통에서 벗어나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남북한 언어를 비교, 연구하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요,
처음엔 한국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북한 말과 다른 말을 하나하나 정리했고, 텔레비전과 신문 등을 통해서도 남북언어의 차이점을 찾았습니다. 또 버스를 탈 때도 차창 밖 상점 간판과 광고를 주의깊게 살피면서 꼼꼼히 메모를 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객관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들과 인터뷰를 하고 남북한의 사전을 비교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저기 국어사전하고 우리 표준 한국 국어사전하고, 그 다음에 내가 어떤 곳에서 우연히 북한 조선말 대사전, 문화어 사전을 얼핏 봤단 말이에요. 이거 북한문화어사전이에요. 네. 이게 원래 조선말대사전, 이걸로 한 7천 페이지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걸 복사했죠. 이렇게. 밤 꼬박 새서, 3일을 복사해가지고 이렇게 책을 맸죠. 그러니까 이 기준이 없으면 못해요. 제일 어려운 게 뭔가 하면, 어떤 언어가 나와요. 예를 들면 인터넷 보니까 한국 인터넷에 먼지 있죠? 먼지. 남한의 먼지를 북한에서는 몽당이라고 한다, 이렇게 나와 있어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몽당이라는 말을 전혀 모르고 먼지라고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 것을 확인하는 작업, 사전에서만 확인하면 안돼요. 사전이라는 것은 수천 년 전에 말도 올라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그 말이 사전에 올라가 있다고 해서 현대인들이 그걸 쓰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렇죠? 그러니까 그걸 확인하는데 나 혼자 판단하기 힘드니까 수십 명의, 수백 명의 탈북자 전화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 물어보죠. 몽당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이렇게 해서 아, 이거 확실히 소멸된 언어라는 것을 확정하고 그 다음에 여기다 다 표기를 했죠.

그렇게 10여년의 작업한 끝에 3천여 개의 남북한 언어를 비교한 <평양말 서울말>이 지난 12월 세상에 나왔습니다.
총 5부로 구성된 <평양말 서울말>은 남북한 언어의 이질성이 생기게 된 원인과 그로 인해 발생, 발전해온 북한 언어의 특성과 북한에서만 사용되는 언어들, 그리고 표현이 다른 남북한의 언어비교와 남한에 잘못 알려진 북한말에 대한 정보들, 또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정착하는데 꼭 필요한 언어들이 해설과 함께 수록돼 있습니다.
박노평씨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은 통일 전부터 시작해서 통일 후에도 진행할 거대한 민족적 프로젝트라고 강조합니다.

통일이 됐다고 합시다. 이 때 북한의 과학자, 의사, 북한사람과 접촉을 해서 같은 프로젝트를 통일한국이니까 같이 해야 돼요. 그러면 설계가들은 설계 전문용어가 있고, 교통부는 교통 전문용어가 다 달라요. 북한엔 유턴이란 게 없어요. 자동차 교통에서. 이런 것들이 통일된 다음에는 초미의 문제로 제기된다 이거죠. 근데 이런 사업을 지금부터 해야 돼요. 실제 지금 사회는 날마다 새로운 과학용어사전과 정보자료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요. 쏟아지는 걸 쏟아지는 그 때, 벌써 남북이 협상이 잘 됐으면 우리 이 말은 이렇게 고칩시다. 이 말은 이렇게 고치자. 가전제품 김치냉장고는 이렇게 고치자. 이렇게 해야 될 걸 안하고 새로운 제품, 과학용어가 나올 때마다 북한은 북한 대로, 남한은 남한 대로 계속 격차가 생기죠. 그러니까 남북한 언어를 동질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해요. 동질화하기 위해서는 이질성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어느 한 쪽의 말을 어느 한 쪽 보고 이렇게 고쳐라. 이렇겐 못하잖아요. 너넨 이렇게 쓰고 있구나, 우리는 이렇게 쓴다. 서로 알면 서로 동질성을 갖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필요하죠.

박노평씨는 <평양말 서울말>에 이어서 미래 통일시대에 맞는 과학기술과 공학분야의 남북한 용어비교 사전편찬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박노평씨의 이런 작업들이 남북언어에 드리워진 휴전선을 걷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목요진단 한반도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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