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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어린왕자를 만나다, 쁘띠 프랑스

2013-02-22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어린왕자를 만나다, 쁘띠 프랑스
“네가 나를 만나러 온다면 나는 한 시간 전부터 너를 기다리며 행복해 할거야.”

작고 희한하게 생긴 남자 아이다. 손질 안한 듯 부스스한 금발머리에 긴 부츠를 신고 망토를 펄럭이며 어깨엔 별장식을 달았다. 의상 한번 독특하다. 아침이면 분화구를 청소하고 바오밥 나무의 싹을 뽑고 장미에게 물을 주고 유리덮개를 씌워 주었노라고, 해지는 광경을 아주 좋아해 자신의 작은 별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마흔 네 번이나 본적도 있다고 자기 이야기를 한다. 이 아이 참으로 독특하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다고 말하는 이 아이……. 자꾸만 옆에서 종알거린다. 잠깐! 혹시? 너는 어디서 왔니? 나는 소행성 B612호에서 친구를 찾아온 왕자야!

이런이런……. 뭘 하느라 어린 왕자(Le Petit Prince)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희고 깨끗한 벽에 주황색 지붕을 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 사이로 노랑 파랑 분홍의 파스텔 톤 집들이 마치 예술 작품 속 마을처럼, 동화 속 마을처럼 앙증맞게 들어서있다. 작은 분수를 중심으로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지나다니고 창마다 화분이 장식된 집들은 무언가 재미있는 꺼리를 품고 있는 듯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을 가운데에 야외극장이 있고 그 너머로 흰 눈이 살포시 쌓인 아담한 호수도 있다. 현실 같지 않은 이 마을의 이름은 쁘띠 프랑스, ‘작은 프랑스’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프랑스의 작은 시골마을과 흡사하다.

12살에 처음으로 하늘에 매료되었던 남자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생텍쥐페리 기념관. 1900년 6월, 프랑스 남부 리옹의 옛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생텍쥐페리는 1912년 그러니까 12살 때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다. 이후 청년이 되어 공군에 발을 들였다. 정비부대 소속이었지만 개인교습을 받은 후 조종사가 되었고 아프리카 사막 위를 날았다. 그 때 생각했던 별과 장미와 사막여우와 지리학자, 술주정뱅이, 코끼리를 먹은 보아 뱀 등의 이야기가 담긴 책 <어린왕자(1943년)>가 세상에 나왔고 이는 160개 국 이상에서 읽히며 어른 아이 구별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1층에는 생텍쥐페리의 일생이, 2층에는 <어린 왕자>의 탄생과정이, 3층에는 어린 왕자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다. 어린 왕자를 구상했던 습작종이와 혹성에 앉아있는 어린왕자의 모습을 펜으로 그린 스케치들이 눈길을 끈다. 기념관을 나오니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어린왕자가 기다리고 있다. 머리 위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쁘띠 프랑스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종탑의 쁘띠 끌로슈가 1분에 한 번씩은 울린다. 이 종을 치며 사랑을 맹세하면 연인들의 사랑이 오랫동안 이어진다고 한다. 종탑에 오르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분수광장과 아담한 집들, 멀리 보이는 호수와 숲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작고 예쁜 마을이 한눈에 쏘옥~

어느새 어린 왕자는 종탑 발치에서 화산을 청소하고 있다. 종탑 옆에는 오르골 하우스가 있는데 나무와 철과 종이 등 사용하는 재질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며 백년이 넘은 오르골에서 아직도 맑고 선명하고 정겨운 소리가 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쁘띠 프랑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 샛노랗고 또 파스텔 톤인 벽들과 야외 카페, 조형물과 벽화가 조화를 이루는 조그만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중에서 가장 눈에 띄고 궁금한 곳! 150년 된 프랑스 전통 주택부터 구경해본다. 실제 사용하던 의자, 침대, 기둥, 소파, 욕조, 변기까지 그대로 공수해 왔다. 이 집 어느 구석에서 생텍쥐페리가 작품구상을 하며 원고를 끄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테이블 축구 게임을 하거나 뻬떵크(구슬치기)를 하기위해 어린왕자와 친구들을 부를 것만 같다. 큰 소리로 부르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달려올 듯 쁘띠 프랑스 곳곳에서 대기 중이다.

어린왕자 같은 생각과 행동이 만든 마을
도대체 이런 마을은 누가 상상했을까? 40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어떤 사업가가 여행 중 프랑스 마을에 반해 한국에도 작고 아름다운 프랑스 마을을 만들고 그곳에서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 싶어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좋아하는, 희망과 꿈을 키우게 하는 어린왕자를, 그리고 어린왕자를 쓴 프랑스 대표작가 생텍쥐페리를 지표로 삼고 무작정 생텍쥐페리 재단을 찾아가 자신의 꿈과 계획을 설명하고 자료를 모으며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쁘띠 프랑스 갤러리에는 진기한 프랑스 예술 작품과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고 인형의 집에는 프랑스 인형들이 가득하다. 프랑스 전통 놀이방과 빼땅끄 경기장에서 프랑스 사람처럼 놀다가 마리오네트(실을 매달아 손으로 조종하는 인형극)를 보며 하루를 즐기는 프랑스 마을이 된 것이다. 혹 아쉬움이 남는다면 하룻밤 잘 수도 있다. 정말 어린왕자 같은 발상이었고 또 행동이었으며 해냄이었다.
‘나의 장미와 사막여우와 바오밥 나무가 있는 이곳 어땠어?’ 어디선가 어린왕자가 묻는 듯 하다. 그리고는 ‘난 이제 해지는 걸 보러 가야해.’ 하며 대답도 듣지 않고 노란 머플러를 날리며 저만치 걸어가 버린다. 왕자의 등에 대고 조그맣게 종알거린다. 무척 즐겁고 행복했노라고.
Le Petit Prince, Merci~ (어린 왕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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