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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임금님 식치(食治) 식탁에 올랐던 요리.. 분원리 붕어찜

2013-04-12

임금님 식치(食治) 식탁에 올랐던 요리.. 분원리 붕어찜
바람도 쐴 겸, 맛난 것을 먹으러 가보자. 궁중에서 임금님이 보양식으로 드셨다는 음식을 먹고 힘내보자. 서울 근교 여행지로 인기 있는 경기도 광주는 조선시대 궁중요리와 연관되어 호기심이 이는 곳이다. 궁중에서는 무엇을 먹었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또 어디엘 가면 그와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등 궁금한 것이 많다. 한데 궁중 음식을 이야기할 때에는 ‘식치(食治)’라는 낯선 단어가 등장한다. 조선시대 의약서인 '의방유취'에 쓰인 말로 '의식동원'이라 하여 음식을 먹어서 병을 고치고 몸을 보양하는 방법이다. 즉, 약물치료보다 몸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건강을 회복시킨다는 뜻이다.

도자기를 굽던 마을이 붕어찜 마을로

식치에는 종류가 여럿 있는데 그 중 조선 왕실에서 임금의 비위를 조화롭게 하고 원기를 북돋우기 위해 '구선왕도고'를 자주 올렸다. 이름이 거창한데 이는 떡 또는 쌀과 붕어를 이용한 일종의 붕어찜 요리였다. 붕어찜은 인조, 영조, 효종 때 기록이 여러 번 나오고 특히 조선조 17대 임금 효종 즉위년(1649년)에는 신하들이 중전에게 보양을 위해 붕어찜을 권하면서 ‘붕어찜은 비위를 보하고 원기를 회복시키는 성약’이라고까지 치켜세웠다. 또 1881년(고종 18년) 부녀자의 생활지침을 위한 순 한글판 사전인 규합총서에는 붕어찜에 관한 내용과 제법이 소상하게 소개되어 후에 민간음식으로 퍼져 나갔다. 붕어찜이 몸에 좋아 궁중에서도 즐겼다는 이야기니 붕어찜을 먹으러 가보자. 여기 붕어찜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의 붕어찜 마을이다. 이곳은 원래 왕실 도자기를 굽던 백자 가마가 있던 곳이다. 궁중의 부엌살림을 맡아보는 사옹원의 분원이 있던 곳으로 영조부터 정조~순조~헌종~철종 그리고 고종 대에 이르는 130여 년간 부드럽고 아름다운 우윳빛 백자를 제작해냈다. 하여 분원마을로 불리던 곳인데 이제는 붕어찜 마을로 통한다. 유리처럼 맑은 팔당호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분원리에 들어서면 식당들이 많은데 간판들은 하나같이 붕어찜을 외치고 있다. 붕어찜 전용 왕실 도자기를 만들었었나 하는 우스운 생각도 해보게 된다.

냠냠 짭짭 붕어찜 그리고 시래기

그런데 어찌 붕어찜 마을이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1966년에 착공하여 1973년 12월에 준공된 팔당댐이 생기니 호수가 만들어지고 낚시군들이 몰려들었다. 주로 메기나 쏘가리 같은 민물고기를 잡았다. 붕어도 잡혔지만 비린내가 심해 잡혀도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비린내를 없애려는 고집스런 노력을 한 결과 오늘날의 붕어찜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씨알 굵은 붕어를 두어 마리 넣고 밑에 시래기를 깔고 콩나물 넣고 배추김치도 넣고 매운 양념을 듬뿍 쳐서 요리했다. 이곳의 붕어찜은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팔당호에서 잡아 올린 참붕어만을 사용하는데 잔뼈가 많아 수고스럽긴 하지만 입에 착착 붙는 붕어찜은 금세 밥 한 공기를 비우게 만든다. 그런데 붕어찜보다 더 인기 있는 것이 있다. 그건 붕어찜 밑에 깔린 시래기다. 무청을 잘라 데쳐 말린 구수한 시래기를 깔고 참기름을 듬뿍 넣은 후 갖은 양념을 얹어 붕어찜을 한 것이라 고소한 시래기에 붕어찜 맛이 배어있다.

궁중에서 가장 사랑받던 음식은 무엇?

밥을 먹으며 궁중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임금님이 무얼 드셨는지는 역시나 궁금하다. 그렇다면 식치(食治)로 사랑받던 궁중의 음식은 어떤 게 있었을까? 지금은 볼 수 없는 귀한 재료를 사용했을지 아니면, 독특한 요리법을 사용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 중 가장 많이 오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조선왕실의 대표적인 식치 음식은 ‘죽’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쌀을 불려 간 후 우유를 넣어 끓인 '타락죽'이 왕실 식탁에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한다. 언뜻 이탈리아 음식 '리조또'와 유사해 보이는 타락죽은 왕실에서 늘상 복용하던 식치 음식으로 원기를 돕고 비위를 조화롭게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었다. 왕실 음식을 담당하던 부서에서는 한두 마리의 암소를 길러 백성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늘 우유를 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한다. 이밖에 열기를 내려주는 약제와 함께 올리던 녹두죽이나 열을 내리고 비위를 보하는 연자죽(연근의 녹말로 만드는 죽) 등이 애용되었다. 궁중에서 가장 많이 오르던 보양음식이 죽이라니. 재미있는 일이다.

재미있는 궁중 음식이야기

다음으로는 약차를 많이 마셨다한다. 여러 가지 약재가 들어간 탕약을 '약제'라고 하고 한두 가지 재료를 달인 것을 '약차'라고 하는데 약차는 약제에 비해 잘못 쓰이더라도 큰 문제가 없어 자주 이용되었다. 인삼차는 왕실에서 가장 애용하던 약차로 원기를 회복하는 데 사용되었고 금은화차(금은화는 인동초 꽃)는 열기를 식혀주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침을 맞은 후 우황가루를 섞어 임금께 올렸다. 이밖에 제주도 어린 말이 겨울에 풀을 먹고 눈 똥을 말린 '마통차'는 눈을 밝히는 효과가 있고 12월 동지에 내린 첫 눈을 받아 모은 '납설수', 모유 등이 특이한 식치 음식으로 눈에 띈다.

식사 후엔 분원백자관, 얼굴 박물관 나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붕어찜을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해진다. 붕어찜 식사 후에는 붕어를 잡아 올리는 팔당호 주변을 산책해도 좋고 조선백자 가마터였던 분원도요지와 분원백자관을 돌아보면 좋다. 1920년 무렵 분원 가마가 폐쇄된 후 가마에서 버려진 도편들로 이루어진 언덕에 오늘날 분원초등학교의 전신인 분원 소학교가 설립되었다. 그러다 2003년 옛 분원초교 건물을 개보수해 조선왕조 백자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분원백자관을 세웠으니 분원 가마터와 분원초교 운동장을 지나 도착한다. 지척에는 연극연출가 김정옥씨가 건립한 ‘얼굴박물관’이 볼만하다. 이름 없는 석수, 목수, 도공 등이 만든 석인, 목각인형, 도자인형과 사람 얼굴을 본뜬 와당, 초상화 등이 전시되어 있으니 옛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이 본 ‘얼굴’을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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