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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음식디미방이 뭐예요? 경북 영양 음식여행

2013-04-26

음식디미방이 뭐예요? 경북 영양 음식여행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간다. 경북 영양. 참으로 멀기도 하다.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던 휴게소에서 한번 정도 쉬면되는데 두 번이나 쉬고도 길이 조금 남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17세기 요리
드디어 도착이다. 적당히 밝고 적당히 따뜻하며 안온한 공간, 모락모락 맛난 냄새가 난다.
“저는 450년 전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지으신 장계향 어르신의 13대 종부 조귀분입니다. 음식디미방에 전하는 방법으로 만든 첫 번째 음식은 잡채입니다. 꿩고기를 삶아 잘게 찧은 것을 가운데에 두었고 주위로는 여러 가지 나물을 둘렀습니다. “자, 이번 요리는 대구껍질 속에 표고버섯, 꿩고기 등을 잘게 다져 넣어 만든 대구껍질 누르미입니다. 꿩고기 육수와 밀가루를 섞어 즙(소스라는 의미)을 얹었습니다. 이것은 어만두입니다. 보통 밀가루로 만든 만두피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광어 살을 얇게 저며 만두피로 사용하고 목이버섯과 버섯을 소로 넣었습니다.” 화전, 가제육, 영계찜 등 맛난 음식이 이어진다. 야제육은 멧돼지 요리이고 가제육은 집돼지 요리이다. 박과 무의 중간 형태의 야채인 동아를 이용해 동아누르미, 동아선, 동아적, 동아돈채 등 다양한 요리를 하니 놀랍기만 하다. 생더덕을 두드려 얇
게 편 후 찹쌀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 후 꿀을 재운 섭산석이 맛있고, 피를 맑게 하는 석이버섯을 넣고 떡을 한 후 잣가루로 고명을 얹은 석이편도 독특하다. 채소와 해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해찌거나 구워냈기에 전체적으로 담백깔끔하며 재료 고유의 향과 맛이 살아 있으니 이것이 모두 음식디미방에 담긴 요리들이다.

80세 할머니가 남긴 146가지 생활의 비법
『음식디미방』은 도대체 어떤 책일까. 원래 이름은 음식지미방으로 ‘좋은 음식 맛을 내는 방문’이란 뜻의 조리백과, 즉 요리책이다. 고어에서는 ‘지’ 발음을 ‘디’로 하였다. 정부인 안동 장씨 장계향(1598-1680년)이 쓴 책으로 ‘동아시아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이자 ‘한글로 쓴 최초의 요리서’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이 책을 이리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제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여 쉽게 떨어지게 하지 말라.’고 전하니 자식 열을 키우고 환갑 진갑을 넘긴 벽촌의 부인이 자신의 노하우를 정성들여 남긴 것이다. 그런데 음식디미방에는 요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이지 물에 꿩고기를 삶고 소금으로 간한 후 삭혀서 꿩김치를 만드는 비법과 더불어 복숭아를 밀가루 죽에 넣어두면 한겨울까지 싱싱하다는 등 음식 저장 노하우도 담겨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야채와 과일을 보관해 다른 철에 얼마든지 사용하였던 것이다. 국수와 만
두를 비롯한 면병류, 어육류, 소과류 등의 조리법과 술 만드는 법 51가지, 음식 재료의 저장·발효·보관법 등에 이르기까지 장계향 할머니의 살림 노하우 146가지를 담았다. 게다가 340년이 지난 지금도 재연해 낼 수 있을 만큼 꼼꼼하게 적혀있으니 음식디미방이 갖는 의미는 크다. 1600년대 경상도 영양지방에 살던 사대부가 안주인이 가정에서 실제 만들어 먹던 식생활을 엿볼 수 있고, 옛날과 오늘의 식문화를 비교·연구하는 소중한 학술적 자료이자 사라져 가는 옛 조리법을 발굴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도 그 가치가 상당하다.

맹수도 품고 길들이는 여인의 힘
맛난 음식을 먹고 나서 두들 마을을 돌아본다. 1640년(인종18년) 석계 이시영 선생은 병자호란의 국치를 부끄럽게 여겨 벼슬을 버리고 이곳으로 들어왔다. 길모퉁이에 석계고택이 보인다. 정부인 장씨가 1680년(숙종6년) 83세로 임종할 때까지 살던 집이다. 석계 고택은 일(ㅡ)자형 사랑채와 안채가 나란한 이(=)자형 구조로 앞쪽에 3칸 규모의 평대문이 있다. 그 명성에 비해 참으로 단출하다. 이 집에서 정말 열 명의 자식을 키워냈단 말인가? 문득 장씨 부인에 대해 읽은 글이 생각났다. 흉년으로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이 고생하면 장씨 부인은 솥을 밖에 걸고 죽과 밥을 지어 사람들을 먹였으며, 의지할 곳 없는 늙은이를 돌보고, 고아를 데려다가 가르치고 길렀다. 몰래 음식을 보내고 이를 알리지 못하게 하는 등 남모를 선행에 인덕과 명망이 자자했다 했으니 자신의 치부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살폈기에 집이 작고 단출한 것이리라. 마을을 좀 더 돌아가니 석계 이시명이 14년간 후학을 양성하던 석천서당이 있다. 산자락에 포근히 안긴 이곳 두들 마을에서 석계 이시영은 그저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며 살았다. 전통가옥 30여 채와 기암괴석이 멋진 두들 마을은 ‘언덕위의 마을’이라는 뜻인데 한국문학의 거장 이문열 작가의 고향으로 안동 장씨는 이문열의 선대 할머니이자, 그의 소설 '선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19살에 석계(石溪) 이시명(李時明, 1590~1674)과 혼인하는데 부친의 총애를 받던 제자로 1남1녀를 두고 아내와 사별한 상태였다. 장계향은 전부인의 아이를 매일 십리 씩 업어 나르며 공부 시켰고 결혼 후 자신이 낳은 6남 2녀를 포함해 열 명의 자식을 모두 훌륭하게 키워냈다. 당대에 ‘여중군자’라는 칭호를 받을만큼 시대를 초월한 선구자적 삶을 살아온 여성인물로 문화관광부가 지난 99년 11월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했다. 그녀는 시,서,화에도 모두 능해 그의 작품으로 《음식디미방》과 《맹호도》 그리고 시 9편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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