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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꼴깍꼴깍 군침 도는 주문진 별미여행

2013-01-18

꼴깍꼴깍 군침 도는 주문진 별미여행
아침저녁으로 날이 쌀쌀하다. 여행하기에는 다소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여행의 재미는 일 년 내내 있는 법, 동해 바다의 푸른 파도는 시원스레 철썩이고 때 맞춰 갈매기들은 군무를 내보이며 여행자를 환영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 몸을 녹여줄 따끈한 먹을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동해안의 별미 먹거리 먹으러 출발!


금색실로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는 금수강산, 한반도는 사시사철 맛난 먹을거리를 내어놓는다. 봄에는 오롯이 돋아나는 나물이 맛나고 여름이면 드넓은 밭에서 영그는 갖가지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가을이면 서해안을 따라 전어 대하 낙지가 손짓한다. 그러다 겨울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동해안의 크고 작은 포구가 산해진미를 내보인다. 주문진, 강릉, 정동진, 묵호, 동해, 삼척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동해 바닷길에는 경포호, 정라항, 묵호항 등 어판장마다 제철 맛난 먹을거리들이 넘쳐난다. 이것들을 굽고 끓이고 조리면 겨울바다의 맛이 혀끝에 착착 감긴다.

산더미 같은 동해안 오징어

우선 주문진항부터 들려보자. 어른 머리통만한 몸통의 대게, 털게가 차가운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누가 대게를 먹으로 영덕으로 가라고 했던가. 이름만 안 났을 뿐이지 영덕에서 먹는 것과 같은 크기 같은 맛이 이곳에서는 반값이다. 오징어는 또 얼마나 많은지. 오징어 채치는 아주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오징어를 채 썬다. 그래도 그 옆에서는 미처 썰지 못한 오징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오징어 채 써는 기계도 동원되어 사람과 기계와의 오징어 썰기 한판 결투가 벌어진다. 수족관에 오징어가 가득한 것은 물론이다. 가족여행을 온 아이들이 쭉쭉 물을 뿜으며 앞으로 내닿는 오징어를 보고 마냥 신기해한다. 손으로 콕콕 눌러보다 오징어가 내뽑는 물줄기로 찍~~하고 물총을 맞으면 온 가족 웃음소리가 주문진항에 가득 찬다.

지글지글 즉석에서 구워주는 ‘구이 3종 세트’


주문진 어시장을 가로질러 구경을 하노라면 발걸음은 자연스레 먹자골목의 좌판으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지글지글 즉석에서 구워주는 ‘구이 3종 세트’가 인기다. 커다란 철망을 불 위에 올려놓고 맛난 동해안 먹을거리를 구워댄다. 그 첫 째는 역시 오징어 통구이, 내장도 빼지 않고 통째로 올려놓은 오징어는 불을 만나면 도톰하게 오그라든다. 이리 저리 굴리면 몸통에 달아오른 철판 자국이 찍히니 더욱 맛나 보인다. 다음은 도루묵, 피란길의 한 임금이 ‘묵’이라는 고기를 맛보고 맛에 감탄해 ‘은어’라 부르도록 했다는 물고기다. 대궐로 돌아와 진수성찬을 입에 대던 임금은 도루묵 맛이 그리워 다시 맛보니 그 맛이 아니어서 ‘도로 묵으로 고치라’고 했다는 바닷고기다. 1960~70년대엔 도루묵 알이 원폭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일본으로 대량 수출되기도 했다. 도루묵은 배에 칼집을 내어 굽는다. 그렇지 않으면 알이 익으면서 부피가 팽창해 배가 터지기도 한다. 노란색, 와인색 등 여러 가지 색을 띄는 도루묵의 알은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오돌오돌 씹는 맛이 제법 좋다. 쏙쏙 알을 뽑아 먹고 나면 뼈와 껍질만 남을 정도로 도루묵은 온 몸이 알이다. 세 번째는 양미리다. 20마리에 2천5백 원쯤 하는 양미리는 가격에 비해 맛이 과하게 훌륭하다. 특히 굵은 소금을 획 뿌려 연탄불에 구워먹는 양미리가 맛나니 잘 익은 양미리를 조물조물 주무르면 뼈가 쏙 빠져 먹는 재미 또한 그만이다.

다시 인기를 끄는 ‘치’자 삼형제

어디 이뿐인가. 도치, 장치, 곰치 등 ‘치’자로 끝나는 생선들이 유독 겨울에 눈에 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았던 물고기란 것, 그러니까 예전에는 잡혔다고 해도 못생긴 모습에 재수가 없다고 바다로 도로 던져 버리거나(곰치), 발로 걷어차며 팽개쳐 두거나(도치, 곰치), 잡혀도 그만 안 잡혀도 그만(장치)이거나, 너무 많이 잡혀서 지겨워했던(도루묵, 양미리) 물고기 들이다. 하지만 요즘엔 입장이 달라졌다. 아귀가 그 생김새 때문에 바다에 버려지던 것이 이제는 ‘아귀찜’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듯, 별미를 찾는 사람들의 입맛과 맞아 떨어지고, 여행지의 신선함이 어울리며, 약 쳐가며 키운 먹을거리에 신물이 난 현대인들에게 청정 동해바다의 자연산 먹을거리는 반가운 보물이다. 이 중 곰치는 험악한 생김새로 따지자면 둘째가라면 서럽다. 고성·속초·양양 등에선 물곰, 동해·삼척 등에선 곰치로 부른다. 이놈이 걸리면 재수 없다며 곧바로 바다로 던져버렸던 데서 물텀벙이란 이름이 나왔다. 큰 것은 길이 1m 가까이 되는 대형 어족이다. 수컷은 거무튀튀하고 암컷은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 많은데, 암수 가리지 않고 몸체가 흐물흐물하다. 식욕이 싹 달아날 정도로 비호감이지만 국이나 탕으로 끓여 내면, “최고의 속풀이 해장국”이 된다. 일부 지역에선 회로 먹기도 하고 말려뒀다가 쪄 먹기도 한다. 주문진부터 시작하는 동해안 먹을거리들. 겨울이 깊어가면서 김치두루치기로 맛난 도치, 찜과 조림 맛이 빼어난 장치가 제철을 맞고, 사철 잡히는 곰치(꼼치)도 한결 제 맛을 뽐내니 미식가들의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동해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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