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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소원 빌고, 바다 보고, 소원 빌고, 여행하고.. 삼척 새천년 해안도로

2013-01-11

소원 빌고, 바다 보고, 소원 빌고, 여행하고.. 삼척 새천년 해안도로
해마다 새해가 시작된다. 그리고 동해 바다에서 검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늘 같은 모양의 태양이 떠오르지만 어제의 태양과는 기운이 달라 보이는 새해 첫 태양. 이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새해 일출을 보러 떠난다. 사람 많아 붐비고 춥고 정신없는 새해일출,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가보자. 굳이 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새해 소망을 빌러 새로운 희망이 꿈틀대는 동해 삼척으로 달려가 보자.

새천년 해안도로를 달린다.

탁 트인 동해바다의 시원스런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호위를 받으며 달리노라면 유난히 경관이 빼어난 곳이 있다. 새천년해안도로다. 새천년이 열리는 2000년을 기념해 조성해놓은 도로로 해돋이 행사가 진행되는 명소니 아침마다 붉은 빛을 토해낸다. 파르란 빛 가득한 새벽녘 불현듯 솟아오르는 태양은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과 생로병사, 그리고 시공의 개념까지도 모조리 녹여 붉은 덩어리로 만든다. 해돋이 광경의 황홀경에 빠지고 저녁이면 달빛에 젖으며 부서지는 파도에 세상 번민을 부셔 버릴 만한 풍광이다. 좋은 기가 잔뜩 모인다는 이곳에 오똑허니 조형물이 하나 서있다. 이름하여 ‘소망의 탑’. 동그란 듯 끝이 맞닿은 도넛 모양의 탑신은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형태고 탑신은 주먹만 한 돌부터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돌까지 가지각색의 돌을 모아 만들었으니 돌마다 소망이 적혀있다.

해룡에게 새해소원 빌어보세

정라항(삼척항의 옛 이름)을 보고 나면 눈에 띄는 이정표가 있으니 죽서루(보물 제213호)
가 그것이다. 관동팔경의 제 1루인 죽서루는 삼척부의 객사였던 진주관의 부속 건물로 오십천이 휘돌아나가는 물돌이 위에 세워져 있다. 당시에는 양반네들의 시구와 기생들의 가야금소리가 어우러졌으리라. 죽서루 옆 눈길을 끄는 기암괴석의 동그란 구멍은 용문바위, 신라 제30대 문무왕이 사후 호국용이 되어 동해바다를 지키다가 오십천에 뛰어들어 죽서루 옆을 지나갈 때 생겼다 한다. 이 용문을 통과하며 소원을 빌면 역시 소원이 이루어진다 전하니 머리 숙이고 지나볼 일이다. 방향은 앞쪽에서 들어가 뒤쪽으로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것. 사람의 심리란 것이 그렇다. 듣지 않았으면 모르는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 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 해보게 된다. 용문을 돌아 나오는 길에 일본 관광객 한 무리가 들이닥친다. 죽서루는 영화 <외출>의 촬영장소. 그래서 욘사마를 보기 위해 많은 일본관광객이 찾는다. 욘사마가 밥을 먹었던 은혜식당 역시 덩달아 명물이 되었다. 배용준이 식사했다는 방에는 일본 사람들의 낙서로 도배가 되어 있다. 이제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 천장에 적어야할 판이다. 죽서루와 은혜식당 사이의 삼흥모텔 또한 드라마 외출의 촬영장소요, 소망의 탑 맞은편 팰리스 호텔 또한 영화 촬영지니 삼척을 다닐 때는 영화 속 주인공인 된 듯 우아하게 거닐어도 좋을 듯하다.

붉은 기운 토해내는 태양과 소원을 들어주는 명소

죽서루에서 지척인 삼척항과 더불어 육향산의 척주동해비도 둘러보길 권한다. 높이 170㎝, 너비 76㎝에 검은색 오석으로 되어 있는 척주동해비는 미수 허목(許穆:1595~1682)이 삼척부사 재임 시절인 1661년에 세운 것이다. 해일로 바닷가 동네의 피해가 심하자 동해송(동해바다를 예찬하는 글)을 짓고 그가 개발한 전서체로 적어 바다를 잠재웠다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밀어닥치는 쓰나미를 잠재운 것이니 백성들의 간절한 소원을 해결해준 장소라 할 수 있다. 다시 새천년해안도로를 달려본다. 소망의 탑에서 북으로 4.7km 쯤 달리면 동해시와의 경계인 해가사터가 나온다. 수로부인의 전설이 담긴 곳이니 삼국유사를 빌어본다면 수로부인은 당시 미시족 여인이 틀림없다. 그녀는 무척 예뻐 많은 이들이 그녀를 노렸는데 심지어 바다의 용왕까지도 그녀에게 반한 모양이다. 수로부인이 남편과 함께 강릉으로 가다가 이곳에서 바다의 용에게 납치당했다. 길 가던 노인의 조언에 따라 사람들은 입을 모아 노래를 불렀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 구워 먹으리라!> 그래서 수로부인은 돌아왔다 한다. 멀리 보이는 추암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해가사터에는 부부 연인 가족들이 소원을 빌 수 있도록 동그란 드래건볼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 역시 소원 비는 장소다. 남쪽으로 달리면 1992년 제 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황영조 선수의 기념공원과 고래 무덤으로 알려진 장호항, 고운 모래사장이 끝없는 맹방해변이 나오고 신남리 쯤에서 자식을 낳게 해달라고 비는 해신당공원을 만난다. 이렇듯 붉은 기운 토해내는 태양과 소원을 들어주는 명소들이 즐비하니 새천년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은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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