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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속리산 정이품송 배필 이야기

2012-11-16

속리산 정이품송 배필 이야기
충북 보은에는 도처에 ‘크고 높은’ 풍경이 있다. 먼저 널리 알려진 것만 꼽아본다. 속리산 법주사의 우람한 금동미륵불이 그렇고, 가지를 높이 뻗어올린 정이품송이 그렇다. 이것만이 아니다. 보은에는 까마득한 높이로 세워진 웅장한 삼년산성이 있고, 무려 22년 동안 지어진 99칸짜리 집 ‘선병국 가옥’이 있다. 미륵불이나 정이품송이야 워낙 잘 알려져 그렇다고 쳐도, 산성과 가옥의 규모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대단하다. 그 중 정이품송은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상판리에 있는 소나무이며, 천연기념물 103호로 지정되어 있다. 1464년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하는 중 소나무 가지가 쳐저 있어 걸리게 되는 것을 나무가 저절로 들어서 지나가게 했었다고 한다. 후에 세조가 나무에 정이품 벼슬을 내렸다고 해서 정이품송이라 불린다. 솔잎혹파리등의 해충들로 인한 병충해때문에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정이품송의 2세 이야기..

정이품송은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상판리에 있는 소나무이며, 천연기념물 103호로 지정되어 있다. 헌데 이제는 노후해 그 후사가 걱정. 하여 그 자손을 남기기 위한 대한민국의 진기한 스토리가 여기있다. 인문의 도를 들어 기왕의 정이품송 자목(子木) 보기에 시비를 걸고 나선 이들이 있었다. 그것은 뜻밖에도 현미경으로 DNA 유전정보를 따지는 것을 일로 삼는 이학자들, 특히 임업연구원 최완용 임목육종부장이 선봉이었다. 품계로 보건 데 정이품송은 남자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출발이다. 또한 정이품의 품계를 받은 소나무이니 남성이라는 것. 아무튼 한 나무에 수꽃과 암꽃이 함께 피고 바람으로 수분하는 소나무 특성에 비춰 정이품송이 맺은 씨앗은 모계혈통을 따른 것일뿐, 부성이 어디에서 온 것인 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대감’의 후손으로 대접할 수 없다는 엄정한 논리가 성립됐다.

정부인송 간택

정이품송의 암수 꽃가루를 자배(自配)하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이역시 근친혼의 금기를 어기는 것인 데다, 생물학적으로도 자식약세(自殖弱勢ㆍ동체 교배시 2세가 부실함)의 한계 때문에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배필간택은 그래서 시작됐다. 연구원은 송림 육종을 위해 1959년부터 83년까지 24년간 전국 산과 들을 누비며 확보한 우량 소나무 524본을 접목ㆍ복제해만든 ‘혈통보존원(클론뱅크)’에서 간택작업을 시작했다. 체력과 생식력체격 등을 감안해 이 가운데 50여 그루를 선정했고, 2세 검증을 통해 그형질이 제대로 유전되는지 따지고 또 따졌다. 이를 두고 최 부장은 “어미가 족집게 과외를 받고 성형수술을 한 것인 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식까지 본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간택된 정부인송은 울진 소광천에서 2그루, 삼척 준경묘에서 2그루, 평창에서 1그루 등 5그루. 그 중 준경묘 정부인송은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빼어난 키 30㎙ 허리둘레 2.1㎙의 미인송이었다.

정이품송의 결혼식

정이품송과 삼척 준경모의 소나무는 삼척 군수와 보은 군수가 혼주가 되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합방을 시켰다. 풍류의 부활꽃이 맺히기 일주일 여 전부터 정이품송의 수꽃과 정부인송의 암꽃에는 종이막 처럼 생긴 ‘정조대’를 씌웠다. 부정(화분 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정이품송의 수꽃과 정부인송의 암꽃을 수분하여 수정시켜서 씨앗을 맺히게 한 후 그것으로 묘목을 키워서 정이품송을 이을 소나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결혼 했다는 것이고 결혼해서 자식을 낳은 것이다. 소나무는 수분된 지 1년 만에 수정되고, 수정된 해 가을에야 씨앗이 맺힌다. 발아는 다가오는 봄의 일. 그래서 현재 연구원 묘판의 2세목들은 파종한 지 6개월 남짓 된 키 5~10㎝ 내외의 금지옥엽이다. 2세목들은 수천 본의 뭇 묘목들 틈에 끼어 비표로서만 구분된다. 그리고 비표는 연구원 내에서도 최 부장 외에 단 한 사람만이 식별할 수 있다. 그 한 사람인 한상억박사는 “손을 탈까 두려워서 숨겨두는 것”이라고 했다. 다소 걱정스러운 점은 다른 우량 소나무들의 인공교배에서 나온 씨앗들에 비해 정이품송 부부의 씨앗 발아율과 생장속도가 다소 더디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소나무 생식능력은 수령 90~150년 정도에서 절정이었다가 이후 쇠퇴한다”며“정이품송의 꽃가루 기능이 약해 발아ㆍ생장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원은 이 달 중으로 2세목의 DNA 지문검사에 착수, 일일이친자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적자로 판명 난 묘목들은 2년목(키 20㎝)부터 조림지로 떠나는 것과 달리 10년 가량 연구원에서 자라 수형이 잡힌 뒤 청와대와 독립기념관, 감사원 등 상징적인 장소들로 입양될 예정이다.

소나무에 대한 조상들의 각별한 관심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나서 청솔가지 금줄 속에서 첫 날을 맞았다. 솔가리 땔감으로 지은 밥으로 살다가 솔잎 얹은 송편을 쩌 먹고 소나무 칠성판에 누워 흙으로 솔숲으로 귀의했다. 소나무는 나무의 귀공자, 소나무는 사군자와도 또 다른 격으로 민족과 피를 교류해왔던 모양이다. 그 소나무를 인격화해 품계까지 붙여 칭송했던 선인들의 멋이 21세기 부박한 패스트푸드의 세상에 뿌리내리고 있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이 같은 시도로 우리 토종 소나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되살아 나면 그것으로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나무는민족수이지만 근ㆍ현대 전란기를 겪으면서 울진지역 금강송과 같은 곧고우람한 소나무가 많이 황폐화했다”며 “좋은 소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일은 우리 뿐 아니라 민족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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