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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자연과 인간의 또 다른 만남, 제주도 건축기행

2013-05-31

자연과 인간의 또 다른 만남, 제주도 건축기행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몹시 흥분이 된다. 분명 대한민국 영토이건만 이국적인 풍광과 사람들의 생활모습, 뭍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만의 문화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 가지 설렘이 더 보태진다. 그 설렘을 만나러 제주행 비행기는 날아오른다.

주변 환경과 어울린 예술작품, 제주도의 건축물

“설릉사랑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조옵서예~~” 학창시절에 이런 노래를 들었었다. 혜은이 씨가 부른 감수광이다. 처음에는 ‘혼저 옵서예’를 혼자서 오라는 말로 알아들었는데 ‘혼저 옵서예’는 빨리 오라는 뜻이었다.또 ‘감수광’은 제주말로 ‘가십니까’라는 인사말이니 친구들과 어디 감수광?(어디 가세요?) 어디서 왐수광? (어디서 오세요?) 소식 들었수광? (소식 들었어요?) 하면서 말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의 끝을 물고 제주도를 찾은 이유는 멋진 건축물 때문. 딱히 건축학도는 아니지만 건축물이 테마여행의 키워드가 된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천재적인 영감이 번뜩이는 스페인으로 건축기행을 떠나고 유명한 건축가들이 지은 건축물은 그 이름만으로도 존재 가치를 갖는다. 그저 사람이 생활하고 일하기 위한 일차적인 공간을 넘어 설계 의도와 활용성, 주변환경과의 어울림 등을 고려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건축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섭지코지의 명물, 아고라와 글라스 하우스

제주도의 건축기행으로 처음 찾은 곳은 섭지코지.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관광객들이 찾는 제주 필수 관광코스 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두 명의 건축가에 의한 세 가지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섭지코지 등대참에서 만나게 되는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글라스 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 ‘지니어스 로사이’는 명상의 공간으로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란 뜻을 담고 있다. 겉에서 보면 땅에 바짝 엎드린 듯한 모습의 건축물로 그닥 멋져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넓적한 콘크리트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돌의 정원, 건물 안에 담긴 자연, 미디어아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의 돌인 현무암 벽에 바람에 통로가 만들어져 있고 그 사이로 보이는 제주의 들과 말과 성산일출봉이 환상적이다. ‘글라스 하우스’는 제주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전망 레스토랑이다.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외양이 정동쪽 바다를 향해 90도로 앉아있다. 제주의 돌담과 붉은 흙이 어우러진다. 봄이면 제주 곳곳을 덮어버리는 야생의 무꽃이 지천으로 피는 야생의 제주와 현대적이고 기하학적인 건축물은 상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섭지코지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아고라’ 역시 제주의 자연과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강남 교보문고를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작품인 ‘아고라’는 유리 피라미드 모양으로 낮에는 태양의 기운을, 밤에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다. 제주의 바닷가에 이집트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이 들어선 것은 무슨 이유일까. 문득 마리오 보타가 혹은 안도 다다오가 저쪽 구석에 앉아 햇살에 반짝이는 섭지코지의 바다를, 달빛에 출렁이는 보라색 무꽃밭과 노란색 유채밭을 낮이고 밤이고 바라보며 고민하는 모습이 언뜻 보인다. 고뇌하는 건축가의 모습이 아름다웠을 듯 싶다.

중산간을 풍족하게 만드는 공간들

이제 제주의 속살, 내륙으로 향해본다. 한라산 중산간에 또 한 무리의 건물들이 자리한다. 재일동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들로 그가 설계한 생태휴양형 타운하우스‘제주 비오토피아’ 내에는 제주의 아이콘을 테마로 한 네 개의 미술관이 있다. 돌 미술관, 물 미술관, 바람 미술관 그리고 두손 미술관이다. 더불어 포도송이를 연상케하는 포도호텔도 있으나 개방공간이 아니라 아쉽기만 하다. 대신 근처에 있는 방주교회에 들려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방주 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정말로 물위에 떠 있는 노아의 방주처럼 보인다. 자갈을 깔고 그 위에 물을 흘리고 건물을 어우러지게 했기 때문이다. 저녁노을이 물들고 바람에 물이 찰랑이며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기나긴 홍수가 끝나 비둘기가 어린 올리브 잎을 물고 방주로 돌아오는 광경과 흡사해진다. 근처에 안도 다다오의 건물이 하나 더 있다. 본태박물관이다. 콘크리트 상자형의 현대적인 건축물에 보자기, 반상, 노리개 등 한국의 전통문화요소를 전시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본태는 본래의 모습이란 뜻으로 문화 본연의 모습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공간이 되고자 이런 이름을 붙였다한다.

제주 그곳에 보내는 그들의 마음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 추사유배지에 세워진 추사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승효상의 작품이고 서귀포 소정방폭포 위의 ‘소라의 성’은 1969년 한국 건축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이다. 제주 옷인 갈옷색이기도 하고, 제주 명품흙인 송이흙색이기도 한 다음 스페이스닷원의 갈색 건물은 지나는 이의 눈길을 끌고, 벽면이 독특한 저지리의 현대미술관은 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건물이며 신촌리 와가와 초가는 그 모양이 독특하다. 또 유석연의 젊은 건축가상 수상작, 한기영의 2008 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수상작 등은 모두 제주의 또 다른 매력이며 설렘이다. 사람은 살기 위해 집을 만든다. 집 속에서 살다보면 집이 사람을 닮아가고 사람은 집에 적응해간다. 그리고 집들은 그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제주의 집들은 제주의 돌과 바람과 흙과 꽃과 바다와 어우러진다. 유명한 건축가의 건축물이 아니라도 모두 자연에 녹아든 작품이고 예술이다. 그러고 보니 길가다 만난 작은 마을의 집들도 산과 바다와 조화를 이루고, 길가에 돌로 쌓아 만든 산담과 무덤 또한 그러하다. 차창으로 스치는 바람과 중산간 초원에서 만난 제주의 말, 그리고 성산일출봉을 바라보기 좋은 광치기 해변, 곶자왈의 고사리, 모슬포 항의 배와 물결에 몸을 맡긴 어선들.. 그들과 함께 제주의 바람과 하늘과 함께하는 건물과 그 속의 사람들.. 어찌 인간이 자신의 마음대로 건물을 짓는다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은 그저 자연속에 작은 구석 조금을 허락받았을 뿐이고 그것이 자연의 뜻에 거스르지 않아야할 뿐이며 그저 조금씩 멋이라는 것을 부릴 뿐이다. 해서 건축가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과 어찌 교류해야 하는지, 그리고 완성 후에난 그 작은 조각하나를 완성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함을 말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어디서 왐수광? 어디 감수광? 혼저 옵서예’가 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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