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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 바당 음식 먹으레 가쿠광?(제주 바다 음식 먹으러 갈래요?) 제주 모슬포

2013-06-07

제주 바당 음식 먹으레 가쿠광?(제주 바다 음식 먹으러 갈래요?) 제주 모슬포
달래, 냉이, 봄동 같은 향긋한 봄나물이 상에 오르면 이모 생각이 난다. 제주 해녀였으니 봄에 이모 댁에 놀러 가면 해삼, 소라, 전복 등 바다에서 방금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과 반찬들이 한 상 가득 올라왔다. 이모는 ‘들판에 봄이 오면 바닷 속에도 봄이 온다.’고 했다. 이 봄, 입 안 가득 바다의 봄을 맛보고 싶다면 그 섬에 가야한다.

제주도 최고의 황금어장, 모슬포

제주도에 가서 무얼 먹을까 고민 중이라면 일단 모슬포로 가면 된다. 제주 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의 모슬포는 가파도와 마라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어 ‘섬 안의 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며, 방어·옥돔·감성돔·우럭 등 다양한 어종이 많아 낚시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예전에는 암초가 많고 수심이 얕아 작은 어선들도 입항을 꺼렸던 곳이다. 게다가 바람이 세서 ‘못살포’라 불릴 정도였다니 당시의 척박했던 환경을 지명으로 전해준다. 지금은 황금 어장으로 제주 바다의 온갖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으며, 태풍이 불 때면 주변 지역 선박들이 피항을 위해 모여들고, 매년 11월 중순에는 ‘최남단 방어축제’가 열릴 정도로 국내 최대 방어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고소한 바다의 보리, 고등어회

모슬포에 도착하면 고등어회를 먹어보자. 고등어는 ‘바다의 보리’라 할 정도로 맛나고 영양가 높으면서 값은 싸서 서민적인 생선이지만 횟감으로는 아주 귀하다. ‘살아서 썩는다’고 할 정도로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소금에 절여 팔기 시작한 것이 ‘자반고등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고등어는 국을 끓이거나 젓을 만들 수는 있으나 회로 만들지는 못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모슬포에는 비린내 없는 고등어회가 있다. 비릿내는 생선이 부패하는 것을 의미하니 고등어에서 비린내가 난다면 잡은 후 시간이 경과해 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말하면 금방 잡은 싱싱한 고등어에는 ‘비린내’라는 것이 없다는 얘기, 그래서 제주를 비롯한 몇몇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고등어회다. 갓 잡은 고등어회는 밝고 투명함이 감돈다. 굳이 입에 넣어보지 않아도 눈으로 벌써 탱글탱글한 식감이 느껴진다. 일단 눈으로 그렇게 맛을 본 후 본격적인 시식을 해보자. 고등어회를 주문하면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 고슬고슬한 밥과 김이 나온다. 김 한 장을 손에 놓고 밥을 얇게 펴 올려놓은 다음 고등어회를 얹고 간장·식초·고춧가루로 양념한 부추와 양파를 넣고 쌈을 싸 먹는다. 이것이 ‘모슬포 스타일’ 고등어회 먹는 법이다. 살짝 비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겠지만 오 노~~.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그야말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고등어회와 돼지고기 산적?

그런데 식당 한쪽 방에 두툼한 돼지고기 덩어리와 꼬치에 꿴 돼지고기가 보인다. “걍 한번 맛보랜 하는 거주(그냥 한번 맛보라는 거지).” 돼지고기 산적은 제주도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삶지 않은 생고기를 손가락만 한 크기로 썰어 대나무 꼬치에 꿴 다음 다진 파·마늘·소금·깨소금·참기름으로 양념하여 팬에 지지는데 반드시 3개 혹은 5개 하는 식으로 돼지고기를 홀수로 꽂아야 한다.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 외에도 소고기·상어 고기·문어 등을 꼬치에 꿰어 적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제주도에 왔으니 제주 전통 음식을 하나 더 맛보라는 주인장의 배려로 고등어회와 돼지고기 산적이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탄생했다.

투박한 제주도민의 삶을 담은 맛, 자리물회

"아줌마, 자리물회 하나 줍서(자리물회 1인분 주세요)." 쓱쓱 뚝딱뚝딱 도마 두드리는 소리 몇 번 후에 자리물회가 등장한다. 찬 음식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그다지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조리시간이 짧은 것이 자리물회다. 자리 돔을 뼈째로 썰어 상추·깻잎·오이 등의 채소와 함께 깨·식초·마늘·파 등으로 양념한 찬 된장국에 말아 먹는다. 자리 돔은 제주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대표 어종인데 4월부터 7월까지가 제철이다. 회나 구이로 먹기도 하고 젓갈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 자리 돔으로 만든 음식, 특히 젓갈은 독특한 향과 맛으로 뭍사람들에게는 도전해야 하는 음식이요, 입에 익히기 심히 어려운 음식이다. 해서 제주사람과 뭍사람을 구분하는 지표라 우스갯소리도 한다. 제주도는 농사에 적합지 않은 토양과 거친 바람 등의 자연환경 탓에 먹을거리가 귀했다. 대부분 여성이 밭일과 물질을 하며 살았기에 요리를 할 만한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산, 바다, 들판에서 채취한 제철 재료 위주로 간단하고 빠르게 뚝딱 만들어 먹는 음식을 선호했으니 이는 오늘날 제주 음식의 특징이 되었다.
'Fast Food'를 지향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제주도민의 삶이 담긴 제철 웰빙 음식이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워지는 제주 스타일

뭍에서 그리워하던 음식들을 잔뜩 먹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솟는다. 포만감을 만끽하며 모슬포 항을 거니노라니 가파도행 배가 들어온다. 그 배에 몸을 싣고 제주의 바닷바람을 가슴속 깊이까지 집어 넣는다. 가파도에 도착하니 주황지붕을 인 집들이 있고 그 너머엔 푸르디푸른 제주 바다가 출렁인다. 가파도에서는 자전거를 빌려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보기를 권한다. 한쪽에선 제주바다가 인사하고 자전거를 타며 돌다 만나는 해안도로 좌판의 간식거리가 반갑다.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먹고 사는 검은 덩어리 군소, 삶아먹거나
무쳐먹는 흰색의 군벗, 종이컵에 담아주는 거북손, 꽂이에 꿴 소라 양념구이가 즐비하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제주표 간식을 한 입 가득 물고 자전거를 달리노라니 이렇게 행복할 수 가 없다. 이것이 진정 제주의 맛이요 제주의 풍광이며 ‘제주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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