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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양평, 보릿고개 마을

2013-08-16

양평, 보릿고개 마을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르는 단어일 것이다. ‘보리가 많이 심어져 있는 고개’ 쯤으로 해석해보는 청소년들이 있으니 보릿고개는 겨우내 아끼고 아껴 먹던 쌀이 떨어지는 시기, 보리를 심었지만 그도 여물기 전인 5~6월을 말한다. 보리타작하는 날만 기다리며 쑥 개떡, 보리개떡, 나물죽으로 연명하며 배고파하던 보릿고개는 이제 교과서에서나 다루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먹을 것이 흔하디흔하고 방학이면 비만 클리닉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먹을 것이 없어 굶었다고 하면 ‘라면이나 빵을 사먹지 왜 굶느냐’고 의아해한다. 배가 고파 정말로 힘들었던 ‘보릿고개’를 추억하고 되뇔 수 있는 곳이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보릿고개마을이다.

인스턴트 음식은 금지, 자연식만 먹는다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마을의 이름은 장수골, 용문산 자락 깊숙이 자리해 공기가 맑고 백운봉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깨끗해 잔병없이 오래 사는 마을이다. 이제 장수골은 경기도가 실시하는 슬로우푸드(Slow Food) 마을 중 하나가 되었으니 햄버거 탄산음료 등 패스트푸드가 만연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옛 문화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옛날 사람들의 생활로 돌아가 보자는 의미의 마을이기에 마을에 도착해서부
터는 인스턴트식품이 금지다. 따라서 커피도 금물이며 여기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보리를 빻아 보리개떡 쑥개떡 만들어 먹고 두부체험과 보리밥 식사를 하는 등 자연식품을 먹으며 자연과 더불어 친구가 된다. 1960~70년대의 풍경 속에서 자연이 살아 있는 건강식을 즐기라는 것이다. 마을에 도착하면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멀리 용문산이 포근히 마을을 감싸고 길가에 뻗은 나무가 반기는 고향 같은 풍광이다.

몽글몽글 응고현상 두부 만들기
마을을 구경하노라면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난다. 마을 회관에 모인 부녀회원들이 슬로우 푸드 중 대표음식인 두부 만들기 준비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민속박물관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맷돌 옆에는 물에 담가 불린 콩이 준비되어 있다. 불린 콩을 한 국자씩 떠서 맷돌에 넣고 가노라면 아이들은 서로 맷돌을 돌려보겠다고 줄을 선다. 곱게 갈아진 콩물은 베주머니에 넣고 짜는데 이 때 비지가 나온다. 짠 콩물은 가마솥에 넣고 나무주걱으로 서서히 젖는다. 끓어오르면 넘치니 주의 깊게 봐야하며 바닥이 눋지 않도록 서서히 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들은 아이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도 조심해서 콩물을 젖느라 진지하다. 이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간수를 넣으면 콩물이 몽글몽글 뭉치며 콩단백질과 물의 분리 현상이 나타난다. 천일염을 두면 바닥으로 흘러나오는 간수는 소금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소금 맛을 약간 쓰게 하는 물질인 염화마그네슘(MgCl2)으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여 스스로 녹는(조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콩 단백질의 주성분인 글리시닌은 음 전하(음성 콜로이)를 띄는데 여기에 간수의 양이온(Mg2+)이 결합되기 때문에 엉김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몽글몽글 순두부가 된다. 간수를 너무 많이 넣으면 두부가 단단해지고 쓴맛이 강해지니 주의해야 한다. 이를 자루에 담아 누르면 모두부가 되는데 보들보들 따끈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주문만 하면 뚝딱 눈앞에 놓이는 패스트푸드와 달리 여러 가지 공정과 시간이 드는 슬로우 푸드는 그 과정 속에 숨어 있는 재미와 과학 그리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교육과정이다. 또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입으로 들어가는 결과물과 그 맛의 즐거움은 ‘성취감’이란 또 다른 부수적 효과도 선사한다.

맛나는 웰빙 식당, 보리밥과 된장찌개
이제 짬을 내어 보리밭으로 구경을 간다. 동네 할아버지를 따라 도착한 마을입구의 보리밭은 아이들이 보기 힘든 광경.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춤을 추는 보리밭 사이로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뛰어다니니 보리밭은 아이들의 좋은 학습 터가 된다.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동네 어른들은 이농현상으로 사라졌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되돌려 받고 흐뭇해하신다. 보리와 더불어 밀도 볼 수 있으며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아버지는 벼와 밀과 보리의 구분법을 설명하느라 신명이 난다. 생소한 단어도 있지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시청각교육의 효과는 아이들에게 더 크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밀과 보리를 더 잘 구별해낸다.

경운기 타고 가는 계곡 물놀이
점심식사 후에 따끈한 햇볕을 친구삼아 계곡으로 소풍을 간다. 교통수단은 경운기. 시골에서는 경운기가 농사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기계이며 자가용을 능가하는 이동수단이다. 털털 흔들리는 경운기 위에서 바라보는 계곡과 길가의 야생화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계곡까지는 3km 정도. 마을 사람들만 가는 숨겨진 계곡, 상원 계곡은 폭은 넓지 않지만 용문산에서 흘러오는 수량이 많아 마르지 않는다. 용문산 남쪽 자락에는 상원 계곡 말고도 솔골, 태낭골, 귀골 등 4개의 작은 계곡이 있고 6개의 작은 사찰도 숨어있다.상원 계곡에 들어서면 차가운 계곡물에 발 한번 담가보고 동행한 마을 어른들과 함께 된장과 떡밥을 넣은 어항을 물속 바위틈에 놓는다. 족대를 들고 이리저리 설치다보면 어느새 물고기가 잡힌다. 마을로 돌아오면 보릿고개 마을의 하이라이트인 보리개떡 만들기가 기다리고 있다. 어렵고 힘들 시절 배고픔을 달래주던 음식들이지만 이제는 재미와 체험이 된다. 곱게 빻은 찹쌀가루에 보릿가루를 넣으면 갈색의 보리개떡이 되고 쑥가루를 넣으면 초록색의 쑥개떡이 된다. 단호박을 넣으면 노란색이 되니 세 가지 색의 찹쌀반죽이 곱다. 어른들은 동글납작하게 쑥개떡 보리개떡을 만들지만 아이들은 마치 클레이 아트를 하듯 색을 섞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든다. 개떡 반죽으로 우주선이며 강아지 모양을 만들며 자신만의 예술작품에 진지하게 빠져든다.

민물고기와의 한바탕 숨바꼭질
연수리 보릿고개마을에서 나와 잠시 광탄리에 자리한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 방문도 추천 코스다.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는 민물고기 양식에 관한 연구와 토산어종 치어 방류 사업 등을 펼치는 기관으로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황쏘가리, 열목어, 어름치, 모래무지 등의 천연기념물 물고기들과 가는돌고기, 묵납자루, 대농갱이, 쉬리, 누치, 참마자 등 경기도 특산어류가 커다란 수조 속에서 헤엄친다. 우리나라 민물고기의 생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2층에는 영상학습관이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잉어, 붕어, 장어 등 살아 있는 물고기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야외터치학습장’. 신발을 벗고 수로로 들어가 맨손으로 민물고기 잡이를 할 수 있다. 또한 야외 양식장에서는 철갑상어, 잉어, 향어 등 물고기가 양식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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