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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남쪽 끝 섬, 마라도

2013-08-23

남쪽 끝 섬, 마라도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대한민국 최남단을 찾아가는 길은 소풍이라도 가듯 설렌다. 제주도의 옆구리에 자리한 송악산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11km. 마라도로 가는 배가 선창을 벗어나자 역시 거센 파도가 뱃전에 부서지기 시작했다. 마라도 가는 길목에서 마주치는 섬이 가파도이다. 파도에 잠길 듯 야트막하게 깔려 있다. 흡사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제주도 우스갯소리로 “가파도(갚아도)좋고 마라도(말아도)좋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거센 파도와 해풍을 맞으며 사는 가파도와 마라도 사람들은 외딴 섬이기에 더욱이 보듬어 살아가는 인정이 많다고 한다. 30여분이면 팔랑팔랑 파도 끝에 마라도가 걸려있다. 검은 바위 도열해 있는 선착장의 계단을 오르면 일순 탄성이 난다. 눈길 닿는 곳까지 펼쳐진 들판이 바람을 몰아대고 그 건너엔 또 바다가 있다.

뱀과 개구리가 없는 섬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마라도는 원래 산림이 울창했던 곳이었다고 한다. 무인도였던 마라도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해는 1883년. 영세농어민 4-5세대가 당시 제주 목사로부터 개간 허가를 얻어 화전을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주민 중 한 사람이 달밤에 퉁소를 부는데 그 소리를 듣고 수많은 뱀들이 몰려들었는데 이에 놀랜 이주민이 그 뱀들을 제거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불타기 시작한 숲은 석달 열흘 동안 불탔다고 하는데 이 때 뱀들은 꼬리를 물고 바다를 헤엄쳐 제주도로 건너갔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마라도에는 뱀과 개구리가 없다. 마라도는 남북으로 긴 고구마형의 섬이다. 면적은 0.3㎢로 폭이 500m, 길이가 1천200m이고 섬에서 가장 높은 곳도 해발 39m 정도밖에 안된다. 섬을 가벼운 산책하듯 일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다.

마라도 구석구석을 거닐다.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할망당(아기업개당)'. 마라도 북서쪽의 해안가에 돌무더기를 둘러쳐 놓았다. 바위 위에 돌담으로 둘러싼 2평 남짓의 작은 사당인 이곳은 본향신을 모시고 있다. 아기를 업어주던 소녀가 뭍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주민들은 해마다 당제를 지내 아기업개의 넋을 위로해 준다. 이곳에서 마라도 해녀들은 물질을 많이 하는데 그곳을 찾으면 가까이 에서 그 광경을 지켜 볼 수 있다. 할망당에서 통일을 기원하는 '통일염원비'가 있는 언덕을 넘으면 마라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라리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주민등록표상 26가구에 67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40여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과 40여명이 모여 사는 작은 섬 마라도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관들이 들어와 있다. 1974년에 설립된 초소가 90년 출장서로 승격된 대정지서 마라출장소도 있고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소는 24시간 필요한 전력을 생산해 내고 있다. 보건진료소, 서귀포경찰서, 마라출장소 등 공공건물과 창고, 음식점 등 40여 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마라교회, 천주교, 기원정사 등 3개의 종교시설도 있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명물이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 교사 1명에 학생 2명뿐인 초미니학교다. 1958년에 문을 열었다. 마라분교 옆에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기 쉬운 '마라도 책방'이 요술의 집처럼 자리잡고 있다. 마라도와 관련된 책 한 종류만 판다. 선착장 부근의 남대문바위는 옛날 본 섬에 위급한 상황을 횃불로 알렸던 봉화대. 뭍으로 나오기전 마지막 둘러 볼 코스다. 그리고 마라도의 명물인 등대가 마라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마라도 등대는 대한민국 최남단 등대다. 1915년에 설치한 마라도 등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남지나해로 나가는 어선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바다의 길잡이로 마라도의 명물이다. 세계 해도에 제주도는 나와있지 않아도 마라도 등대는 표시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시설로 1987년에 개축했다. 등대부근 해안에는 100년에 한번 꽃이 핀다는 백년초가 자생하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변엔 봄이면 유채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이면 초록의 초원이, 가을이면 수천 평의 억새 밭이 펼쳐져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밭의 장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우리 국토의 시발점이자 종착점
억새 밭을 돌아 나가면 이내 우리 국토의 최남단을 알리는 '대한민국 최남단비'가 나타난다. 마라도에서도 남쪽 끝에 있는 '대한민국 최남단비'는 관광객들의 필수 사진촬영 명소다. 최남단비 부근의 장군바위는 이상향 '이어도'를 꿈꾸며 아득히 동지나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어도는 최고봉이 썰물 때 수중 4.5m까지 올라오는 암초로 1900년 처음 발견한 영국 상선의 이름을 따 소코트라초로 불리우고 있다. 우리 국토의 시작인지, 끝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더 갈 곳이 없는 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최남단비 아래에는 장군 바위가 있다. 빼어난 기상을 품은 듯한 장군 바위에는 하늘에 사는 하르방이 땅에 살고 있는 할망을 만나러 내려오는 길목이라는 전설이 서려 있는 장군 바위는 최남단비와 더불어 기념촬영지로 제격인 곳이다. 장군 바위에서 등대를 향해 열려 있는 언덕길을 오르면 마라도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바다 쪽으로는 가파른 절벽과 기암, 남대문이라고 불리는 해식터널이 있는데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면 파도가 용암에 뒤섞여 빚어내는 한 폭의 추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언덕을 내려오면 마라도 도보 여행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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