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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키릴문자 가득한 여기는 중앙 아시아촌, 광희동 벌우물길을 따라

2013-08-30

키릴문자 가득한 여기는 중앙 아시아촌, 광희동 벌우물길을 따라
동대문 운동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광희1동 부근에 외국사람들이 모여 산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곳을 ‘중앙아시아촌’이라고 부른다. 중앙아시아? 어디쯤이 중앙아시아인지.. 지도를 놓고 보면 중동지방과 극동아시아 중간쯤... 몽골을 중심으로 러시아에서 떨어져 나온 또한 투르크메니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렇다. 광희동에는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이 있다. 공장도 없는 이곳에 외국사람들이 왜 모여 있을까. 얼굴 까무잡잡한 동남아 사람도 아닌 코크고 눈 파란 사람들, 그러니까 제법 멀리서 온 사람들이 하필이면 이곳에 모였을까. 이상도 하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광희동에 모인 이유
이곳에 중앙 아시아촌이 형성된 것은 십년이 조금 넘는다. 중앙아시아의 보따리 장사들이 동대문 시장을 들락거리게 되고 그 횟수가 더해가면서 그들을 대상으로 한 운송회사, 무역 관련업이 조금씩 생기게 되었고 지금은 음식점에 카페까지 생겼다. 중앙아시아촌은 벌우물길 삼송길이 주를 이룬다. 동대문 운동장 1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이어진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알파벳을 거꾸로 적어놓은 듯한 키릴문자(러시아 글자)와 환전 알림판이다.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키릴 문자는 한글과 영어를 제치고 마구 적혀있다. 식당과 상점. 여행사, 미용실, 인쇄소, 술집.. 모두 적혀있어 우즈베키스탄의 작은 중소도시에 와있는 느낌이다. 심지어는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면 벌금을 문다는 경고문도 키릴 문자와 나란히 적혀있고 개인적으로 룸메이트를 구하는지 무슨 물건을 잃어버렸는지 대학가에 붙은 ‘하숙구함’처럼 손으로 써서 붙여놓은 종이도 키릴문자라 궁금증을 유발한다.

서울에 떠있는 몽골섬
키릴문자의 극치는 벌우물길 중간쯤에 자리한 뉴금호타워다. 이곳에 들어가면 건물의 입점 안내판에 한글이 하나도 없다. 알아볼 수 있는 것은 ‘Information'과 층수를 나타내는 아라비아 숫자뿐. 10층 건물인 이곳을 사람들은 ‘몽골타워’라 부른다. 이유인 즉슨 몽골식당을 비롯해 몽골식 미장원, 화장품점, 무역회사, 운송회사, 식료품점 등 몽골과 관련된 업체들이 뉴금호타워를 잡아먹었기 때문. 몽골신문과 몽골 방송의 비디오테이프도 구할 수 있고 몽고인들끼리 소식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으며 3층의 몽골식당에서는 5천 원 정도면 몽골 음식을 맛나게 먹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게딱지처럼 붙어있는 몽골말의 전단지가 빼곡하다. 주말이면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몽골인들이 이곳에 와서 일주일치의 식재료를 구입해가고 서로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한다. 그야말로 이 건물은 ‘서울에 떠있는 몽골섬’이다.

그들의 정취가 구석구석 배어있는 이국적인 볼거리
다시 거리로 나와 본다. 벌우물 길의 중간쯤에 이르면 여기저기의 간판들과 사람들에서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생활하고 먹고 마시는 삶의 흔적이 보인다. 구석구석 배어있는 그들의 향취에 이국적인 볼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도 느껴져 한쪽 가슴이 짠해온다. 그러다 만나는 곳이 광희빌딩 뒤편의 삼송길에 위치한 모퉁이 음식점이다. 뭐라고 뭐라고 서있는 간판글씨는 읽을 수없지만 ‘러시아 전문요리’, ‘샤스릭 바비큐’ ‘폴로프’ ‘만티’ ‘벨메니’ 등 각주를 달아놓은 한글은 읽을 수 있어 이곳이 러시아 음식 파는 곳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쭈삣주삣 들어가니 만두빚는 아주머니가 어쪈 일이라는 눈길, ‘저기~’하고 말을 거니 한참만에야 대답을 하는데 발음이 다르다. 이렇게 저렇게 의사소통해가며 물어보니 가게이름은 크라이노드노이 레스토랑. 러시안 요리와 구이 전문점으로 고향마을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고향을 느끼고 또 힘을 낼 수 있었으면 한다는 취지다.

중앙아시아의 별미들
양고기를 고치로 만들어 구워먹는 샤스릭이 가장 대표메뉴이고 아주머니가 빚고 계신 작고 귀여운 만두는 물만두인 벨메니,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만두는 쪄서 먹는 만티, 그리고 폴로프는 볶은 밥이라한다. 그러다 신명이 났는지 소고기를 넣고 손수건으로 싼 듯한 부침개 블린느, 검은 깨 같은 것이 잔뜩 붙은 부어치키, 단팥빵 같은 리벼스카.. 줄줄이 보여준다. 주인의 이름은 라리샤. 특별히 러시아식 스테이크도 보여주신다. 몸집이 넉넉한 아주머니들이 식탁에 앉아 만두를 빚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며 호의를 보여주니 ‘고향마을’이라는 의미의 상호가 적절히 맞아 떨어진다. 그러다 문뜩 러시아의 시골 마을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먼 타국 땅에 와 있는 사람 말고 러시아 땅 시골마을에서 농사지으며 편안히 살고 있는 러시아 아주머니를 만나보고 그 마을에서 잠자며 고요하게 며칠을 보내고 싶어진다.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에는 ‘사마리칸트’라는 곳도 있다. 역시 양고기 볶음밥, 빵, 음료와 술을 판매하는데 쯔예플랴토를 비롯, 타바카, 플로브, 슈르파 등 러시아 요리가 맛좋아 한국 사람들도 찾는다. 이 곳 역시 음식값이 비싸지 않다. 게다가 고향에서 쓰던 주전자, 식기에 음식을 담아 먹고 보드카도 마시는 곳이다. 스피커에선 우즈베키스탄 노래가 흘러나온다. 극동아시아와 중동 사이쯤에 위치한 중앙 아시아. 그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현지 신문, 담배, 술은 물론 현지 방송을 녹화한 테이프도 구해보며 돈 벌어 금의환향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중앙 아시아촌 찾아가기
동대문 운동장역 12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중앙 아시아촌, 코 크고 눈이 파란 금발의 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키릴문자가 잔뜩 쓰여진 거리 간판들, 외국인 거리의 특징인 국제전화 안내 번호와 가격표가 곳곳에 붙어있고, 거리의 환전 간판 옆에서 검은 보따리를 놓고 쉬고 있는 이방인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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