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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를 찾아 떠나는 연등국제선원 템플 스테이

2013-09-13

나를 찾아 떠나는 연등국제선원 템플 스테이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면 어디론가 일탈을 하고 싶어진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 무료해지고 무기력해질 때,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도 되는지,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지에 회의가 들 때는 강화도 연등국제선원으로 향해보자.어떤 종교를 믿은 상관이 없다. 자연이 주는 안온한 품과 정갈한 선방, 풍경소리와 그윽한 묵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차분하게 한다. 절집의 스님처럼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고, 웰빙 채식에 적당한 산책을 곁들이면 몸속의 회색빛 기운이 초록으로 바뀌며 새 힘이 솟는다.


풍경소리 들으며 진정한 휴(休)의 시간을 가져요

1day // 산자락의 일부가 되어 예불하고 좌선하고..직장인과 학생들을 배려한 연등국제선원의 주말 템플스테이는 오후부터 시작한다. 사실 절이야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곳이라 언제 어느 때 도착해도 무방하다. 두세 시쯤 연등국제선원에 도착하면 사무장을 만나 방배정을 받는다. 속세에서 입던 옷을 벗어 가지런히 두고 편한 회색빛 수련복으로 갈아입으면 벌써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어 차 한 잔을 두고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찰예절을 익힌다. 법당의 가운데 문은 스님들이 다니는 문이며 법당의 정중앙 자리도 스님의 자리이니 이를 피해 측면의 문과 자리를 사용해야하는 것 등이다. 더불어 인사법도 배운다. ‘합장’은 불교의 독특한 예법으로 두 손의 손바닥을 맞대고 몸과 마음을 모아 예의를 표현하는 것이다. 합장한 자세에서 허리를 앞으로 45~60도 기울이는 것은 ‘합장절’로 일주문을 넘어 부처님 도량으로 들어가서나 나올 때, 법당에 첫발을 들여놓거나 나올 때, 경내에서 스님과 인사할 때 합장 절을 한다. ‘큰 절’은 삼보(부처님, 법, 스님)에 대한 예의와 상대방에 대한 존경을 의미하며 동시에 스스로를 낮추는 수행법이다. 신체의 다섯 군데(양 무릎, 양 팔꿈치, 이마)를 땅에 닿게 하는 것으로 큰절을 반복해 108배나 1080배, 3000배의 기도나 참회가 이루어진다. 이때 배운 큰절로 새벽예불 후 108배를 드리게 된다.

연등국제선원이 다른 사찰과 다른 점
연등국제선원은 영어로는 Lotus lantern Int'l Meditation Center다. 다른 사찰의 템플스테이와 다른 점이 있는데 이름에서처럼 그냥 사찰이 아니고 국제선원이다. 명상 즉 참선을 주로 사는 곳이며 외국인에게 선을 가르쳐주기 위한 장소다. 이곳 연등국제선원은 1997년 성철 큰스님의 제자이신 故 원명스님의 발원으로 개원하였다. 10여 년 동안 외국인 상대 포교를 해오면서 참선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원명스님이 연등국제불교회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강화도에 개원한 것이다. 법당, 요사채, 객실 등 모두 5개 동, 2천여 평의 농지를 포함하고 있다. 여타 유명하고 거대한 사찰의 경우 숙소와 세면시설, 난방시설의 불편함이 많은데 연등국제선원은 새로 지은 정갈한 방이 특히 인상적이다. 깔끔하고 따뜻하고 방 마다 세면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찾는 이들마다 만족도가 아주 높다. 그렇다고 외국인만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국인도 물론 가능하다.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 외국인들이 참선을 위해 찾는 곳이라 이곳의 스님은 외국인이다. 현재 일교 스님(러시아)과 일고 스님(스위스)이 상주하시고 혜행 스님(러시아)과 일조 스님(러시아)인 주말에 오신다. 국경을 넘어 외국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으며 아이들과의 영어 명상 체험 등이 가능한 것도 이곳만의 자랑이다. 저녁공양 후 예불은 작고 아담한 대웅전 법당에서 드리게 된다. 이어지는 좌선 시간. 가부좌를 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 있으면 자동차의 경적소리, 요란한 TV 화면, 시끌벅적 인터넷 게임 등은 저기 저 먼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세상사 아등바등 살던 시간들이 까마듯하고 심지어 오늘 오전시간도 마치 꿈결 같다. 그것이 꿈속의 나인지 지금이 꿈속의 나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사찰의 밤이 깊어간다.

둘째날 일정
2day // 봄 햇살 바라기하는 포행과 잊지 못할 사경시간똑똑똑 또르르 똑똑똑 또르르 道場淸淨無瑕穢~ 三寶天龍降此地~ 만물이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는 미명의 새벽. 목탁소리가 들린다. 사찰에서는 사람이 깨어나기 시작하는 인시(3시~5시)가 되면 천지만물을 깨우며 도량을 정화하기 위해 도량석이 진행된다. 그리고 산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불을 밝힌 법당에서 예불이 올려진다. 예불문, 광명진언, 발원문, 반야심경에 이어 108배도 하게 된다. 큰 키를 구부리고 접어서 108배까지 해내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진지하다. 아침공양시간은 오전 6시. 세시 반부터 일어나 108배를 했으니 아침공양이 꿀맛이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천만번 맞다. 이제 연등국제선원 주변으로 슬슬 걸음을 향해보자. 가볍게 걷는다는 뜻으로 ‘경행’이라고도 하고, 걸으면서 선을 한다 해서 ‘행선’이라고도 한다. 세속 말로 풀면 포행은 ‘느릿느릿, 천천히 걷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약수터나 전망이 좋은 길, 깊이 숨어있는 길, 도반들과 함께 다니는 길 등 스님들은 어느 수행처를 가더라도 자기만의 포행 길을 개척해서 한가하고 조용한 수행의 시간을 갖는다.

외국인 친구와 함께 하는, 글로벌화한 템플스테이
이제 고경선방으로 자리를 옮겨 사경시간을 갖는다.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경전이나 가르침을 옮겨 적는 사경은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고경선방에는 일인용 책상과 먹, 벼루, 붓, 종이가 준비되어 있다. 평소 붓을 잡을 기회가 별로 없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난생 처음 붓을 잡아보는 서양인들에게 먹과 벼루, 그리고 붓은 낯설기만 했다. 어떻게 글씨를 써야 하는지 당황한 기색이다. 하지만 사경이 갖는 의미와 방법에 대한 일교스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은 뒤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붓을 들고 사경을 시작한다. 한 글자씩 옮기는 모습이 사뭇 진지한데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의 참여가 유난히 많은 연등국제선원에서는 ‘국제화된 사경’을 하고 있다. ‘한문ㆍ한글ㆍ영어’를 함께 담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諸惡莫作(제행막작) 衆善奉行(중선봉행) 自淨其意(자정기의) 是諸佛敎(시제불교). / 모든 악한 행을 하지 말 것이며, 모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여서,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 Not to Commit any bad things to do good and to Purfy one’s mind that is the teaching of all the Buddhas.” 50여 분간 사경을 마치면 사찰의 인이 새겨진 붉은 색 낙관을 찍어준다. 참가자들 모두 성취감으로 금메달을 받은 듯 뿌듯해한다. 다시 사시예불을 하고 점심공양을 하면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끝이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는 휴식시간과 자유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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