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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공주 밤 줍기 + 밤 요리

2013-09-20

공주 밤 줍기  밤 요리

충청남도 공주는 알토란같은 가을밤으로 유명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노란 벼이삭들이 손을 흔들 듯 스쳐지나가는 풍광을 만끽하며 찾아가기 좋은 곳이다. 목적은 밤 줍기. 일 년 중 가을인 밤 수확 철에만 할 수 있는 체험 거리라 그런지 참여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도착지는 공주시 신풍면 동원리의 논과 산이 어우러진 원골마을. 겉보기엔 여느 농촌마을처럼 평화롭고 조용하지만 이곳은 밤줍기 +알파가 있는 마을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하는 밤줍기
먼저 밤 줍기를 하러간다. 빼곡한 밤나무 아래 밤송이들이 끝없이 널려있다. 양파자루 하나씩을 나누어 주면 그 안에 가득 채운 만큼 가져가는 것인데 따갑다고 주춤대던 아이들이 두 시간쯤 지나니 집게와 나무막대기 신발 모서리를 이용해 제법 잘 까고 또 줍는다. 밤 줍기는 2시간 남짓 진행돼 자칫 지루해 하지 않을까 싶은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수확과 생산의 기쁨이란 것이 더 큰 모양이다. 전리품 마냥 자루 하나씩을 꽉꽉 채워 돌아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해님보다 더 크고 활기찬 미소가 가득했다.

예즉농, 농즉예’(藝卽農, 農卽藝)!
마을로 돌아오는 길, 어느 농촌이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공주시 신풍면의 동원리는 원래 원님이 살았다고 하여서 ‘원골’이라고 하였는데 요즘은 예술 마을로 더 많이 불린다. 얼핏 보면 주변의 다른 농촌마을처럼 땅을 믿고 하늘을 우러르는 농사꾼들이 사는 마을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뭔가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마을의 모든 농민들이 예술가라는 것이다. 도시에서 예술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귀향을 한 것이 아니고, 동호인들이 잠시 머무르는 것도 아니고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으며 땀 흘려 농사짓는 농민들이 예술가다. 마을 곳곳에 그들의 작품이 보이고 해마다 8월이면 ‘예술과 마을’이라는 예술제도 연다. 1993년 시작했으니 오래 되기도 했다. 밭일 논일을 하는 짬짬이 몸속에 숨겨두었던 끼를 꺼내 논두렁에 밭 가장자리에, 집 앞 담장에, 경운기 오가는 길목에 작품을 만들어 전시한다. 어깨너머로 보던 농군들의 솜씨를 보고 부산경남청년작가 대표 이상진 씨가 당시 조창묵 이장에게 제의 하니 마을단위에서 이루어진 첫 번째 미술제가 열렸고 당시의 이름은 ‘예술과 원골’이었다. 그 후로는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미술제를 이끌어나가니 마을 입구에서부터 마을 안쪽 정주나무까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야외 전시장이다. 농군들이 모두 예술인이요 농산물, 농기계 같은 일상의 것들이 작품으로 등장하니 ‘예즉농, 농즉예’! 예술이 농사고 농사가 예술인 것이다. 그래서 원골 마을 탐방은 예술작품 만들기가 메인이다. 특별한 형식은 없다. 눈에 보이는 대로 느낀 대로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다. 샘플은 마을 곳곳에 있다. 주렁주렁 매달린 조롱박에 사람얼굴을 그려 넣으니 ‘가족’이란 작품이 되고, 낡아서 못 쓰는 자전거 타이어를 길게 잘라 색을 칠해 동네 원두막에 걸어 ‘뱀’이라 하니 여름철 더위 쫓는 시원한 작품이 된다. 논과 논 사이의 길에는 이리저리 개구리가 뛰어 다니니 그 길목에 흰 선을 그어 ‘개구리 횡단보도’를 만들어 주었다. 차량 운전자는 개구리가 건너기를 기다리고 아이들은 예술과 자연보호, 따뜻한 마음이 절로 습득된다.

톡톡톡 꽃손수건 만들기
마을에 도착해 예술작품을 구경하고 예술작품을 하나씩 만들어 보았다면 이제는 구슬땀을 닦을 손수건 만들 차례다. 가장 먼저 할일은 들로 산으로 나가는 일. 노란 꽃송이, 빨간 열매, 초록의 잎 모두 소중한 재료가 된다. 평소에는 꺼리던 노란 애기똥풀은 진액이 쓸 만하고 민들레는 꽃부터 줄기 뿌리까지 모두 작품 속에 넣을 수 있다. 재료가 준비되면 올이 고운 광목천의 반쪽에 온갖 색깔의 들풀과 들꽃을 배치한다. 엄마 얼굴모양이 되기도 하고 마을의 개울과 울타리 모양이 되기도 하고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의 지도가 되기도 한다. 나머지 반쪽의 천을 덮어 그 위를 숟가락을 두드린다. 단체 체험 온 아이들이 부모님과 더불어 일제히 숟가락을 두드리면 천둥소리 같기도 하고 드럼 소리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불협화음 심한 소음처럼 들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것 또한 일종의 리듬이 생겨 개울물 흘러가는 소리와 조화를 이룬다. 20~30분 쯤 두드려 물이 들고 모양이 나타나면 천을 펼쳐본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의 모양이 나타난다. 이 천을 그늘에 말려 집으로 가져간다.

정주나무 아래의 맛난 식사와 개울가 물놀이
원골 예술마을의 중앙부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350년이 훌쩍 넘은 느티나무다. 원골사람들은 정주나무라 부르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기고 있다. 팔을 쭉 벋은 듯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여름이면 마을 어르신들의 휴식처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 된다. 또 체험 온 가족들의 놀이터가 되니 이곳 옆 원두막에서 꽃 손수건 만들기를 하고 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나무 옆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무 아래로 돌아와 허수아비 만들기 체험을 한다. 점심은 뷔페식이다. 방금 쪄낸 따끈한 송편, 김치, 고사리에 갖은 야채를 넣은 부침개, 간장에 잘 삭힌 고추, 새콤달콤 도라지와 오이 무침, 아삭아삭 콩나물, 시원한 열무김치에 구수한 된장국이 팥밥과 어우러진다. 너도나도 한 접시씩 가져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 앉으니 금세 밥한 그릇이 뚝딱이다. 식사 후에는 바로 옆 개울가에서 잠시 물놀이를 즐긴다. 물마시던 종이컵으로 물고기를 잡겠다고 씨름해보고 물탕도 튀기면 바라보는 부모님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밤이 유명한 공주
‘밤나무골에 효부난다’는 속담이 있다. 밤은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대표적인 구황작물 중 하나로 여겨졌다. 동의보감에 밤은 ‘기를 보강해주고 장과 위를 든든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는 만큼 각종 영양분이 고루 들어있는 식품이다. 그런데 ‘밤’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고작 겨울철 골목길 군밤, 쌀과 함께 짓는 밤밥, 할머니들의 영양 간식인 밤양갱 뿐이다. 하지만 공주에 가면 밤으로 만든 요리가 많아 메뉴가 제법 다양해진다. 밤만두, 밤묵밥, 밤막걸리, 밤냉면, 밤순대, 밤묵말랭이……. 들어나 봤나? 밤된장찌개, 밤묵밥 그리고 밤만두, 밤묵잡채, 밤국수와 도토리 대신 밤으로 만든 밤묵말랭이. 쌉싸래한 맛의 도토리도 좋지만 달콤한 밤으로 묵을 만드니 어린아이들이 더 좋아라 한다. 전통 의학에서 밤은 과실 중에 많이 유익한 것으로 분류된다. 기운을 돋우고 위장을 강하게 해 정력을 보강해 준다. 꾸준히 섭취했을 경우 위장의 기능이 활발해지니 소화력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밤은 근육의 기능도 돕는다.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나 노동, 스포츠로 힘 쓸 일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 근육통이나 사지 무력감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뿐인가. 장이 튼튼해지기 때문에 대변이 기분 좋게 나와 설사가 잦은 사람은 밤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대부분 밤 분말을 첨가해 요리를 하는데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밤 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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