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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땅 끝! 바다 시작! 한국의 호카 곶, 소매물도 등대섬

2013-09-27

땅 끝! 바다 시작! 한국의 호카 곶, 소매물도 등대섬
섬부자 통영이 품고 있는 5백여개의 섬
한반도의 남쪽, 섬부자로 불리는 통영에는 526개의 섬이 있다. 사량도, 욕지도, 연화도, 한산도, 비진도, 장사도, 매물도 등 하나같이 경관 좋은 섬들이다. 이중에서 통영에서 남동쪽으로 26km, 한산면 매죽리에 위치한 소매물도는 이름처럼 섬이 작고 주민은 50여명인 아기자기한 섬이다. 헌데 한해 관광객은 3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무엇을 보러가는 것일까? 정말로 그렇게 예쁠까? 궁금하면 직접 가볼 일이다. 통영항에서 한 시간 넘게 뱃길을 달려 도착한 소매물도 선착장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생각보다 평범하다. 아니, 새로 들어선 펜션들로 오히려 살짝 실망스럽다. 지나쳐 올라가면 길이 갈라진다. 왼쪽으로 돌면 소매물도 섬 주위를 돌게 되는 트래킹 코스이고 중앙으로 가면 학교를 걸쳐 등대섬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당연한 듯 해안길로 접어든다. 사분사분 해안길을 걸으니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인공의 것들이 사라지고 자연이 펼쳐진다. 짙은 파랑의 바다와 옅은 파랑의 하늘이 파래트의 물감처럼, 포토샵의 그라데이션처럼 그렇게 어우러진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 속을 걷는 듯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메밀만을 지어먹던 매물도와 형제섬
그리고 저 멀리 매물도가 보인다. '매물'은 경상도 사투리로 '메밀'을 뜻한다. 그 옛날 물이 부족해 '메밀'만 재배한 섬이라 하여 매물도가 되었다한다. 또 다른 전설은 전장에서 개선하는 장군이 탄 군마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마미도로 불리다가 매물도가 되었다한다. 그 매물도와 형제섬이지만 매물도에 비해 덩치가 작아 이 섬을 소매물도라 부르니 혹자는 ‘그럼 저 섬은 대매물도라 불러야하지 않으냐’고 한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입씨름을 하며 걷는 길은 각양각색의 초록이 함께한다. 이 길엔 후박나무 군락지, 동백나무군락지가 있고소나무가 풍성하며 사스레피나무와 물푸레나무, 옻나무 등 섬의 크기에 비해 식생이 다양하다. 길은 폐교로 이어진다. 1969년에 문을 연 학교는 13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96년 폐교되었다. 잡초 가득한 한낮의 운동장은 한적하기 그지 없다.

하루에 두 번만 허락하는 섬
마을에서 올라오는 지름길과 만나 데크계단을 따라가면 망태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관세역사관이 있으니 1970년대 남해안 일대의 밀수를 감시하던 소매물도 감시소였다. 이제 이 섬의 하이라이트를 만날 차례다. 건너편으로 꿈에 그리던 소매물도 안쪽의 등대섬이 보인다.탄성이 튀어나올 듯 하기자기한 등대섬은 정말로 동화 속에 나올 듯 어여쁘다. 그리고 그 섬에선 무언가 나를 기다릴 것만 같다. 이것을 보려고 그 먼 길을 달려왔나 싶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음에 고맙기도 하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섬으로 가는 길, 열목개가 나온다. 등대섬과 소매물도를 잇는 70cm의 몽돌 해변을 열목개라고 하는데 밀물과 썰물에 의해 4시간씩 하루에 두 번만 물길이 열린다. 울퉁불퉁 몽돌해변을 건너면 드디어 등대섬이다. 1917년 처음 불을 밝힌 등대는 48km까지 불빛을 비추며 남해를 지나는 선박을 인도한다. 초원을 가로질로 등대섬 정상에 선다. 바람이 시원하다. 병풍바위가 펼쳐지고 공룡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는 공룡바위도 있다. 그 옛날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의 사신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그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과차’라 바위에 새긴 글귀가 병풍바위 아랫 쪽 글씽이 굴에 있다한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지점, 호카곶 그리고 하얀 등대
등대섬에 오르니 포르투갈 리스본 서쪽에 있는 호카곶(Cabo da Roca)이 생각난다. 호카곶을 사람들은 ‘땅의 끝’이라 부른다. 바다 너머에 또 다른 세상이 있는지를 알지 못하던 시대에 붙인 이름이다. 정확히 말하면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땅의 끝’을 고집한다. 그리고 대륙의 끝, 세상의 끝이라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 바람에 몸과 마음의 덩어리들을 씻는다.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며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 자리가 세상의 끝이 아니라 신대륙 발견으로 내 달았던 바다로의 시작,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임을 되뇌며 새로운 힘을 받고 일어선다. 등대섬 꼭대기 역시 한반도의 최남단은 아니지만 병풍바위 건너 끝이 보이지 않는 쪽빛 바다와 그 너머로 바다와 하늘이 경계가 없어지는 그곳이 세상이 끝처럼 보인다. 등대섬 끝자락에 앉으면 진시황제의 사신이 쪽배를 타고 바다 끝으로 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세상의 끝이자 맘속에 꾸려놓은 이상향의 시작인 곳, 그곳이 바로 등대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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