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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궁예와 억새의 산, 포천 명성산

2013-10-04

궁예와 억새의 산, 포천 명성산
명성산은 ‘울음산’이라는 뜻이다. 궁예가 고려 태조 왕건에게 패한 뒤 이 산으로 쫓겨와 크게 울었다는 전설에 따라 붙여진 것이니 흐드러지게 핀 억새밭을 걸으며 역사를 되짚어 봄직하다.

명산에 얽힌 역사와 전설
해발 923m의 명성산은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과 이동면,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에 걸쳐 우람한 산세를 뽐낸다. 정상인 상봉은 행정 구역상 강원도 철원 땅에 솟아 있으나, 산행 기점이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이어서 흔히 포천의 명산으로 알려져 왔다.전국의 명산에는 역사와 전설이 넘쳐나는데 임꺽정의 전설이 남은 경기 양주시 불곡산이 그러하고, 견훤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일대의 산과 남부군의 한으로 얼룩진 지리산이 그러하다. 포천의 명성산은 궁예의 전설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나라를 잃은 궁예가 올라 회한에 잠겼다는 국망봉,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도망가다 길이 험해 말에서 내린 채 걸었다는 도마치봉, 궁예의 부인 강씨가 남편에 의해 죽기 전에 피해서 살았다는 강씨봉 등 이 일대 봉우리를 찾을 때마다 궁예의 전설을 들어야 한다. 명성산은 궁예의 한이 절정에 이른 산이다. 나라를 잃은 궁예가 대성통곡하자 산이 따라 울어 울음산, 즉 명성산(鳴聲山)이라고 했다던가. 산 곳곳에 궁예와 관련된 지명이 전해오고, 왕건에게 쫓기던 궁예가 피살된 것도 이 산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런 점에서 명성산은 궁예산이라 할 만하다. 또한 신라의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안은 채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이 산이 그와 함께 통곡했다는 전설도 어려 있다.

하늘로 흐르는 은빛물결 억새
명성산 기슭에는 국민관광지인 산정호수가 누워 있다. 산정호수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지만, 명성산은 일부 등산인들 외에는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1997년부터 억새 축제가 열림으로써 수도권 으뜸의 억새밭인 명성산의 진면목이 알려지게 되었다. 정선의 민둥산, 창녕의 화왕산 등과 함께 포천의 명성산 역시 초가을부터 겨울까지 그 자태를 자랑한다.명성산 억새 산행은 산정호수 동부 주차장 옆의 작은 다리에서 시작된다. 계곡길을 따라 1시간쯤 오르면 용이 등천했다는 등룡폭포(쌍룡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고 잠시 후 능선길로 접어들면 30분만에 억새밭에 닿는다. 바람결에 출렁이는 회백색 억새의 물결을 어느 시인은 ‘하늘로 흐르는 은빛 물결’이라 했던가. 햇살을 받으면 은억새, 석양에 물들면 금억새, 달빛에 젖으면 솜억새로 명성산이 흔들린다. 억새밭 위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길로 가면 삼각봉을 거쳐 명성산 정상으로 이어지고 억새밭 위의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1시간쯤 내려가면 자인사에 이른다. 산정호수 북단에 자리 잡은 자인사는 왕건과 궁예의 악연을 풀어준다는 뜻으로 세워졌다. 또한 스스로를 미륵이라고 칭했던 궁예를 위해 미륵불을 조성해 오늘에 이른다. 절 자체는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경내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맛좋기로 소문나 인근 주민들이 즐겨 퍼간다. 입구에서부터 경내에 이르기까지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우거진 운치도 일품이다

산행 후 즐기는 이동갈비와 막걸리.
포천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니 47번국도변의 포천 이동갈비집이다. 갈비와 갈비의 나머지 살을 이쑤시개에 꽂아서 만드는 이동갈비는 양념장에 버무려 놓았다가 참나무 숯불에 구워내기에 맛이 담백하고 양이 푸짐하다. 1960년대 초반 백운계곡 오르는 영평천 가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해 여름이면 흰 암반과 맑은 물을 즐기고, 겨울이면 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갈비와 더불어 막걸리 또한 유명하다. 일동과 이동 막걸리 양조장에서는 쌀 막걸리, 조껍데기 막걸리, 검은 콩 막걸리, 더덕 막걸리 등 여러 종류의 막걸리를 생산해낸다. 360리터 대형 옹기 300여개가 줄을 선 것이 이동 막걸리 양조장의 풍경이며 낡은 듯 허름한 양조장 굴뚝에는 이른 아침부터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술은 1964년부터 포천의 군부대에 납품 되었었다. 고된 훈련을 마친 군인들이 내무반으로 돌아와 들이키던 막걸리가 얼마나 맛있었을까. 휴가 나와 한잔, 제대하고 한 잔 하며 그 맛을 잊지 못하니 포천 막걸리는 단순히 맛있는 술, 그 이상의 추억이 담긴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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