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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행복한 가을길 걷기, 제천 자드락길

2013-10-25

행복한 가을길 걷기, 제천 자드락길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충북 제천. 이곳은 월악산ㆍ소백산ㆍ치악산 등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지역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제천을 가려면 말 발굽이 다 부러졌다’고 돼 있을 정도로 험준하다. 험준하다는 말은 비경이 많다는 뜻도 된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비단결 같은 청풍호와 수려한 산세를 넘나드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면.. 제천 자드락길을 걸어보자. 자드락길이란 ‘나즈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작은 오솔길’을 일컫는다. 자드락길은 이름에서 주는 어감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길이다.

천년고찰에서 세상 삼라만상과 마주하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품고 있는 제천은 물만큼 산도 많은 곳이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비봉산과 장엄한 비경을 품은 월악산, 남한강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수산 등 수려한 산세에 숨어 있는 마을도 많다. 자드락길은 제천의 아름다운 호수와 산, 마을을 아우른다. 총 길이 58km, 7개의 다양한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코스마다 개성이 뚜렷해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그중 두 번째 코스인 정방사길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길이다. 산행을 즐기지 않거나 시간에 쫓기는 여행객이라도 만족스럽게 둘러볼 수 있으니 꼭 한번 가보자. 길은 금수산의 숨은 계곡인 능강계곡 입구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정방사까지는 약 2.5km. 사찰 바로 밑에 주차장이 있어 차로도 닿을 수 있지만 맑은 계곡물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솔숲을 따라 걷는 것도 좋다. 느린 걸음으로 1시간쯤 걸었을까? 정방사로 이어지는 돌계단에 올라 일주문 대신 세워진 석문을 지나니 제일 먼저 해우소가 나타난다. 근심과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라 했던가.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해우소 작은 창에 청풍호의 그림 같은 절경이 담겨 있다. 법당에 오르기 전 잊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다. 해우소를 나와 법당 앞마당으로 올라서니 이번에 더 큰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날아갈 듯한 비봉
산과 푸른 청풍호, 월악산 백두대간 능선이 한데 어우러져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금수산 절벽 아래 자리 잡은 작은 산사가 이토록 넓은 풍광을 품고 있을 줄이야. 세상 삼라만상과 마주한 것 같은 기분에 저절로 넋을 놓는다.

자드락길의 백미, 정방사
금수산은 약 500년 전까지는 백암산이라 불렸단다. 퇴계 이 황이 단양군수로 재임할 때 그 경치가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해서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능강계곡 옆에 두고 정방사 오르는 길이 마냥 아름답다. 일주문이 따로 없었다. 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선 바위가 있을 뿐이었다. 바위들 틈으로 들어서자 큰 근심과 작은 근심 내려놓는 해우소가 오묘한 냄새와 함께 객을 반겼다. 일주문이 세속 번뇌 밖에 두고 부처님 향한 마음만 품고 오르라는 경책이니 바위들이 일주문인 셈이다. 종각에서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오르면 우측부터 작은 법당들이 옆으로 나란했다. 다실인 청풍루, 스님이 기거 중인 유운당, 주법당인 원통보전, 나한전이 의상대라 불리는 큰 바위에 기댔다. 800m 신선봉 능선 자락에 제비집처럼 앉은 게다. 이채로웠다. 정방사 뜰 곳곳엔 나무의자가 있었다. 왜일까. 의자에 앉으니 의문이 풀렸다. 정방사 아래로 바다 같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다. 순간, 생각이 멎었다. 가슴을 가득 메운 풍광은 마음 안에 잡생각 끼어들 틈도 주지 않았다. 운무와 비구름에 휩싸인 왼쪽 구담봉이, 정면 월악산이 아스라이 보였다. 하늘이 허락했다면 멀리 월악산과 구담봉, 청풍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였다. 산 계곡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바람을 타고 퍼지는 모습은 영혼까지 송두리째 흔들었다.

정방사에 전하는 전설
정방사는 의상 대사가 점지하고 제자가 세웠다. 정방사 안내글에 따르면 신라 문무왕 2년(622), 의상 대사 문하 여러 제자 가운데 정원 스님이 창건했다. 정원 스님은 10여년이나 천하를 두루 다니며 부처님 법을 공부해, 세상사 모두 무상임을 알고 부처님 법을 널리 펴고자 의상 대사를 찾아다녔다. 수소문 끝에 의상 대사가 원주에 있는 어느 토굴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뵀다. 의상 대사는 큰 반석에 앉아 정진하고 있었다. 정원 스님은 절을 하고 여쭸다.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펴고자 합니다.” 스승은 말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여쭸다. “10여년간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해보니 부처님 가르침이 세간을 떠나지 않았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펼 수 있도록 해 주시옵소서.” 이렇게 말씀 올리고 다시 삼배하고 합장하니, 그제야 스승이 입을 열었다. “네 원이라면 이 지팡이를 따라가다 멈추는 곳에 절을 지어 불법을 홍포하거라. 산 밑 마을 윤씨 댁을 찾으면 네 뜻을 이루리라.” 며칠 동안 산 넘고 물 건너 뒤를 따르니 지방이는 지금의정방사 자리에서 멈췄다. 즉시 산 밑 마을 윤씨 댁을 찾았다. 신이하게도 윤씨는 정원 스님을 보자 이런 말을 꺼냈다. “어젯밤 꿈에 의상이라는 스님이 구름을 타고 집에 오셔서 ‘내가 그대의 전생을 잘 알고 있소. 불연이 있어 말하니 내일 어떤 스님이 오거든 절 짓는데 도움을 주시오’라고 말한 뒤 구름타고 가셨소이다.” 해서 정방사는 정원 스님의 ‘깨끗할 정(淨)’, 아름다운 산세를 지녔다는 뜻의 ‘꽃다울 방(芳)’을 써서 이름을 가졌단다.

청량한 기운 가득한 치유의 숲길 따라, 얼음골 생태길
정방사에서 다시 능강계곡 입구로 돌아와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자드락길의 세 번째 코스인 얼음골 생태길이 시작된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빙혈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보기 위해 피서객들과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능강교에서 출발해 돌탑과 만당암을 지나 얼음골까지 5,4km의 숲길이 이어진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계곡 상류에 가까우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여기가 바로 얼음골이다. 군데군데 얼음을 캐려고 파헤쳐진 구덩이에서 김이 서려 나오고 한기에 오싹해서 닭살이 돋을 정도다. 이곳의 얼음은 초복에 가장 많이 어는데 그 얼음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알려져 있다.

충주호의 비경에 빠지는 유람선
아무튼 자드락길은 총길이 58㎞, 7개 코스가 개발돼 있다. 자드락길은 7개 코스 모두 저마다의 운치를 자랑한다. 모두 청풍호를 조망할 수 있다. 그 청풍호를 보려면 주로 청풍나루에서 유람선을 탄다. 유람선을 타고 청풍호의 푸른 물결과 바람에 몸을 실으면 쪽빛하늘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그림 같은 호반의 풍광이 연인처럼 따라 다닌다. 또 차를 몰고 청풍대교 옆으로 호반을 달리면 알프스 지역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정치가 물씬 풍기는 별장식 휴양지인 ES리조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를 지나면 비단에 수를 놓은 듯 계절마다 고운 빛깔을 담아내는 금수산의 기암절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계속 가면 아치 형태의 옥순대교를 지날 수 있다. 여기서 옥순봉ㆍ구담봉의 멋들어진 석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청풍호 여행의 절정이라 할 만하다. 이제 이 비경을 자드락길을 걸어서 구경하고 또 나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시간으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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