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여행

겨울 맛의 고향, 통영을 찾아서

2013-12-13

겨울 맛의 고향, 통영을 찾아서
일제시대 때부터 ‘동양의 나폴리’로 불릴 정도로 국내 대표 미항으로 이름난 통영에는 과연 겨울 먹거리가 가득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섬으로 둘러싸인 통영에 볼거리와 먹거리를 가득 차린 ‘한상’이 떠억 차려졌다. 원래부터도 맛난 음식으로 유명하던 곳이지만 추울수록 더욱 입맛을 당기는 음식들이 대거 등장했다.

통영의 겨울 먹을거리 일번 타자

통영 곳곳에선 바다가 호수처럼 보일 정도로 완전한 수평선을 보기 힘들다. 바다에 둥글둥글한 섬들이 가득 떠있기 때문이다. 솥단지같은 이 바다는 황금들판과 푸른 목장 못지않은 풍요로운 바다다.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이 차가운 물 안에 잔뜩 잠겨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굴 생산국이다. 그리고 국내 굴 생산량의 70%는 바로 이곳 통영 수하식 굴수협을 통해 거래된다. 수많은 섬들에서 흘러나오는 비옥한 토양의 자양분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굴이 씨알이 굵고 맛이 좋다. 모두 통영굴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통영과 같은 남해 바다를 끼고 있는 인근 거제. 고성에서부터 심지어는 여수까지 통영 수하식 수협에서 굴 위판 경매를 하고 있다. 제철 굴이 나기 시작해 김장철을 맞아 최고 값으로 뛸 때는 하루 저녁 경매(1회)에 10억원까지도 기록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굴의 고향’인 통영에선 어떻게 굴을 먹을까? 관광객들이야 당연히 통영에 굴국밥이나 굴밥 등 맛난 굴요리가 발달했을 것으로 기대를 하겠지만 통영에선 그냥 생굴을 먹는다. 흑산도에서 홍어를 삭히지않고 신선하게 회로 맛보는 것처럼 통영에선 굴을 따로 조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통영의 독특한 술문화, 다찌집

통영에서 빼먹지 않고 들러야하는 곳은 바로 다찌집이다. ‘다찌’는 선술집을 뜻하는 일본어 ‘다치노미야(立ち飮み屋)’에서 유래한 통영의 술문화로. ‘소주 1병에 1만원’식으로 술값만 내면 그날 장을 본 재료로 푸짐한 안주를 만들어 내오는 집이다. 굴 몇 개와 멍게. 호래기. 방어회 등 싱싱한 해물을 올려주고 볼락이나 전갱이 등 생선구이도 내온다. 가자미 튀김. 꼴뚜기 등 마른 안주도 집어주는데. 이런 안주의 종류는 그날그날 다르다. 새벽장을 봐서 차린 안줏감인데 일찍 떨어지면 별것 없고. 손님이 없으면 늦게 온 손님에게 몰아주니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하지만 안주의 양이나 면면을 보면 제 아무리 술값을 친대도 서울 일식집의 반값이면 족할 듯하다. 통영 앞바다에서 잡히는 제철 생선은 한번도 냉장고의 차가운 김을 쐬지않고 다찌집 손님상에서 사라져간다. 그럼 다찌집에서는 어떻게 술을 마시는 것일까. 우선 서서 마시지는 않는다. 통영에서는 다찌집이 실비집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실비집은 안주를 마련한 실제 비용만을 받는 술집을 뜻한다. 실비집이나 선술집은 어려웠던 시절에 하루 일과를 마친 노동자나 서민들이 찾던 저렴한 술집이다. 다찌집에서는 술만 시킬 수 있다. 다찌집이야말로 통영의 독특한 술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술집이다. 이곳에는 독특한 주문법과 계산법이 있다. 메뉴판에는 술 종류와 가격만 적혀있다. 다찌집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소주건 맥주건 한 병에 1만원 한다. 소주 1병이 1만원, 맥주는 1병에 6000원, 기본은 무조건 3만~4만원을 맞춰야 하는 곳도 있다. 술은 얼음이 채워진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겨 나온다. 플라스틱통이야말로 ‘다찌집’의 불문의 원칙이다. 이 플라스틱 통이 없다면 그곳은 다찌집이 아니라고 해도 무방하다. 안주의 선택권은 손님에게 없다. 손님은 주인이 내주는 대로 안주를 먹어야 한다. 주인이 내놓는 안주, 다찌집의 원동력은 바로 새벽시장으로 유명한 서호시장 또는 그날 가까운 포구에서 산 싱싱한 해산물로 구성된다. 그러다보니 안주는 날마다 다를 수 있고, 계절 따라 달라진다.

이밖에 통영의 다양한 먹을거리

통영에 다찌집이 등장한 것은 아마도 바닷가 통영 사람들의 엄청난 주량 때문인 듯싶다. 주당들에게 관심은 안주가 아니고 술 자체였을 터. 그러니 술이 주인공이고, 푸짐한 갖가지 해산물로 만들어낸 안주마저도 술의 조연 역할밖에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나 덧붙이자면. 술 좋아하는 통영 사람들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평가는 딱 두가지다. 하나는 ‘술안주로 좋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해장에 그만이다’는 것이다. 유명한 시락국밥(시래기국)도 이같은 향토 음식 중 하나로 쌀쌀해진 지금이 제맛이다. 생선 육수에 된장을 풀어 끓인 시래기 국인데 이게 별미다. 보통 통영의 가정에선 디포리(밴댕이)나 멸치를 넣고 육수를 낸다지만 서호시장 내에는 장어머리를 곤 육수로 끓여낸 시락국밥집이 관광객들에게 유명하다. 시장엔 죽집도 유명하다. 녹두죽과 호박죽. 팥밀장국(팥수제비) 등을 쑤었다가 손님이 찾으면 그때마다 내주는데 가격도 3000원 선으로 저렴하고 허기와 한기를 달래기 좋다. 통영사람들은 주변에 누가 아프면 이곳에서 죽을 사다 병문안을 간다고 한다 통합 전 통영시의 옛이름은 충무시였지만. 여전히 충무의 이름을 간직한 것이 바로 충무김밥이다. 충무김밥은 원래 여수~부산을 오가던 여객. 화물선의 승객을 대상으로 만들어 팔던 뱃머리 김밥에서 유래됐다. 밥이 잘 쉬지않도록 김으로만 밥을 싸고. 무김치 등 반찬을 따로 넣어 줬는데 이 맛이 유난히 좋아 인기를 끌어 지금의 충무김밥이 나왔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쉽게 맛볼 수 있지만 역시 원조는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징어 대신 홍합이나 호래기(작은 오징어 종류)를 졸여 맛이 한결 풍부하고 통영 멸치젓을 넣은 무김치도 시원하고 입맛을 당긴다. 강구안과 여객선터미널 건너편에 충무김밥집이 수두룩하니 몰려있다. 맛좋은 통영의 밤은 이렇게 깊어간다.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