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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악마의 유혹, 신의 물방울.. 청도 와인터널

2013-12-20

악마의 유혹, 신의 물방울.. 청도 와인터널
가끔은 상상 속 장면인 실제로 겪은 어떠한 상황보다 더 실제적일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동화되는 그 느낌을 알까? 김찬삼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분이다. 감히 세계 여행을 쉽게 꿈꾸지 못하던 1950~60년대부터 총 20회의 세계 여행을 하며 160여 개국 답사하고 총 14년 지구 둘레 32바퀴 거리를 돌며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든 인물이다. 그런 그분의 강의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칠레 와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와인은 태고적부터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인류의 친구로 서양속담에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으며 "와인이 없으면 계약도 없다."라고 할 정도로 서양 사람들의 생활에는 항상 와인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칠레와인 중에 ‘악마의 와인’이 있다고 한다. 산티아고에서 버스를 타고 꼰차이또로(Concha y Toro) 와이너리 투어를 가면 만나게 된다. 종류별로 늘어선 포도나무에서 직접 포도를 따먹어보고 나서 와인 시음을 하게 된다. 포도가 너무 달아서 못 먹을 수도 있다는걸 칠레 가서 처음 알았다고한다. 그리고는 들어간 동굴같은 와인 저장고. 그속에는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 악마의 와인이 그득했다. 바깥은 더운데 그곳은 서늘한데다 약간은 음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악마의 와인은 와인의 맛이 너무 좋아 와인도득들이 극성이자 와인 저장고에 악마 그림자를 만들고 악마가 살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는 것, 그런데 와이너리 투어를 가면 저장고에서 소물리에가 갑자기 불을 끄고 악마의 와인에 대한 탄생이야기를 전해 주는데 선생님도 강의를 할 때, 그들이 했던 것과 똑같이 불을 끄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때의 전율이란...

청도 와인터널
서론이 너무 길었나보다. 청도에 도착했다. 칠레는 아니지만 이곳에 와인터널이 있다. 그것도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닌 감으로 만든 감와인이다. 철로 레일을 따라 걷다보면 까만 아치가 보이고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그 안쪽에 새로운 세계가 기다린다. 약간을 어둠고 서늘한 그곳, 마치 김찬삼 선생님이 칠레에서 방문했다는 악마의 와인 저장고 같은 곳이 말이다. 청도의 감와인 터널은 길이가 1km 된다. 역사는 110년 쯤 된 곳이다. 일제가 한반도를 침탈하고 대륙진출의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하여 침략야욕에 불타던 1896년 착공하여 1904년 완공한 철도터널로 길이는 1,015m, 폭 4.5m, 높이 5.3m 규모다.1905년에 경부선 철도를 개통시켜 초기에는 단선으로 증기기관차를 운행하였다. 하지만 터널은 지형적으로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어서 경사가 급해 당시의 증기기관차로는 힘이 부쳐 시커먼 연기를 내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면서 고개를 올르내리다 결국 인근 남성면 역과 삼성현 역에서 기관차를 회차하시키며 사용이 중지된채 방치되었었다. 그러다 감와인 저장고로 다시 태어났으니 터널안은 연중 온도 15, 16℃에 습도 60∼70%로 와인 숙성을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니 110년만에 자기몸에 맞는 입은 입은 듯 감와인 숙성고와 시음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감 숙성에 일등 공신
내부로 들어서면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적별돌을 3겹의 아치형으로 쌓여 운치가 있다. 처음에는 터널 중 200m 정도만 시음공간과 와인 저장고로 활용해 오다가, 이제는 터널 전체를 100∼200m 단위로 나누어 역사기행박물관, 빛이 없는 어둠의 공간, 와인 맛 감별 공간 등으로 새롭게 개발했고 터널 벽에는 개인용 와인 진열장을 마련하여 방문객들이 자신의 와인을 이곳에서 전시, 숙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저런 볼거리를 구경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순간 탄성이 나온다. 양쪽벽면을 타고 오르던 와인병은 아치형의 벽을 거슬러 올라 드디어 천정까지 점령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깜깜한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고 감탄한 적은 많지만 껌껌한 터널 속에서 하늘에 빼곡한 와인병을 보고 감탄하기는 처음이다. 와인 맛을 모르는 문외한이라도 행복감을 느끼니 와인을 좋아라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꼼짝도 하기 싫을 것 같다. 와인터널을 걷다보면 와인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기다란 나무탁자를 가운데 두고 앉으면 와인전문가가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맑고 고운 와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곧이어 오고가는 질문과 대답들.. 그리고 시음. 잔을 기울여 선명도를 확인하고 잔을 흔든 뒤 코로 향을 맡는다. 그리고는 와인 한 모금을 입 안에 넣고 혀끝을 굴리며 와인의 맛을 음미한다.

터널을 가득채운 와인 향
코르크가 분리된 와인 병에서 퍼져나온 달콤한 와인 향은 이세상이 이곳이 전부인 듯 와인터널을 가득 채운다. 저쪽 테이블에선 마주 앉아 잔을 부딪치는 연인들의 눈빛이 빛나고 또 저쪽 테이블에선 왁자지껄 웃어 제치는 아주머니들의 입담에서도 와인향이 퍼진다. 다시 한 모금을 입 안에 넣고 혀끝을 굴리며 와인의 맛을 음미한다. 오감이 조용히 그리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속으로 우주의 빅뱅이 재현된다. 빠르고 경쾌한 클래식 선율이 온 몸을 헤집고 다닌다. 초겨울 서리맞은 감을 엄선해 빙결상태의 느낌을 살려 즙을 짜고 농축해 만든후 1년이상 와인터널에서 저온발효시킨 아이스와인이라한다. 어찌 감으로 와인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역시 사람의 의문부호는 세상을 바꿀수 있으니 우연히 와인바에서 친구가 가지고 있던 감식초를 보고 감와인인 ‘감그린’이 탄생했다. 와인은 포도로 만들고 그 포도로 역시 포도 식초를 만든다. 그렇다면 감은? 감식초가 존재한다는 것은 맛있는 감와인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해서 결국 감와인이 탄생했다.

감와인의 탄생
감와인은 청도반시를 수확한 후 압착을 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를 10~15℃ 발효탱크에서 한 달 동안 1차 발효를 시키고 다시 공장에서 동일한 온도로 약 1년간 1차 숙성을 시킨다. 발효 후에도 여과과정을 거친 와인들은 저장고에서 약 3년간 2차 숙성을 가지게 된다. 약 3차례에 걸친 정밀 여과를 거치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와인병에 넣어져 6개월~1년 정도의 병 숙성 과정을 거치면 상품이 출하된다. 의문부호로 시작되어 탄생한 감와인은 어쩌면 의문부호로 시작해 전세계를 여행한 김찬삼 선생님과 같은 분일지도 모른다. 끝없이 이어지는 와인 터널과 반짝반짝 터널을 장식하는 작은 불빛들과 그 사이에 놓인 커다란 오크통, 누군가의 사연이 적인 나만의 와인병, 붉게 물들어가는 연인의 볼과 두 눈을 감고 천천히 와인을 음미하는 백발의 노신사까지.. 여기는 칠레의 꼰차이또로(Concha y Toro)가 부럽지않은 청도의 감와인 터널이다. 저 멀리 와인터널로 들어오는 입구가 희미가게 보인다. 그 곳이 마치 딴세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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