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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속초 양미리

2014-02-21

속초 양미리
이맘때 나서는 여행길은 사실 을씨년스럽다. 두껍게 깔린 눈벌판도 없고 얼음판도 없고 찬바람만 매섭다. 그러나 추울수록 제맛 나는 여정도 있다. 동해안 포구 여행이다. 어판장마다 제철 만난 맛난 것들이 깔리고 쌓인다. 본디 노는 물이 차가운 바닷고기들이다. 이것들을 뜨겁게 굽고 끓이고 조리면 동해안 바닷가는 한결 따뜻하고 구수해진다. 썰렁한 바다, 찬바람 몰아치는 포구들을 진하고 깊고 삼삼한 바닷고기 내음이 감싸 안는다. 11월 말부터 2~3월까지 생김새·맛·가격이 천차만별인 개성 뚜렷한 어족들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약 치고 먹이 줘서 기르지 않은 순수 자연산 겨울 바닷고기들이다.

겨울 동해안하면 떠오르는 해산물

겨울 동해안 하면 떠오르는 해산물이 무엇인가. 오징어를 떠올린 사람이 제일 많았고(안타깝게도 오징어 제철은 6~11월이다), 다음이 명태였다(아쉽게도 동해안 명태는 거의 사라졌다). 겨울 동해안 맛의 주인공들은 따로 있다. 주로 못난이들이다. 알려진 대로 초겨울엔 도루묵·양미리가 주인공이다. 한겨울엔 도치·장치·곰치(곰치는 사철 잡히지만 겨울에 제맛이 난다)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에는 버림받았다가 최근에야 그 진가를 인정받은 ‘못난이 물고기’들이란 점이다. 대부분 못난 모습에 먹어볼 것 없어 보이는 몸집을 하고 있다. 잡히면 재수 없다고 바다에 던져 버리거나(곰치), 잡아도 팽개쳐둔 채 발로 걷어차고 다녔고(곰치·도치), 너무 많이 잡혀서 지겨워했으며(양미리·도루묵), 잡혀도 그만 안 잡혀도 그만(장치)이던 것들이다. 이랬던 놈들이 다양한 요리법 개발과 자연산 별미 찾기에 혈안이 된 미식가들의 입맛 덕에 인생역전을 이뤘다. 온난화와 해양오염, 남획으로 말미암은 기존 어족자원의 고갈도 어민들이 못난이들에게 눈 돌리는 구실을 했다. 거저 줘도 시큰둥해하는 대접을 받던 이들 바닷고기들은 이제 고성·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에 이르기까지 각각 전문식당까지 생겨나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인기다. 애호가들이 늘면서 요리 방식도 진화를 거듭하는 추세다. 지금 동해안(정확히는 동해안 중북부 강원도 해안)에선 도루묵과 양미리가 한창 제철이다.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포구에 쏟아져 들어오는 도루묵·양미리는 동해안 겨울 맛잔치의 서막이다. 겨울이 깊어가면서 김치두루치기로 이름난 도치, 찜과 조림 맛이 빼어난 장치가 제철을 맞고, 사철 잡히는 곰치(꼼치)도 한결 제맛을 뽐낸다.

석쇠에서 익어가는 양미리

양미리는 도루묵과 비슷한 시기에 동해안 중북부에서 나는, 비슷하게 흔하던 바닷고기였다. 하지만 최근 도루묵과 생산량·가격에서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도루묵은 갈수록 귀해져 값이 비싸지는 반면, 양미리는 갈수록 풍어를 이뤄 값이 떨어지는 중이다. 20마리에 2천원 정도밖에 안 하는, 아마도 그 크기에 비해 가장 값싼 어족이 아닐까 싶다. 풍어를 이룬 양미리가 어떤 신세인지는 포구 주변 어시장에서 여느 고기를 사보면 금세 알게 된다. 다른 고기를 사면 덤으로 몇 움큼씩 퍼주고 끼워주는 고기가 바로 양미리다. 말린 양미리도 한 두름에 2천~2500원 정도다. 그러나 식당으로 들어가 양미리 구이를 시키면 숯값·자리값 명목으로 10마리에 1만원 안팎을 부른다.

도루묵은 암놈, 양미리는 수놈이 제맛

그래도 그 맛만은 만만찮다. 특히 소금을 홱 뿌려 석쇠에 구워 먹는 양미리는 잔질이 거세지게 만든다. 말려뒀던 양미리를 냄비에 조리면 밑반찬으로 훌륭하다. 어민들이 도루묵 암놈을 선호한다면, 양미리는 수놈을 골라 먹는다. ‘곤’ 또는 ‘곤지’라 부르는 정액 주머니가 맛을 한결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이다. 양미리잡이는 12월 말까지 한다. 양미리를 잡던 배들은 1월부터 도치나 대게잡이에 나선다. 길이가 약 9cm로서 겉모양이 까나리와 비슷하나, 크기가 더 작다. 몸은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하다. 주둥이가 뾰족하고 아래턱이 튀어나와 있다. 비늘이 없고, 한번에 35∼55개씩 총 2~3회에 걸쳐 알을 낳으며, 해조류 등에 붙여 놓는다. 수컷은 알을 보호한 후 죽는다. 한류성 어종으로, 일본, 사할린섬, 오호츠크해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릉에서 고성군 앞바다까지 이르는 동해안에서 늦가을부터 겨울에 잡힌다. 양미리는 굵은 모래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가 동트기 전에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한 번씩 수중으로 튀어오른다. 이때, 미리 바닥에 그물을 깔아 놓으면 튀어 올라서 그물에 꽂힌 양미리를 잡을 수 있다. 촘촘한 그물에 걸려든 양미리를 그물에서 빼내는 것을 ‘양미리 딴다’ 혹은 ‘양미리 베낀다’라고 하며, 양미리의 몸이 상하지 않게 따내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12월에서 3월 사이에 많이 잡힌다. 뼈째 먹는 생선으로, 소금구이, 볶음, 조림, 찌개 등으로 조리하며, 속초 등의 산지에서는 회로 먹기도 한다. 지방에서는 '야미리’, ‘앵미리’라고도 부른다.

이밖의 속초 여행지

1. 드라마 가을동화와 함께 살아 숨쉬는 '속초 아바이 마을'

가을동화로 유명관광지가 된 속초 아바이 마을.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속초 청호동 아바이 마을은 사진인들에게 흥미로운 촬영대상지이기도 하다. 속초에 숙소를 두고 움직인다면 아바이 마을의 별미 ‘아바이 순대’와 가자미회 명태회 냉면 맛을 안 보면 서운하다.

2. 동명항에서 바라보는 설악 풍광

속초 시민들은 청초호 안쪽에 위치한 부두를 속초항, 바다 쪽 외항을 동명항이라 구분하여 부른다. 동명항에 붙어있는 영금정은 이 부근의 갯바위지대를 일컫는 명칭이다. 해맞이 정자가 서있으나 정자 이름이 아니라, 파도가 바위산에 부딪치는 소리가 신비해 마치 신령한 거문고 소리 같다고 하여 유래한 지명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일제시대에 속초항을 개발할 때 이 바위산을 부숴 방파제를 쌓는 바람에 지금처럼 널찍한 갯바위 지대로 형태가 바뀌었다. 영금정에서 바로 옆 가파른 언덕의 계단길을 10분쯤 오르면 속초의 제1경인 속초등대가 나타난다. 설악산 쪽을 바라보면 대청봉과 달마봉, 울산바위를 비롯한 설악의 빼어난 산세와 속초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은 날엔 북쪽 해금강 자락도 보인다고 한다. 아쉽게도 현재는 보수공사 중이라 개방하지 않는다. 동명항 최고의 매력은 바로 청초호와 어울린 설악 풍광이다. 특히 항구 바깥쪽의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은 감동적이다. 고깃배 오가는 청초호 너머로 속초 시가지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그 너머로는 울산바위의 거대한 몸체와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줄기가 두 눈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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