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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생동하는 기운이 가득... 삼천포의 이른 ‘봄맛’을 찾아서

2014-04-18

생동하는 기운이 가득... 삼천포의 이른 ‘봄맛’을 찾아서
은빛 학꽁치∙분홍 메기∙ 제철 도다리 쑥국∙∙∙ 봄꽃보다 먼저 피어난 화어의 본산, 경남 사천(삼천포)으로 떠난 봄 도시락 여행. 사천식 도다리 쑥국은 된장 직접 풀어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데.. 사천(삼천포)은 해산물 천국이다. 1995년에 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통합되어 사천시가 되었지만 삼천포란 이름은 여전히 강렬하다. 주변의 바다는 좁고 물살은 거세다. 다양한 해산물이 거친 물살에서 맛을 키운다. 봄기운을 받은 어물들은 한결같이 몸에 살이 오르고 달다.

삼천포의 도다리 쑥국
사천의 봄은 먹을거리로 시작된다. 도다리 쑥국은 남해안 봄 음식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맘때 여기 어느 횟집이라도 도다리 쑥국을 취급한다. 팔포회타운의 '원조물회집'에서 도다리 쑥국을 시켰다. 40년 경력의 할머니 쉐프가 숙련된 솜씨로 살이 오른 두툼한 참도다리 한 마리를 숭덩숭덩 손질해 봄동, 냉이, 쑥, 된장을 넣어 단순하고 명쾌한 도다리 쑥국을 만든다. 도다리 쑥국을 한 숟가락 먹으면 구수한 된장 맛과 함께 향긋한 쑥 향이 은근하게 퍼진다. 참도다리의 보드라운 살점은 달고 순하다. 통영의 도다리 쑥국이 맑은 된장 국물에 쑥만을 넣는 반면에 삼천포의 도다리 쑥국은 된장을 직접 넣어 진한 맛이 나고 다양한 봄나물과 채소가 들어간다. 도다리쑥국은 관광객이 찾기 전까지 남해안의 가정에서 봄철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끓이던 음식이었다. 통영이 관광지로 주목을 받으면서 덩달아 도다리도 봄철이면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 도다리는 범가자미, 물가자미, 문치가자미 등과 함께 가자미목 붕넙칫과에 속한다. 도다리라는 고유 명칭을 가진 물고기가 있지만 가자미를 총칭해 ‘도다리’라고도 한다. 도다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넙치도 가자미목 넙칫과에 속하는 어류로 도다리와 넙치는 사촌뻘이 되는 생선이다. 도다리쑥국엔 문치가자미를 많이 사용한다. 봄철에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반면 겨울철에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물가자미는 가자미식해로 이용하고 도다리를 회로 먹기에는 여름이 제철이다. 아울러 봄인 요즘은 도다리에 살이 차지 않아 쑥국용으로 먹는다. 도다리에 살이 찰 무렵이면 쑥이 너무 커져 둘은 잘 어울리지 않게 된다. 결국 도다리쑥국은 어린 쑥이 중심이고 도다리는 곁다리인 셈이다. 사천 수산시장에서는 도다리쑥국용 도다리를 참도다리라고 판다. 살펴보니 문치가자미였다. 도다리나 넙치 등 가지미류는 치어 시절엔 농어처럼 좌우 대칭에 일반 어류처럼 눈도 좌우 양쪽에 제대로 자리해 있다. 하지만 자라면서 몸의 한쪽을 바닥에 붙이고 눈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옮겨진다. 넙치와 도다리는 생김새가 비슷해 ‘좌광우도’, 머리를 앞에 두고 ‘좌측’에 눈이 있으면 ‘광어’(넙치),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로 구분한다. 도다리쑥국은 진한 생선 국물 맛보다는 담백한 쑥의 향이 강해야 한다. 따라서 강한 양념을 하지 않는다. 도다리의 내장과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쑥을 씻어 준비해 둔다. 쌀뜨물, 무, 된장 등을 넣어 국물을 만든 후 도다리를 넣고 끓인다. 도다리가 다 익으면 대파와 고추 등을 넣고 다시 팔팔 끓인 후 마지막으로 쑥을 얹은 다음 한소끔 더 끓이면 된다. 쑥을 넣고 너무 끓이면 향이 사라지기 때문에 숨이 죽을 정도면 먹기 시작하는 게 좋다. 예부터 쑥은 구황식물이었고 강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게다가 해풍을 맞고 자란 쑥, 언 땅을 비집고 가장 먼저 올라오는 쑥은 그 자체로 약이다.

삼천포 바다의 다양한 먹을거리
전국 9대 일몰지로 선정된 실안 해안도로의 일몰은 삼천포 출신 시인 박재삼의 시처럼 '울음이 타는' 바다. 거친 바다에는 참나무로 만든 죽방렴이 등대와 함께 서 있다. 4월이면 여기에 멸치가 든다. 삼천포대교가 시작되는 곳인 대방마을에는 유명한 횟집들과 삼천포 죽방 멸치 같은 건어물을 파는 가게가 있다. 3월부터 제철인 새조개가 올해 부쩍 많이 잡히면서 식당들은 새조개 샤부샤부를 주력 메뉴로 내놓았다. 검은색 새부리 모양의 새조갯살을 살짝 데쳐 먹으면 졸깃한 식감 속에서 달보드레한 맛이 깊고 진하게 배어 나온다. 대방 앞바다의 죽방렴에서 잡은 은멸치와 건홍합, 삼천포 쥐치와 보리새우 같은 건어물들을 파는 가게도 몇 군데 있다. 1월에서 3월 사이가 제철인 검은색이 감도는 말린 보리새우는 천연 새우깡이다. 아삭거리는 식감과 한 몸처럼 붙은 살과 껍질이 만든 감칠맛은 술안주로 제격이다. 베트남산 쥐치포가 대세를 장악했지만 삼천포에는 여전히 국내산 쥐치로 만든 쥐치포를 만드는 공장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성일산업'에 들어서자 40년 넘게 쥐치포를 만들어 온 여사장님과 대여섯 명의 아주머니가 손으로 쥐치포를 다듬고 있다. 외국산 쥐포는 얇고 하얗지만 국내산 쥐치포는 두껍고 붉다. 조리를 하지 않아도 단맛이 나는 쥐치에 설탕과 소금으로 조미해 말린 쥐치포는 달콤한 건어물의 대명사다. 완성된 쥐치포를 먹어보면 쫄깃한 식감과 어포의 감칠맛이 단맛과 함께 배어 나온다.

건어물로 만든 꽃, 화어(花魚)
삼천포에는 건어물 문화가 깊고 넓게 퍼져 있다. 쥐치포의 탄생에 직접 영향을 미친 화어는 삼천포 건어물의 꽃 중의 꽃이다. 은빛 찬란한 학꽁치와 화사한 홍매화 같은 새우, 진달래색 물을 들인 붉은메기와 개나리처럼 노란색 치자로 물들인 성대, 검은색 복어와 회색의 달고기로 만든 화어는 일제 강점기부터 최고급 건어물의 상징이었다. 봄꽃보다 먼저 화어가 삼천포를 꽃으로 물들인다. 일제 강점기부터 경상남도를 대표하던 삼천포수산시장은 2013년에 삼천포 용궁 수산시장으로 거듭났다. 잘 정비된 건물 안에는 남해에서 잡히는 대부분의 수산물이 가득한 살아있는 어류박물관이다. 이곳에서 어물을 사서 수산시장 맞은편에 있는 횟집들에 가면 몇천 원 정도의 초장비를 내고 회를 맛볼 수 있다. 횟집들 뒤쪽으로는 해산물 정식을 파는 밥집들이 특히 인기가 많다.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시간 '파도식당'은 단체 손님들로 가득하다. 가자미구이와 새조개 데침과 병어회, 톳나물 무침 등 해산물로만 구성된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구색을 갖춘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만든 것들이다. 봄이면 이곳 특산물인 털게찜도 빼놓을 수 없고 계절 생선으로 만든 시원한 물회 한 그릇도 좋다. 삼천포, 아니 사천의 봄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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