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역사

프랑스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2013-03-23

2013년 새해에 들어 눈에 띠는 문화계 뉴스 가운데 하나가 출판계의 불황 소식입니다.
통계청은 지난 2012년에 가구당 연간 책 구입비용이 처음으로 2만 원 대 이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요, 오늘은 책을 읽는데서 만큼은 배울 게 많은 나라, 프랑스의 한 작은 고서점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소개할 서점은 파리의 센 강가 생셸 거리 초입에 있는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아주 작은 고서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청계천에도 오래된 고서점 몇 군데가 남아 있지만, 이 서점보다 작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서점 안의 좁은 통로 좌우로 천정까지 빼곡하게 중고서적들이 책 냄새를 풀풀 풍기며 쌓여 있습니다.
통로가 어찌나 좁은지 두 사람이 지나가려면 어깨를 부딪쳐야만 합니다. 삐걱거리는 계단으로 이층으로 올라가면 그 좁은 자리에 피아노도 놓여 있어 미니 연주회를 가질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길가로 나 있는 창문을 내다보면 센 강과 함께 노트르담 성당의 멋진 모습을 한눈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파리는 서울에 견줄 수 없는 세계적인 관광지입니다.
따라서 땅값도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것인데, 이런 명당 자리에 겨우 고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자본주의적 이윤원리에 어긋나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서점이 차지해 온 중요한 역할 때문입니다.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19년으로 주인은 실비아 비치라는 미국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의 일원으로 파리를 찾은 미국 지식인이었습니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경제의 1인자 지위에 오릅니다.
하지만 미국의 문인과 지식인들은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문화적, 정신적으로는 공허한 상태라는 데 절망합니다.
그들이 바로 헤밍웨이를 필두로 하는 잃어버린 세대들입니다.
그들은 미국을 떠나 문화의 도시 파리로 몰려듭니다.
실비아 비치도 그런 문화적 망명자의 한 명이었던 것입니다.
파리로 몰려든 미국과 영국의 문인들은 자연스럽게 같은 영어권 출신인 실비아 비치의 서점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그리고 프랑스인 앙드레 지드 등이 그 단골이었습니다.
특히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사점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프랑스판을 직접 출판하기도 했고, 영국에서 판매금지 당한 D.H로렌스의 [채털리부인의 연인]을 출간해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실비아 비치의 서점은 1941년까지 운영되다 2차대전이 일어나 파리가 히틀러의 독일군에게 점령당하면서 문을 닫았습니다.
1945년, 2차대전이 끝나자 누구보다도 미국의 헤밍웨이가 이 서점을 찾았지만, 실비아는 재정난으로 문을 다시 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후에 또 한 사람의 미국인 출판인 조지 휘트먼이라는 사람이 파리에 서점을 엽니다.
그는 실비아 비치의 업적을 기리는 듯에서 자신의 서점을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로 바꿉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바로 그 서점입니다.
실비아 비치가 잃어버린 세대에게 피난처를 마련해주었듯이, 조지 휘트먼은 전후에 새롭게 등장한
‘비트 제너러이션’에게 사랑방을 제공했습니다.
헨리 밀러, 아나이스 닌 등이 대표적인 문인이었습니다.
이 사랑방을 거쳐간 문인들이 대략 4만 명 정도였다고 하니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한 서점을 뛰어넘는
문학의 산실이었던 셈입니다.

제가 얼마전 이 서점을 방문했을 때 조지 휘트먼의 딸이 주인으로 손님을 맞고 있었습니다.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는 문학의 현장입니다.

역사 토막상식, 아하 그렇구나!
출판계의 불황 뉴스를 계기로 프랑스 고서점인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역사를 되돌아봤습니다.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