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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경회루의 권력에 얽힌 역사

2013-05-25

경회루의 권력에 얽힌 역사
요즘 고국의 5월은 쾌청한 날씨에 신록이 어우러져 1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민들이 이런 좋은 계절을 만끽하도록 경복궁을 야간에 개방하고 있습니다.
올 해도 지난 22일부터 내일인 26일까지 야간개방을 하는데 신청자가 얼마나 많았던지, 예약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다운되기까지 했답니다.
여러분은 경복궁에 가면 제일 보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아마 경회루를 꼽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경회루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경회루는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의 서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누각입니다.
넓은 연못을 조망하며 위엄 있게 들어앉은 2층 누각은 한번 감상한 이의 뇌리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뛰어난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이 경회루에는 예술적 품격 이외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사실 경회루는 경복궁의 각 궁궐 건물들과 비교해 보면 다른 건물들과 잘 조화되지 않는 약간 이상한 건축물입니다.
무엇보다도 규모가 너무 큽니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의 바닥면적이 650 제곱미터인데, 경회루의 바닥면적은 무려 2,540제곱미터에 이릅니다.
경복궁에서 가장 큰 건물인 셈인데, 국왕의 집무실이나 처소가 아닌 일종의 부속건물인 누각이 궁궐에서 가장 크다는 것은 아무래도 정상은 아닙니다.
경회루가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크게 지어진 것은 이것을 지은 이가 태종이라는 사실과 관계가 있습니다.
태종은 원래 왕이 될 처지가 아니었으나 두 차례에 걸쳐 왕자의 난을 일으켜 형제들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왕위에 오른 뒤에도 서슬이 시퍼런 권력을 휘둘렀는데 그 과정에 경회루 건설이 이루어졌습니다.
원래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을 창건할 당시 경회루 자리에 작은 누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태종이 이곳을 지나다 보니 그 누각이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조판서 박자청을 불러 이 누각을 수리하도록 지시합니다.
그런데 박자청이라는 인물은 유별난 이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려 말기에 말단 무관으로 있던 자였습니다.
그런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 가담하여 출세 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원래 유학 공부는 별로 하지 않은 무식한 자였기 때문에 이성계를 호위하는 충성스러운 군인으로서 복무했고, 이후 태종 시절에는 군인으로서의 업무 비중이 줄자 공조판서가 되어 건설 부분에서 자신의 충성심을 발휘합니다.
한양 도성의 건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성계의 능인 건원릉 조성도 그가 맡았습니다.
태종의 명을 받은 박자청은 경회루 누각이 기울어진 것은 그 지점이 북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이 지나는 저습지여서 지반이 무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누각을 헐고 그 자리에 북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저장할 넓은 연못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경회루 연못입니다.
그는 연못 가운데에 인공섬을 만들어 누각을 앉히기로 하는데, 강력한 권력을 가진 태종에 어울리도록 그 규모를 장대하게 키웠습니다.
마침내 완공된 연못과 경회루를 본 태종은 “나는 옛 모습 그대로 수리나 하라고 했는데, 이건 좀 지나치지 않으냐”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의 속마음은 아마도 뿌듯했을 것입니다.
이후 박자청은 술주정을 부리는 사고를 일으키고, 부하를 때려 다치게 하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품행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그때마다 태종은 그를 감싸며 보호해주었습니다.
경회루를 성대하게 지은 데 대한 보답이었음은 물론입니다.
이렇게 경회루는 지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거기에는 조정에 피바람을 일으키며 권력을 잡은
태종의 과시욕이 깃들어 있기도 합니다.

역사 토막상식, 아하 그렇구나!
경회루 야간개장 덕분에 경회루 야경을 감상하게 된 요즘, 경회루에 얽힌 권력의 역사를 얘기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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