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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명장 연개소문! 역사에 묻히다.

2009-09-05

명장 연개소문! 역사에 묻히다.
연개소문에 대한 엇갈린 평가
연개소문은 642년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은 뒤, 66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23년 동안 고구려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그에 대해 남아있는 기록은 별로 없고 그나마 남아있는 기록도 독재자 혹은 영웅으로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기록과 삼국사기에 남아있는 기록을 살펴보면, 연개소문은 흉폭하고 무도한 인물로 전국을 호령하며 나랏일을 제멋대로 했다고 되어있다. 또 말에 오를 때는 항상 귀족이나 무장들을 땅에 엎드리게 해 발판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중국의 유명한 경국에서 연개소문은 잔인하고 사나운 장수로 오랜 세월 당나라를 괴롭힌 인물로 표현된다.

실제로 연개소문은 644년, 고구려에 대한 당 태종의 내정 간섭으로 시작된 긴 전쟁에서 당나라군에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645년 수십만 대군이 공방전을 벌인 68일간의 혈전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전쟁은 바로 '안시성 전투'이다. 안시성의 혈투 기간 중 당태종과 직접 맞대고 싸운 성주는 양만춘 장군이지만 당시 당나라와의 혈투를 총지휘한 사람은 연개소문으로 역사는 안시성 전투의 승리를 이끈 인물로 연개소문을 꼽고 있다.

연개소문은 당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서해 장해군도 앞바다에 미리 수군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요동반도 아래 비사성을 함락시키고 뒤로 진격해 오던 당나라 수군의 작전은 물거품이 되었다. 결국 당태종은 늪지대인 요택을 건너 당나라로 퇴각했고, 양만춘에게 화살을 맞아 애꾸눈이 되었다는 야사가 있을 정도로 당나라의 패배는 처참했다. 그렇게 고구려 원정이 끝나고 4년 후 숨을 거두기 직전에 당태종의 마지막 유언도 '다시는 고구려를 공격하지 말라'는 말이었다고 전해진다.

자긍심을 지키기 위한 선택
이렇듯 연개소문은 당나라에는 난폭한 왕이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나라를 지킨 인물이다. 하지만 연개소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좋지 않고, 왕을 죽이고 권력을 뺏은 독재자로만 그려져 있다. 그러나 연개소문이 권력을 빼앗을 수밖에 없었던 것에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다. 제 27대 영류왕이 재위하고 있던 630년 경 고구려는 강력한 통일제국이었던 당나라로부터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영류왕이 선택한 대당정책은 유화책으로 고구려의 지도인 ‘봉역도’를 당에 보내고, 수나라와의 전쟁을 기념한 탑까지 허물어 버리고, 마침내 세자를 당에 보내 조공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연개소문은 고구려의 자긍심을 포기할 수 없었고, 영류왕이 당태종의 간계에 속아 고구려의 위기를 자초하거나, 혹은 당나라가 언젠가 분명히 고구려에 침략해 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쿠데타를 일으켰던 것이다. 역사의 기록만 보면 연개소문은 개인적 원한에 의해 뚜렷한 명분 없이 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연개소문이 펼친 정책을 보면 단순한 개인적인 원한이 아니다. 특히 당과의 관계에서 온건정책과 강경정책의 입장 차이에 의해 혁명을 일으킨 것이라 볼 수 있다. 당고종은 전면전 대신 국지전을 벌이면서 신라와의 연합 외교에 치중했는데, 이에 연개소문 또한 백제와 연합하거나 일본에 사신을 보내는 등 '반당연합세력'을 구축했다. 나당연합군은 660년 백제를 멸망시킨 이후 계속해서 고구려에 무너지고 665년 연개소문이 죽을 때까지 고구려를 단 한 번도 침략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개소문의 죽음과 함께 정세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의 세 아들 남생, 남건, 남산 등의 권력 싸움으로 시작된 내부 갈등이 외부에 드러나자 당나라는 이를 파고들었고, 결국 신라와 당은 668년 고구려를 멸망시켰다.

현재 연개소문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연개소문이 대내정치를 잘 했는지, 국민들에게는 어떤 권력자였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잔인무도하고 포악한 독재자였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은 당시 고구려의 적국이었던 당나라의 시각에서 쓰인 기록이라는 것이다. 왜곡된 기록과 왜곡된 시각으로 역사를 평가하기 보다는 제대로 된 기록을 연구해 연개소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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