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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제주해녀 삶의 기록 ‘물숨’ 고희영 감독

2016-12-06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작가를 거쳐 100여 편이 넘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살아온 고희영 감독!
제주 태생인 그녀가 7년 동안 집념을 갖고 촬영해 완성한 제주 해녀들의 삶을 생생히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이 지난 9월에 개봉돼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고희영 감독의 삶을 소개한다.



암 진단 받고 다시 찾은 제주
고희영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젊은 시절에는 제주도의 한계에 답답함을 느껴 고향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었다. 늘 제주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제주도를 떠나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시사 작가로 밤낮없이 일에 빠져 지내며 자리를 잡았다. 일밖에 모르던 그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나이 40에 암 선고를 받았다. 막막한 느낌이었다. 항암 주사를 맞고 나오는데 문득 제주 바다가 그리웠다.
제주 바다로 달려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물질을 하는 제주해녀들이었다.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위로 나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서 ‘생명’의 에너지를 느꼈다. 그 때부터 제주 해녀들의 삶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해녀들의 마음을 여는데 2년 걸려
고희영은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해녀들 취재에 나섰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해녀들의 냉대였다. 가는 곳마다 한 마디로 거절 당했다. 제주 바다는 해녀들의 생존의 터다. 날마다 바다와 싸우며 힘겹게 이어가는 그녀들의 삶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속 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고희영은 이후 취재보다는 우선 그녀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틈만 나며 해녀들이 좋아하는 보리빵을 갖다 주고 해녀들이 물질을 하러 들어가면 기다렸다가 끌고 나오는 해산물을 들어 주었다. 이런 정성으로 해녀들이 하나둘 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꼬박 2년이 걸렸다.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슬픈 사연들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한 평생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에는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배어있다. 86세인 김정자 할머니는 바다에 딸을 빼앗겼다. 바다 속에서 해산물을 하나라도 더 건지려고 숨을 참다가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그대로 실신했다.
해녀들은 ‘물숨’을 마셨다고 표현한다. 해녀들은 자신의 숨의 한계를 늘 스스로 일깨우면서 물질을 한다.
한계를 넘어서 욕심을 부리다간 ‘물숨’을 마시고 죽게 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제주 해녀들과 함께 한 7년, 욕망을 버리는 법 배워
다시 태어나도 해녀가 되겠다고 제주해녀들은 말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바다는 늘 많은 것을 해녀들에게 주기 때문이다.
이런 해녀들의 마음에 고희영도 동화돼 갔다. 앞만 보고 달리던 지난 세월들 속에 묻어있던 욕망들이 암 덩어리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제주해녀들의 삶 속에 늘 배어있는 욕망과 탐욕을 베어버리는 법을 고희영은 ‘물숨’에서 관객들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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