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표현 중에 글자의 모양은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것들은 글자로 표기할 때 혼동해서 쓰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언젠가 청소년들의 미래 꿈을 다룬 책을 읽다가 이런 오류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는 ‘우주만큼 신비하고 베일에 쌓여 있는 곳도 없지.’라는 구절이 있었는데요, 들을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이것을 글자로 써 놓은 것은 분명히 잘못돼 있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베일에 쌓여 있는 곳’이라는 표현에 있습니다.
‘싸’ 밑에 ‘ㅎ’ 받침을 쓰는 ‘쌓이다’와 발음 나는 대로 쓰는 ‘싸이다’는 발음은 같지만 뜻은 전혀 다른 표현입니다. ‘싸’ 밑에 ‘ㅎ’ 받침을 쓰는 ‘쌓이다’는 ‘쌓다’의 피동으로 여러 개의 물건을 겹겹이 포개어 얹어 놓는다든가 밑바탕을 닦아서 든든하게 마련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반면에 ‘ㅎ’ 받침이 없는 ‘싸이다’는 ‘싸다’의 피동으로 어떤 물체의 주위를 가리거나 막는다는 뜻을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책 내용에서는 ‘ㅎ’ 받침이 있는 ‘쌓여’를 썼는데 이 경우에는 우주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ㅎ’ 받침이 없는 것을 쓰는 것이 맞습니다. 어떤 책이든 맞춤법에 신경을 써서 만들어야겠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읽는 책이라면 더욱 더 신경을 써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