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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배우기

가차 없다

2010-01-11

어쩌다 한 번 실수했는데 이런저런 사정도 안 들어 보고 해고시킨다면 좀 지나친 감이 있겠지요. 이와 같이 사정을 안 보고 냉정하게 처리할 때 ‘가차 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가차(假借)’라는 말을 ‘있다’나 ‘없다’와 함께 쓰면 ‘사정을 보아줌’이라는 뜻이 돼서 ‘가차 없는 비판’이라든가 ‘가차 없이 처벌하다’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원래 ‘가차’라는 말은 ‘정하지 않고 잠시만 빌리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은 한자의 구조와 사용에 관한 여섯 가지 방법 중의 하나로, 어떤 뜻을 나타내는 한자가 없을 때 뜻은 다르지만 음이 같은 한자를 빌려 쓰는 것을 말합니다.

외국어를 한자로 표기할 때 종종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독일(獨逸)’이나 ‘불란서(佛蘭西)’ 또는 ‘서반아(西班牙)’와 같은 나라 이름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자어로 된 국명을 중국말 식으로 발음하면 원래의 나라 이름과 비슷하게 들리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빌려다 쓴 한자는 단지 외국어를 비슷하게 소리내기 위한 것일 뿐이고, 한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뜻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가차 없다’고 하면 임시로 빌려다 쓰는 것도 안 될 정도로 해 볼 도리가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됐고, 결국 ‘가차 없다’는 말은 조금도 사정을 봐 주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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