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비교 대상이 서로 아주 다른 것을 표현할 때 ‘판이하게 다르다’라고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두 사람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렇게 말할 때가 있는데, ‘판이하다’는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 상태 같은 것이 아주 다르다는 뜻으로, 그 말 자체에 이미 ‘다르다’는 뜻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뒤에 ‘다르다’를 덧붙여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성격이 판이하다’ 또는 ‘얼굴이 판이하게 생겼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지요.
‘판이하게 다르다’ 외에도 잉여적인 표현을 써서 말하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독자 노선의 길을 가다’ 같은 표현도 그런 예 중의 하나지요. ‘노선(路線)’이라는 말에도 ‘길’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 뒤에 중복되는 표현을 덧붙여서 쓸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독자 노선을 걷다’ 정도로 고쳐 쓰는 것이 적절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을 안 자고 밤을 보내면서 뭔가를 조사하는 것을 가리켜서 ‘밤샘 철야 조사를 벌이다’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밤샘’이라는 고유어와 ‘철야(徹夜)’라는 한자어는 ‘잠을 자지 않고 밤을 보냄’이라는 같은 뜻을 가진 표현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중복해서 쓸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군더더기 표현을 덧붙여서 말을 복잡하게 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정리해서 말하는 것이 세련된 표현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