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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늘 억새길을 걷다-제9회 서울억새축제

2010-10-26

10월 중순이 지나면서 여름날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건강하게 버텼던 초록잎들은 열매를 통해 한해의 결실을 맺고 마지막 기운을 다해 아름다운 단풍으로 이별을 준비한다. 가을 풍경하면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을 떠올리겠지만 하얗게 물든 풍경도 있다. 바로 억새이다.

하늘 공원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사람보다 키가 큰 억새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는 억새는 마냥 편안해 보이기만 하다. 이런 억새 군락을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있다. 바로 상암동 하늘 공원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높고 높은 가을 하늘에 상큼한 가을 햇살까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291의 하늘 계단을 설레임과 함께 올라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억새밭에 은빛 물결이 출렁인다. 하늘공원의 전체면적 19만 ㎡ 가운데 3분의 2가 억새로 뒤덮여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억새축제도 열린다. 제9회 억새 축제가 지난 16일 개막했다. 키 큰 억새 사이로 사람들의 물결이 함께 춤춘다. 저마다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다.

억새 축제

억새가 하늘공원을 채운 데는 이유가 있다. 하늘공원은 원래 20여 년간 쓰레기 매립지였던 곳으로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화재가 빈번했고 악취가 진동했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변신을 결정한 뒤 자연생태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지반안정화 작업을 하고 배수시설과 인공 땅을 만들어 광활한 초지를 조성, 억새도 이때 심어졌다.

하얀 억새밭에 파묻혀 있다보면 구름 속에 걷는 기분이다. 억새를 좀더 제대로 보기 위해서 전망대로 가본다. 하늘 공원의 전망대는 공원의 명물 중 하나다. 철재 구조물에 바닥지름 3.7m, 윗부분 지름 13.5m에 원형 그릇모양이어서 ‘하늘을 담은 그릇’이라 부른다. 3단으로 된 그릇 안에는 벤치도 마련, 편히 앉아서 공원전경은 물론 한강과 북한산도 시원하게 볼 수 있다.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곳

억새의 오만가지 표정에 여러 가지 상념에 잠겨있는 동안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전망대 뒤쪽 언덕에 올라가보면 빨갛게 지는 해가 ‘하늘을 담은 그릇’ 안으로 똑 떨어지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하늘을 담은 그릇’은 어느새 ‘노을을 담은 그릇’이 된다. 붉게 물든 노을과 은빛 억새, 그리고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대로 가을을 실어준다.

해가 저물면서 하늘공원 입구에 있는 나무계단에는 청사초롱을 밝혀놓아 장관을 이룬다. 이것은 억새 축제 때만 제공되는 서비스다. 축제기간에는 밤10시까지 개방해 서울의 야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자연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생태계생태학습프로그램, 환경교실 등이 열리고 있다. 15년간 쓰레기 산으로 버려진 땅에 하늘공원이 생기고 억새가 우릴 반긴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호흡하며 서로의 소중함 느끼는 곳, 하늘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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