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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사이코 패스, 괴물의 심연(深淵)

2016-01-29

사이코 패스, 괴물의 심연(深淵)
요즘 들어 언론지상을 통해 끔찍한 소식들을 너무 많이 접했습니다. 힘 없는 아이들을 학대해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기거나 심지어 목숨까지도 앗아간 사건들. 그것도 아이들을 그토록 학대한 당사자가 바로 아이들이 가장 믿고 기댈 수 있어야 하는 존재인 부모라는 사실도요. 믿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버젓이 일어나고 있지요. 뿐만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미디어를 통해서는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말보다는 증오와 저주의 말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서로룰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걸까요?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인걸까요?

제임스 팰런 교수의 뇌 연구
이와 관련해서 저는 스스로의 뇌를 분석해 살인자의 정신을 탐색했던 제임스 팰런 교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제임스 팰런 교수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소위 사이코패스라고 말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뇌였습니다. 그는 감정없이 여러 사람을 살해한 최악의 살인마들의 뇌를 연구한 끝에 그들의 뇌에서 공통적인 손상부분을 발견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안와피질, 그러니까 눈을 중심으로 한 뇌의 일부의 기능이 떨어져 있음을 발견한 것이죠. 그것이 물리적 손상이든, 기능적 손상이든 간에요,
사실 인간의 뇌에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부위 뿐 아니라,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부위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 건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848년에 일어난 피니즈 게이지(Phineas P.Gage)사건이었지요. 이 사건은 게이지 개인에게는 엄청나게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훗날 사람들이 뇌와 정신, 뇌와 마음, 뇌와 영혼의 상관관계에 대해 커다란 실마리를 남겨주게 된 사건이었죠. 1848년 9월 13일, 미국은 당시 개척시대 초기로 대륙을 잇는 철도 공사가 한창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철도 건설 현장에서 현장주임으로 일하던 25살의 게이지는 불운한 폭발 사고에 휘말려, 길이 1m, 직경 3cm 정도 되는 커다란 쇠막대에 머리를 꿰뚫리는 부상을 입게 됩니다. 쇠막대는 게이지의 왼쪽 광대뼈로 들어가 머리 위쪽으로 관통했기에, 처음에 사람들은 누구도 게이지가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게이지는 비록 한쪽 눈의 시력을 잃기는 했지만 기적적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사람들은 게이지의 기적같은 생환을 기뻐했지만, 문제는 이후에 일어났답니다. 사고 전의 게이지는 온화하고 사람 좋은 현장 감독이었습니다. 그러나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 난 후 그는 변덕스럽고 폭력적인 인물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고, 도저히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그는 직장에서 쫓겨났고, 수많은 문제들을 일으키며 불행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더욱 심했던 것은 게이지 자신이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게이지 자신도 자신의 성격이 이상하게 변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과연 착하고 순하던 게이지를 이토록 변화시킨 힘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게이지의 놀라운 기적과 더 놀라운 인성의 변화를 지켜보았던 의사는 그의 가족을 설득해서 그의 사후 두개골을 의학 연구에 기증하도록 설득했고, 현재 그의 두개골과 그의 머리를 관통했던 쇠막대는 현재 하버드대학교의 ‘하버드 의과대학 카운트웨이 도서관(Harvard's Countway Library of Medicine)’에 전시되어 있답니다. 게이지의 사건이 일어난 뒤, 130여년이나 지난 후, 아이오와 대학의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이 사건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게이지가 사고 이후 다른 사람이 된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게이지는 쇠막대에 의해 왼쪽 대뇌피질의 전두엽 부분을 크게 다쳤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부위는 그동안 각종 연구 결과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공포와 분노를 진정시키고,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뇌종양이나 다른 기타 사고로 전두엽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기억과 계산 등의 정신 활동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비춰지게 될지를 예측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반사회적인 행동을 자주 하게 된다고 합니다.

뇌 손상에 따른 반사회적 인격 장애
팰런 교수는 이미 이런 결과들을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이와 연관된 연쇄살인 사이에도 이러한 뇌 손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연구하는 중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실험을 할 때는, 실험자의 주관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을 배제하기 위해 ‘맹검법’ 즉 blind test를 하게 됩니다. blind test란 실험자가 자신이 실험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혹은 피실험자가 자신이 하는 실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 하는 실험입니다. blind test는 모든 과학실험에서 주된 바탕이 되는 실험이지만, 특히나 의학 분야에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위약 효과, 즉 placebo effect라고 하여 약물의 경우, 이 약이 진짜라고 확고하게 믿는 경우 효과없는 가짜 약이 증상의 일시적 개선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어쨌든 팰런 교수는 이런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70여 명의 뇌 스캔 사진을 익명으로 분석했고, 그 중에서 안와피질 부근의 뇌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뇌 사진을 따로 추려냅니다. 그리고 이 뇌 스캔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실제로 맞춰보다가 그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그가 골라낸 대부분의 뇌 스캔 사진들의 주인공은 실제 흉악한 살인범이나 범죄자들의 것이었지만, 마지막 사진 한 장은 바로 이 사진들을 분석한 주인공, 바로 제임스 팰런 교수 자신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뇌 스캔 사진만으로 본다면, 팰런 교수는 그 어떤 흉악한 범죄자의 것에 뒤지지 않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괴물의 심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이길 수 있는 유전자는 없다.
처음에는 잠깐 놀랐던 그는, 곧 과학자다운 호기심이 발동해 자신의 뇌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자신이 엄청나게 흉악한 범죄자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지나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묶어 [괴물의 심연(The Psychopath Inside)]란 책으로 묶어내고 테드에서 강연도 하게 됩니다. 그의 주장을 잠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그가 찾아낸 살인자들은 공통적으로 안와피질의 손상과 폭력성과 관련된 MAO-A 유전자의 변형, 그리고 세로토닌에 대한 둔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모두 살인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후성유전학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다이너마이트라 하더라도 뇌관을 건드리지 않으면 폭발하지 않듯이 이 모든 조건들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이들에게 뇌관을 붙여주지 않으면 이들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성장합니다. 실제 제임스 팰런 교수 자신이 그랬듯이 말이죠. 이들을 폭발시키는 원인은 폭력에 대한 경험입니다. 아동기의 학대와 절망, 전쟁과 살인의 목격, 우범지대처럼 폭력이 일상적으로 난무하는 공간에서의 성장 등등 유아기와 아동기에 겪었던 폭력의 상흔은 폭발적으로 자라나는 어린 뇌를 망가드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살인자의 뇌로 완벽하게 변화시켰던 것이죠. 이에 팰런 교수는 테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어린 시절, 특정한 상황에서 많은 폭력을 목격하는 것은 재앙, 완전한 재앙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런 끊임없는 폭력이 있는 세계 지역에서는 이 모든 폭력을 목격한 세대의 아이들이 생깁니다. 만약에 제가 어린 소녀로서, 이런 난폭한 지역에서 친구를 찾고 싶다면, 저를 지켜줄 수 있는 터프한 남자를 찾겠죠. 문제는 이것이 이러한 유전자들을 집중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많은 소년과 소녀들이 그 유전자들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몇 세대 후, 우리는 화약고를 안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중요한 건 사회 시스템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타고난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보통 사람으로 길러질 수 있었던 팰런 교수처럼, 모든 아이들을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 속에서 키울 수 있다면 흉악한 범죄의 피해자가 될까봐 걱정하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폭력성과 연관된 MAO-A 유전자를 도태시키려면 그들이 활동할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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