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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주기율표의 숨겨진 이름전쟁

2016-02-05

주기율표의 숨겨진 이름전쟁
지난 연말,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은 러시아와 미국, 일본 연구진이 발견한 4개의 원소를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114개의 원소로 이루어졌던 원소 주기율표에 4개가 더 추가되어 원소는 총 118개의 원소로 이루어진 주기율표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학창 시절 이후 주기율표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오늘은 이 주기율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주기율표를 기억하시나요?
주기율표는 원소를 원자량의 증가 순서에 따라, 원소의 주기성을 이용하여 배열한 표죠. 주기율표에 대한 기억이 있으신지요? 저는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 중 첫 번째인 수소부터 20번인 칼슘까지 외웠던 기억이 나는데요, 수헤브크노프네나마알지피에스클라크카 라고 주문처럼 만들어서 어찌나 열심히 외웠던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먼저 주기율표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주기율표의 아버지라 불리는 멘델레예프입니다.
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멘델레예프(Дмитрий Иванович Менделеев , 1834~1907)는 1834년 시베리아 서쪽의 토볼스크 지방에서 10명이 넘는 형제 자매들 중에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1861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러시아로 귀국한 멘델레예프는 요즘 학생들이 많이 겪는 문제점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그건 좋은 학벌과 우수한 성적을 지니고 졸업했지만,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덕에 학자금과 생활비로 시작부터 빚을 지고 있던데다가 마땅한 취직자리가 없어서 생계를 꾸려나갈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멘델레예프는 빚을 갚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엉뚱하게도 유기화학 교재를 쓰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러시아에서 화학은 아직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학문이었고, 그래서 러시아어로 된 제대로 된 화학 교과서도 거의 없었고 대부분 독일의 화학교과서를 그대로 가져다가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독일어를 잘 모르는 러시아 학생들은 고역일 수 밖에 없었지요. 독일에서 유학했기에 독일어에 능통했던 멘델레예프는 러시아어로 쓰여진 제대로 된 화학 교재는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멘델레예프가 시대를 읽는 눈은 있었던지, 그가 쓴 유기화학 교재는 꽤나 인기를 끌었고, 그는 이 책으로 돈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책이 유명해지면서 1867년에는 상트페트르부르크대학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멘델레예프의 화학 교과서
그런데 대학교수가 되어 직접 학생들을 가르쳐보니, 이번에는 정말로 제대로 된 화학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두 권으로 된 [화학의 원리]라는 책을 집필하기로 약속하고 집필에 들어갑니다. 멘델레예프가 책을 구상하던 당시에는 총 63개의 원소가 밝혀져 있었다고 합니다. 막상 책을 쓰기 시작한 멘델레예프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내용을 담고자 욕심을 부린 탓에 1권 분량을 모두 집필했는데, 이 1권에 수소, 탄소, 산소, 질소를 포함해 겨우 8개의 원소에 대한 이야기밖에 담지 못하게 됩니다. 출판사와 계약할 당시 2권의 분량에 63개의 원소 모두를 담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2권 한 권에 나머지 55개를 우겨 넣어야 하는 난관에 부딪친 멘델레예프는 할 수 없이 나머지 55개의 원소를 이리저리 배치하다가 이들 중 비슷한 특징을 가진 몇몇개의 원소들을 하나의 그룹들로 묶어서 설명하는 방식을 고안해 냅니다. 예를 들어 리튬, 나트륨, 칼륨, 루비듐, 세슘은 모두 알칼리성을 띤 금속 물질로, 물과 접촉하면 불꽃 반응을 나타내고 폭발하는 성질을 가집니다. 이들을 알칼리금속이라고 하지요. 이처럼 원소들을 특성에 따라 그루핑을 하던 멘델레예프는 비슷한 속성을 가진 원소들이 패턴을 가지고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에 주목한 멘델레예프는 원소를 비슷한 속성을 가진 것들끼리 세로줄에 놓아 배치해, 주기율표(periodic law)라는 것을 1869년 2월 처음으로 만들어 발표하게 됩니다.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의 겸손한 빈틈
사실 이 시기에 멘델레예프 뿐 아니라, 다른 화학자들도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독일의 화학자 로타 마이어처럼 직접 주기율표 비슷한 표를 만들어낸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멘델레예프에게만 ‘주기율표의 아버지’란 명예를 허락했고, 나머지는 역사속으로 잊혀졌는데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당시 등장했던 다른 원소들의 표와 달랐던 것은 바로 ‘빈틈’이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 멘델레예프 생전에는 원소들이 모두 밝혀진 것이 아니라, 63개의 원소만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 원소들만 특정한 순서대로 나열했다면, 멘델레예프는 모든 원소가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밝혀진 원소들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빈 칸을 놓아둡니다. 예를 들자면, 당시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들을 세로줄로 묶다보니 붕소, 알루미늄, 인듐, 탈륨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였는데요, 이중에서 알루미늄과 인듐의 분자량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에 착안해, 이 두 원소의 질량의 절반 정도 되고 이 두 원소와 성질일 비슷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원소가 있을 것이라고 착안해 주기율표에서 이 자리를 공석으로 두었고, 이 미지의 원소의 분자량은 68 정도 되며, 사람이 손에 쥐고 있어도 녹을 정도로 녹는점이 낮으며, 칼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무른 성질의 금속이라는 점까지 예언해 미리 ‘에카 알루미늄’이라는 이름까지 붙여둡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발표한지 6년 뒤인 1875년, 프랑스 화학자 부아보드랑이 발견한 갈륨을 발견하는데, 이 갈륨은 바로 분자랑 69에 30℃에서 녹는 매우 무른 금속이었다고 합니다. 멘델레예프가 예언했던 에카 알루미늄이 드디어 진짜로 발견된 것이죠. 갈륨의 발견으로 인해 멘델레예프가 만들어낸 ‘빈틈투성이’ 주기율표의 위력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뒤이어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의 빈틈을 메워주는 원소들이 연속 발견되면서, 주기율표의 위력이 드러나게 됩니다. 주기율표는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들 사이에 규칙성이 있으며, 법칙을 증명하는데 부족한 증거는 증거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라는 과학의 기본 원리를 그대로 함축한 표였던 것이죠. 즉, 주기율표의 빈틈은 실수나 무지가 아니라, 자연의 규칙을 이해하고 아직 대자연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인간의 겸손함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주기율표 이름전쟁
주기율표가 등장한 뒤, 화학자들은 묘한 경쟁을 하기 시작합니다. 주기율표의 빈틈을 메우는 영광을 누가 차지하느냐인데요, 이렇게 새로 원소를 찾아내게 되면 이 원소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권리를 가지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 원소의 이름을 붙이는데도 유행이 있습니다. 초반의 유행은 신의 이름이었습니다. 다른 원소의 성질과 유사한 신적 존재의 이름을 따서 짓는 건데요, 다른 원소와 결합했을 때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는 원소는 그리스 신화 속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의 이름에서 빌려와 이리듐이라 이름지어졌고, 강한 산 속에서도 녹지 않아 추출하기가 어려웠던 금속은 영원히 고통받는 탄탈로스의 이름에서 따와서 탄탈륨이라 지어졌습니다. 또다른 유행은 특정 지역 나라의 이름을 따는 것입니다. 퀴리 부인은 당시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조국 폴란드를 기리며 새로 발견한 원소에 폴로늄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고, 프랑슘, 아메리슘 같은 나라 이름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반도라는 뜻의 스칸듐, 캘리포니아에서 따온 캘리포늄, 버클리 대학의 이름에서 유래된 버클륨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유행은 사람 이름을 따는 것으로, 멘델레예프의 이름을 딴 멘델레븀도 있고, 코페르니슘, 노벨륨, 뢴트게늄, 퀴륨, 아인슈타니윰, 페르뮴 등의 원소 이름과 실제 과학자들의 이름을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번에 IPAC은 화학연맹은 러시아 두브나 합동핵연구소와 미국 캘리포니아 로렌스 리버모어 공동 연구팀이 발견한 115, 117, 118번 원소와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발견한 113번 원소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며, 이들을 주기율표에 포함시키기로 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자연상에서 존재하는 원소들은 모두 발견했고, 최근 발견된 원소들은 모두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공 원소인데요, 이중에서 네 개가 공식 인정을 받은 셈이죠. 얀 리디크 화학연맹 무기화학분과 회장은 “원자번호로 하면 113번, 115번, 117번, 118번인 이 원소들의 공식 명칭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나 이중에서 113번 원소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일본 연구진이 합성해냈기 때문에, 일본은 113번 원소의 이름을 나라명을 딴 ‘자포니움(Japonium)’으로 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내용을 한권의 책에 압축시키기위한 한 화학자의 고민에서 탄생한 주기율표가 현대 화학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니 인류의 역사는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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