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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노인에게 적절한 맞춤치료, ‘슬로메디신(느림의 의료1)

#윤종률 교수의 백세인생 l 2016-03-12

노인에게 적절한 맞춤치료, ‘슬로메디신(느림의 의료1)
고령사회의 도래와 노인들의 건강상태
해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인인구 수가 늘어나고 있다. 평균수명 또한 우리가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다. 소위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즉 100세 장수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 나이 70세인 분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살아갈 평균 여명이 남자는 평균 15년, 여자는 20년에 가깝고 나이 80에 접어든 분이라도 남자는 평균 10년 정도를 더 사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나이 70-80이면 곧 죽을 날이 가까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남은 여생이 상당히 매우 길다는 의미이다.

아직도 10년, 20년을 더 살아야 하는 노인분들의 입장에서는 남은 여생을 건강하고 활기차고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항상 말씀드리듯이, 현재 대부분의 노인분들은 끊어내기 어려운 만성질병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병마와 씨름하고 사는 편이다. 그래서 노인분들이 사용하는 진료비는 젊은 사람들에 비해 두세배 이상 많다. 열심히 고생하며 벌어두었던 돈을 나이가 들어서 즐겁게 생활하는데 쓰지 못하고 병원치료비로 사용하게 되니 가슴아픈 일이다. 특히 75세 또는 80세 이상의 초고령층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잘 완치되지 않고 합병증도 잘 일으키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치매 같은 만성질환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현상, 즉 노인들의 건강문제는 썩 나아지지 않고 노인의료비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년기 질병치료의 현실
통계자료를 찾아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동안 질병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의료비 중 절반 정도를 65세 이후 노년기에 주로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또 그중에서도 20-30%의 비용은 사망하기 마지막 1년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 가장 큰 비용을 사용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중환자실 치료과정이다. 수술을 하건, 폐렴에 걸리건 노년기에 발생한 질병들은 합병증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질환의 중증도가 높아서 중환자실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잘 알다시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 온갖 의료기기들을 몸에 붙이게 되고 온갖 수액줄을 몸에 꽂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위중한 질환이라면 당연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여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는 아주 나이가 많은 초고령 나이인 경우(보통 85세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신체 면역기능이나 회복능력이 노화현상 때문에 많이 허약해져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나서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때로는 그렇게 힘들게 치료를 받는 도중에 사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나이 80대를 넘어서면서 겪게 되는 노년기의 인생여정
나이가 많아지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생활의 흐름은 어떤 단계를 거치게 될까? 그런대로 몸 상태가 좋아서 그럭저럭 스스로 생활해 나가는 안정된 시기가 몇 년에서 10년 정도 지속된다. 그러다가 크고 작은 질병이나 건강문제가 생겨 병원출입과 입원을 수시로 하게 되는 질병 발생시기가 다가온다. 이런 과정도 몇 년 정도는 지속이 된다. 그리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큰 낙상사고 같은 좀 더 큰 병이 생겨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되는 위기의 순간도 찾아오며,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맞이하게 되는 회복기도 있다. 이런 회복기는 완전하지 않아서 큰 병을 앓고나면 기력이 많이 쇠약해져 있다. 그 이후에 더 쇠약해지면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입원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쇠퇴기가 찾아오고 결국은 죽음을 눈앞에 둘 정도로 허약해진 단계와 호스피스 관리를 받아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다. 사람의 인생이 어차피 한계가 있으니 아무도 이런 과정을 피할 수는 없다.

만약 나에게 이런 시기들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가장 바람직한 것이 너무 성급하고 너무 과격하게 대처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노인병 전문의로서의 바람이다. 요즘의 의료와 의학은 너무 응급의료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30분내에 응급실로 와야하고 1시간이내에 무슨 약을 써야 하고 3시간이내에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야 하고...이런 골든 타임을 강조한다. 물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같은 위중한 질환들을 치료하는데에는 이런 응급의료체계가 참으로 중요하고 그래야 생명을 살린다. 이것을 패스트메디신(빠른 의료)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년기에 생기는 질병들은 생각보다 응급질환이 많지 않다. 지금 바로 수술해야 한다든지, 지금 바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한다든지, 지금 바로 강한 약을 투약해야 한다든지..그런 경우가 흔한 편이 아니다.


그래서 노인환자인 경우에는 좀 더 천천히 사려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치료를 했을 때 감당할 수 있는지, 회복될 가능성은 있는지, 그동안에 어떤 병을 어떻게 치료해 왔는지, 가족들 상황은 어떤지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이것을 슬로메디신(느림의 의료)라고 하며, 70대를 넘어서는 노년기라면 이런 느림의 의료가 가장 적합한 치료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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