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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일류대 다람쥐

2015-08-22

일류대 다람쥐
가을 참나무에는 도토리가 무성하게 열리는데, 이 도토리는 바로 다람쥐의 먹거리가 된다. 그래서 다람쥐는 가을동안 풍성하게 열린 도토리들을 열심히 따서 겨울 동안 먹을 양식으로 저장한다. 이 나무, 저 나무를 열심히 오가며 많이 딴 도토리를 다른 다람쥐들이 모르는 자기만의 장소에 이곳저곳 숨겨놓는다. 그런데 다람쥐는 머리가 총명하지 못해 자신이 숨겨놓은 도토리 저장고를 다 찾지 못한다. 낙엽 밑에 숨겨진 도토리 중 다람쥐가 찾지못한 도토리에서 싹이 나 참나무로 자란다. 이 때문에 깊은 산에도 참나무가 많은 것이다. 아무도 심시 않았는데도 말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사는 다람쥐가 모두 일류대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다람쥐였다면 우리나라 산에는 참나무가 없을 것이다. 똑똑한 다람쥐가 이곳저곳에 자기가 숨겨놓은 모든 도토리를 찾아서 먹거리로 했다면 산에는 참나무가 자랄 수가 없다. 또한, 일류대 다람쥐라면 머리가 아주 좋아서 다른 다람쥐들이 숨기는 곳을 곁눈으로 보고 알아두었다가 모두 찾아 먹어버려 산에는 참나무가 한그루도 없을 것이다. 누가 일부러 심지 않는 한 말이다.

참나무가 없어진 산을 상상해보자. 푸르고 풍요로운 산이 아니라 메마르고 황폐한 산의 모습이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산의 풍경이 될 것이다. 이 세상 모든 다람쥐가 일류대에 들어갈 정도로 똑똑한 다람쥐라면 전 세계의 모든 산은 참나무가 사라진 황폐한 산의 모습이 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최고가 존재할 이유도 있지만, 꼴찌가 존재할 이유도 있는 것이다. 꼴찌 다람쥐가 존재했기에 산이 푸르고 풍요로웠듯이 꼴찌 사람도 존재하기에 세상이 풍요롭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만약 이 세상에
똑똑한 최고의 사람들만 있다면 일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꼴찌 다람쥐가 온힘을 다해 도토리를 딴 후 열심히 이곳저곳에 숨기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찾아먹지 못한 도토리에서 싹이 트려면 도토리는 반드시 흙과 접촉해야한다. 만약 멍청한 다람쥐가 게을러서 도토리를 대충 낙엽위에 뿌려놓는다면 흙과 접촉하지 못한 도토리는 모두 부패한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모두가 다 최고 다람쥐가 되고자 하는 것과 같다. 꼴찌도 최고가 되고자 하고, 중간도 최고가 되고자 하고, 최고는 당연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것에서 인간의 불행은 시작된다. 이러한 삶을 살면서 정신적인 압박감에 시달려왔고, 육체적으로 무리하게 된 것이 만병의 근원인 셈이다.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밤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풍요로움을 가졌지만, 그 대가는 심각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으면 부담이 되는 모든 것들을 비우고, 내려놓는 연습을 해 원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늘 최고, 중간, 꼴찌가 각각 존재해야할 이유가 있으며, 최고는 최고대로, 중간은 중간대로, 꼴찌는 꼴찌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비결이다. 꼴찌가 최선을 다해 꼴찌가 됐을 때, 박수와 갈채를 보내면서 꼴찌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세상이 인간이 살아야할 진짜 세상이다. 주위를 둘러보아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박수와 갈채와 격려를 해주자.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육체적인 허약함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왜 내가(why me?)라는 질문을 수 없이 던지지만,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 이해되지도 않고 해답도 모르지만 아픔과 약함 속에서 자기 존재감을 찾을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꼴찌 다람쥐 때문에 산이 푸르고 풍요한 것 처럼 말이다. 치열하게 무리하면서 자리를 지키는 일등보다는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며 최선을 다하는 꼴찌가 진정한 행복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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