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1세대인 아날로그에서 1990년대 2세대인 디지털로 전환한 이동통신기술은 2000년대에는 3세대 ‘IMT 2000’서비스로 발전했다. 이동통신기술은 10년 단위로 진화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최근 이러한 법칙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현행 3세대 이동통신보다 1000배나 빠른 초당 3Gbps급 무선전송 시스템이 국내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4세대 무선전송시스템을 개발하며 이동통신 분야에서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룩했다.
세계최초 3.6Gbps 무선전송시스템 개발
지난 11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동통신연구단에 마련된 4세대 무선전송시스템 시연장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팽팽한 긴장감은 12개의 디지털 TV 화면에 80개의 고화질 영상이 쉴 새 없이 이어지면서 탄성으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80개의 고화질 영상은 3.6Gbps 속도로 무선 네트워크에 한 번에 보내진 화면이기 때문이다.
이 날 우리나라는 걸어 다니는 속도에서 최대 3.6Gbps의 전송 속도로 데이터를 보내는 저속 이동용 무선전송 시스템을 선보였다. 특히 이 기술은 국제전기통신연합이 4세대 이동통신 속도로 정한 1Gbps보다 3배 이상 빨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 이상 앞선 세계 최초의 4세대 이동통신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기술
ETRI는 2세대인 CDMA와 3.5세대인 와이브로, 그리고 지상파 DMB에 이어 이동통신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초부터 개발에 착수했는데 일본이나 유럽은 최근에 1Gbps급 수준의 기술을 발표한 바 있고 그 이상의 높은 속도를 제공하는 시스템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가 개발에 착수한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실시간 구현까지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 유럽과 미국, 일본같은 이동통신 선진국들도 1Gbps 정도의 시스템 개발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4세대 이동통신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로 불렸다. 난제에 도전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다중 안테나, 고품질의 대용량을 동시에 처리하는 무선제어 등 다수의 원천기술을 이용해 이동통신 강국의 신화를 또 한 번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는 놀라운 4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3.6Gbps 무선전송시스템의 장점
현재의 유선 광랜 기술보다 36배 빠른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IPTV와 같이 대용량 데이터가 소요되는 서비스 환경을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꾸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을 활용하면 HD급 동영상과 고화질 콘텐츠를 가정이나 사무실, 대학 강의실 등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무선을 접할 수 있는 첨단 이동통신세계인 유비쿼터스 세상이 열린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현재 100Mbps급의 속도를 갖는 광랜으로 영화 한 편을 다운 받는데 1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단 수 초 만에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2010년 이후에는 10기가급의 광통신망이 각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는 대용량의 데이터들이 새로 등장할 것으로 보여서, 그 경우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고 볼 수 있다.
향후 전망과 기대
2008년부터 전 세계가 본격적으로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화가 시작되고 우리나라가 개발한 4세대 무선전송시스템은 2010년 표준화 작업을 거쳐 2012년 상용화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4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 경쟁을 헤치고 우리나라의 신기술을 국제 표준에 반영하고, 조기 상용화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시스템 개발로 2008년부터 본격화될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표준화과정에서 매우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토대를 마련한 한국은 지금의 기술쾌거가 표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조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