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오전 0시, 한국 건설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인천대교가 4년 4개월간의 대공사를 마치고 개통됐다. 인천대교는 국내 건설 사업 사상 최대 규모이자 전 세계 교량 가운데 7번째로 긴 교량으로 규모를 넘어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다 위의 고속도로, 인천대교
2005년 7월 착공되어 총 공사비 2조 4천억 원, 연인원 200만 명이 동원된 인천대교는 송도 국제도시하고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총 연장 21.4km의 바다 위에 건설되는 고속도로이다. 전체 길이 18km의 왕복 6차선 교랑으로 교각 없이 두 개의 주탑에서 비스듬히 드리운 케이블로 다리를 지탱하는 형태의 사장교이다. 특히 주탑의 높이는 63빌딩과 비슷한 238.5m이고, 양쪽 주탑 사이의 거리는 세계 5위인 800m로 육지에서도 인천대교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서해 바다를 가로질러 송도 신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거대한 다리의 건설로 이제 서울과 경기 남부에서 인천공항까지 소요시간은 전보다 40여 분 단축된다. 즉 수도권 남부 교통과 물류환경이 크게 개선되어 인천대교 건설에 따른 경제효과는 3조 9천억 원에 달한다. 또한 인천은 동북아 물류 허브로 위상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바다 위 다리를 지탱하는 첨단 기술의 힘
인천대교를 말할 때 규모나 경제적 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기술력이다. 개통 전부터 국내외 견학단의 방문이 줄을 이었던 인천대교는 한국에서 가장 긴 바다 위 도로이다. 교량을 위협하는 파도와 강한 해풍과 눈앞을 가로막는 안개만으로도 엄두가 안 나지만 인천대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조수간만의 차이까지 극복하며 바다 한 가운데 당당하게 서 있다. 게다가 4년 4개월이라는 짧은 공사기간을 극복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 트랙 공사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은 육상에서 상판을 제작, 생산해서 FSLM(Full Spen Launching Method)이라는 공법을 통해서 고품질의 부재를 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세계는 한국의 기술력을 주목하게 했고, 실제로 한국은 빠른 시일 내에 인천대교를 완성하기 위해서 고도의 기술력을 발휘했다. 공기 단축을 위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고, 바다 속에 말뚝을 박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부으면 바닷물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공법 등을 개발한 것이다. 이 밖에도 어떤 자연재해 앞에서도 100년 이상 교량이 유지되도록 다양한 첨단기술을 도입해 많은 나라들이 이미 공사 기간 중에 수의 계약을 맺고 ‘한국의 기술을 수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한국 업체들이 선보여온 최첨단 공법은 세계 건설업계의 신화가 되고 있다.
기술로 도약하는 한국 건설
2003년만 해도 세계 건설 시장의 1.9%를 점유했던 한국이지만 ‘싼 값’과 ‘부지런함’으로 각인됐던 이미지를 깨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경쟁력을 높였다. 삼성건설의 경우, 금년 6월까지 삼성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 최고의 기술인 콘크리트 압송거리를 600여m 경신해서 지상 1km까지 압송하는데 성공했다. 또 세계 건설시장의 주요 분야 중인 하나인 터널 부문에서는 SK건설dl 기존 발파 공법보다 진동이나 분진 등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수펙스 컷(Supex-Cut) 공법을 개발해서 지난해 터키에서 해저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그리고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 짓고 있는 지상 57층, 3개 동 규모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 ‘높이’가 아닌 ‘기울기’로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로 꼽힌 이 호텔 공사가 기존 건물에 새 건물을 기울어지게 올려서 23층 높이에서 만나도록 하는 것으로 이런 기술들은 매우 고난이도에 세계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수주 지역 또한 예전의 중동 중심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정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그린 기술로 여는 미래
한국의 건설 산업은 1965년 태국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이후, 중동 건설 붐을 일으키며 한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하나씩 몸으로 부딪히며 기술을 익히고,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기념비적인 공사를 주도해온 것이다. 기술의 차이라는 것은 쉽게 따라잡힐 수 있는 기술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차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영역의 개척에 큰 비중을 두고 연구해야 한다. 다시 말해 환경을 중시하는 그린 기술과 지구 온난화와 같은 이상기후에 대비하는 수자원 확보 기술, 또 지진이나 해일, 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 예방기술, 극한 환경에서의 건설기술개발 등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간다면 도약이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국이 지금처럼 프런티어 정신을 발휘해서 앞으로도 '건설 한국'의 명성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