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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역사적 혜안의 작가 - 최인호

2004-12-22

날카로운 역사적 혜안으로, 때로는 가슴 절절한 사랑 얘기로, 꾸준히 독자들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 온 소설가, 최인호(60)!! 그런 그가 이번엔, 고구려가 1600년 뒤의 후손들에게 전하는 역사의 모스부호(#)와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시작해, 고구려의 영광을 찾아가는 4만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끝으로, <제왕의 문>을 재탈고 했다.
올 한 해 국제적인 화두로 떠올랐던 중국의 교활한 ‘동북아정책’에 몸살을 앓아온 우리민족에게, 자긍심과 통쾌한 역사적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는 소설을, 10년만에 재출간한 대형작가와의 만남!! 2005년 해방 60주년을 코앞에 둔 지금, 해방둥이 작가, 최인호!! 그는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있는지 인터뷰해봤다.

10년만에 소설 <제왕의 문>을 재출간하셨죠?

최: 1991~1993년까지 2년 6개월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됐던 소설을 10년만에 완성하였다. 사실, 연재될 당시 고구려 유적지나 고구려의 옛 왕도를 한군데도 답사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됐다. 오히려 뒤늦은 여행이 소설작업에 더 많은 보탬이 됐던 것 같다.
고구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가 낳은 가장 뛰어난 영주, 동양의 알렉산더 ‘광개토대왕’의 영광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 해방둥이 작가(1945년생)로, 내년 해방60주년을 앞두고 발간하며 후손으로서 마음의 빚을 갚았다는 느낌이다.

이 소설을 쓰게 되신 계기와 뭔가 강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평범한 역사소설은 아니죠?

최: 우연히 발견한 고구려 토기에 새겨진 낙서와도 같은 ‘#’ 문양의 비밀을 추적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과 중국을 수차례 드나들며 그 역사적 실마리를 찾아냈다. 옛 고구려 선조들이 영토확장에 꼭 빠지지않고 들고다니던 깃발에는 ‘#’ 부호가 새겨져 있었다. 그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10년이란 세월을 투자했다.

워낙 역사적 혜안이 있는 작가로 유명하시지만, 10년 전에 이미 고구려사의 위기성을 경고했던 <제왕의 문>을 올해 마무리하신 것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동북아공정에 때맞춰 다시 손을 보신 거라고 봐야할까요?

최: 나는 이미 15년 전에 중국의 동북공정을 경고했었다. 1990년대 초 벌써 중국의 정책당국이 고구려를 자기역사 속의 변방으로 편입함으로써 언젠가는 일어날지 모르는 국토분쟁의 여지를 사전에 없애려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지금 이 소설이 출간돼야 하는 필수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제왕의 문>을 통해 불길한 전조를 수차례 경고했으나, 언제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허둥대는 우리의 민족성 때문인지 결과적으로 위기에 처했다.
10년만에 다시 내놓은 것도 역사적 위치를 바로잡고 싶어서다.

<제왕의 문>을 취재하러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 차례나 중국을 답사하셨다고 들었는데, 4만KM의 대장정에 관한 얘기를 해주시죠.

최: 먼저, 연재소설을 끝낸 다음해부터 뒤늦은 답사를 나섰다. 1994년 7월에 중국대륙은 물론 만주와 고구려의 옛유적을 답사하는 여행을 시작하여 11월 만추쯤에 대장정이 끝났다. 내 추적여행은 가장 오래된 고구려의 왕도, 졸본부여의 환인을 시작으로 백두산 천지에 이르기까지 중국 가장 깊은 곳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중국으로부터 강제출국까지 당하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얘긴지 들려주시죠!

최: 1995년 11월 24일 서울행 중국항공을 타기 위해 출국 심사대를
들어설 무렵, 중국당국에 의해 강제출국당했다. 그 전에도 몇번 경고받긴 했지만, 그때이후, 1999년 12월까지 중국 비자가 나오지 않아 4년여동안 중국입국을 금지당했었다. 하지만, 구금과 강제출국의 온갖 고초 속에서도 ‘동북공정’에 당당히 맞서 4만 킬로의 대장정 끝에 고구려의 영광을 재현해냈다는 생각에 지금은, 힘든 줄도 모르겠다.

<상도>라는 작품도 이미 중국에 번역 소개돼 베스트 셀러에 오를 만큼 중국 내에서 한류를 이끄는 주역이신데,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게 억울하지 않았나요?


최: 중국에서 출판금지 된 문제의 소설이 된 것에 어찌 담담할 수 있겠는가~웬만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중국에서는 조선족의 문제에 대해서 아주 신경이 예민해있다. 티베트와 위구르족, 그리고 조선족에 대해서 삼대 위험 소수민족을 분류해놓고 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조선족은 배후에 강력한 국력을 지닌 한국이 모국으로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통일될 것이고, 그때는 만주에 살고 있는 이백만 명의 조선족들에 의해서 독립과 국경문제가 야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엄청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뿌듯했다. 중국은 지금 우리의 국력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KBS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해신’이란 드라마의 원작자이신데, 해신에 대한 자랑 한마디만 부탁합니다.

최: 장보고야 말로 이 시대에 맞는 영웅이다. 1,200년 전에 장보고만큼 세계인으로, 미래인으로 살았던 사람은 우리 역사에 아무도 없다. 최근 흥행에 실패한 역사드라마들은 너무 정통을 쫓았기 때문이다. 정통역사극은 다큐멘터리에 맡기고, 드라마는, 영웅 스토리에 초점을 맞춰가야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역사는 낡은 것이라고 치부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영웅담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는 현실인식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닫는 말-
앞으로도 임산부처럼 쓰고 싶은 것들이 뱃속에 가득 차있다고 말하는 소설가, 최인호!! 그는 뚝심있는 대형작가로 역사적 혜안의 작가로, 우리의 잃어버린 왕국을 찾아냈다.

-프로필-
-1945년 서울생.
-연세대 영문과 졸업
-1963년, 서울고2학년 재학 중
<벽구멍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입선
-1967년 단편<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단데뷔
- <그의 장편 소설>
별들의 고향, 내마음의 풍차, 바보들의 행진, 도시의 사냥꾼,
사랑의 조건, 겨울나그네, 불새, 잃어버린 왕국, 상도,해신....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불교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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