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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한류열풍의 주인공 욘사마를 만든 사람 - 윤석호PD

2005-01-12

한류열풍의 주인공 욘사마를 만든 사람 - 윤석호PD
올 한해 가장 많은 뉴스를 만들어 낸 드라마, ‘겨울연가’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하얀 눈 위에 표현한 이 드라마는 지금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열풍을 몰아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조차 인정한 일본 최고의 인기스타 ‘욘사마’ 열풍 뒤엔 한국의 KBS 드라마 PD, 윤석호가 자리하고 있다.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겨울연가, 여름향기 그리고 새로운 드라마 <봄의 왈츠>까지 구상하며 사계절 드라마 시리즈의 완결을 눈앞에 둔 그는, ‘로맨스 피터팬’이라 불릴 정도로 순수한 사랑만을 고집한다. 자칫 꿈꾸는 사랑으로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건만, 그의 드라마 철학이 아시아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작년 한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그의 올해 소망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Q1. 최근 일본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키네마 준보상의 ‘한일우호공로상’을 수상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신데, 일본에선 ‘욘사마’에 버금가는 ‘準(준) 스타급’ 이라고 들었어요.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나시나요?

지난 30일엔 창간 85주년을 맞은 일본영화잡지 키네마 준보상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솔직히 처음엔 바이런의 말처럼 ‘자고 일어나 보니, 갑자기 유명해져있었다’는 것처럼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방송을 녹화하고 나오는 길에 70대 할머니가 마중나와 내 손을 꼭 잡으며 “ 살아갈 힘을 줘서 정말 고맙다 ” 라고 말하는데, 내 드라마의 힘의 70대가 된 노인의 얼마 남지 않은 삶까지도 희망을 갖게 한다는 사실에 감명 받았다. 지금 NHK에서 4번째로 <겨울연가>를 방영하고 있다. 요즘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만 가도 일본인 아줌마들이 사진 찍자고 달려들곤 한다.


Q2. 일본에서 윤석호 드라마 감독 평전이 출간됐다구요?

일본에서도 드라마 감독 평전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 영광스럽게도 일본의 교토통신에서 ‘윤석호 감독의 작품세계’라는 책을 발간했다. 또, 지난달엔 일본 도키메키에서 내가 직접 쓴 연출노트 <겨울연가 비밀일기>를 출간했다. <겨울연가>100일간의 촬영기록 노트와 함께 메이킹 필름을 DVD로 첫 공개한다. 현재 일본에선 <겨울연가>와 관련돼 출간된 책이 모두 88종이나 될 정도로 큰 관심 속에 있다.


Q3. <겨울연가>가 특히 일본 중년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마도, 약 2조원이라는 엄청난 경제효과를 창출하며 사람들의 맘속에 열병을 심어놓은 것은,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일본 사회에서 꿈꾸는, 순수한 사랑이 있었다는 것과, 남자주인공의 적극적인 사랑표현의 방식이 새롭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또 3非론<비폭력적,비섹스적,비정치적>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비틀즈 이래 이렇게 가슴이 뛴 것은 처음이라는 일본 중년 여성의 말을 들으며, 잊혀져가고 있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되찾아 준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어느 언론에서 말한 것처럼, ‘일본 중년여성들에게 소녀를 다시 찾아줬다‘ 는 표현이 인상깊었다.


Q4. 계절 드라마를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가을동화를 만들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걸 끝내고 차기작 구성에 들어갈 무렵, 촬영시기가 흰 눈이 쌓인 겨울이었고, 그때, 계절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드라마들을 만들어보는 것이 혹시 운명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처음 만들었던 가을동화는 ‘가을이 주는 서정적인 사랑’을 담았고, 겨울연가는 ‘하얀 슬픔이 담긴 첫사랑’ 얘기를, 여름향기는 ‘초록빛 사랑의 이미지’를 담았다.

.....윤석호 감독의 드라마는 뛰어난 ‘영상미’로 유명하죠?

이번 겨울연가가 언어를 뛰어넘어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도, 알고보면, 첫사랑.그리움.순수같은 보편적인 정서를 영상과 미술, 음악이란 공통어로 전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드라마나 연기자나 모두 이미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Q5. ‘윤석호 표’ 드라마의 특색을 설명해주시죠.

현실이 각박하니까, 현실적인 것보다는 꿈을 그리고 싶었다. 순화되는 마음을 주는 것도 드라마의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각박한 세상을 순수한 느낌으로 채워놓고 싶은 바램을 담았다.


Q6. 윤감독이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것인가?

사랑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나는 그 가치를 ‘순수’에 두고 있다. ‘첫사랑’ 은 전혀 예습되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가오는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순수한 것이라 본다. 첫사랑 이후에 또다른 첫사랑을 할 수는 없다. 이미 한번 첫사랑을 하면 사랑의 색깔을 알아버리기 때문에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Q7. 계절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봄의 왈츠>는 준비가 어느 정도 됐는가?

봄이란 소재는 너무 짧다. 내년 봄에 촬영을 시작해서 2006년 봄에 방영할 예정이다. 가을동화 프로포즈 장면을 찍었던 대관령에 와서 작업구상을 하고 있다. 봄에 찍으려면 적어도 1월까진 구상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바쁘게 제작하고 싶지 않다. 특별히 이번 작품은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한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아마도 <봄의 왈츠>는 밝고 유쾌고 설레는 사랑 얘기가 될 것이다. 출생의 비밀, 불치병, 기억상실증 등 이미 많은 아이템을 사용해버렸기 때문에, 한국의 드라마는 대부분 주인공이 죽는다는 공식에 식상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을 써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또 쓰면 ‘자기복제’가 되지 않겠나?


Q8. 한류드라마의 대표 주자로서,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싶나?
자극적인 선악구도로 극악하게 만든 ‘센 드라마’는 외국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야 있겠지만, 한국인들의 가족애, 타인에 대한 배려, 사랑에 대한 추구 같은 걸 전해줄 수 없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한류’ 가 무슨 소용이겠나! 한국 드라마 중에서 여성적이고 깨끗하고, 판타지적인 내 드라마가 대표성을 갖게 됐으니, 그 책임감이 크다. 부담감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성취한 것들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닫는 말

그는 아직까지도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의 아름답고 순수했던 기억이 드라마에 녹아, 한류라는 거대한 기류를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국경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화려한 테크닉과 쏟아부은 자본이 아닌, ‘순수한 사랑’ 얘기가 아닐까~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일이기에 말이다.

프로필

-1957년 6월 4일 생
-연세대 언론정보 대학원 졸.
-‘85년 KBS PD11기로 입사 <내일은 사랑>으로 연출시작.
-드라마, <느낌><컬러><가을동화><겨울연가><여름향기> 등 다수
*現 윤스 칼라 대표 (前 KBS PD)
*수상
-제38회 백상예술대상-TV연출상
-한국방송대상-드라마 작품상
-대통령 표창
-일본 키네마순보 한일 우호 공로상
-2004 유네스코 서울협회 올해의 인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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