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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 시대의 어머니 - 탤런트 고두심

2005-03-17

이 시대의 어머니 - 탤런트 고두심
얼마전, 전 세계인이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로 ‘Mother’를 꼽아 화제를 모았다. 비록 문자는 다르지만 분명 어머니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가장 푸근하고 아름다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모든 이들의 영원한 안식처, 어머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어머니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가 있으니 연기자 고두심이 바로 그! 지난 2004년, 가슴 찡한 ‘어머니’ 역할로 KBS와 MBC 두 방송사에서 동시에 연기 대상을 석권하는 이변을 만들어 낸 그녀가 생각하는 어머니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Q. 이제 '고두심'하면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보니 언제부터인가 고두심은 늘 어머니였다. 언제부터 어머니 역할을 했나?

고. 72년에 데뷔했으니까 올해로 연기 생활한지 33년. 그 중 처녀 역할 한 기억은 별로 없다. 아주 초창기 때 두어번 해봤나? 갓난쟁이 엄마 역할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해왔으니까.. 처녀 때도 처녀 역할 제대로 못해 보고 조금은 억울하네..

Q. 어떻게 연기할 생각을 했나?

어릴 때부터 영화배우가 꿈이었다.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그냥 막연하게 그런 꿈을 갖게 됐다. 그리고 작은 오빠가 어디서 조그만 영사기를 구해와서는 천을 걸어놓고 영화를 보여 주곤 했다. 오빠가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틀어주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오빠 밥해주러 간다는 미명 아래 일단 서울에 올라와서 취직을 했다. 조그마한 무역회사였는데 한 4년쯤 일하다 보니 급사에서부터, 현금 출납, 사장 비서까지 다 내가 도맡아 하게 됐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정도였다. 그런데도 가슴속의 불이 꺼지지 않더라. 배우가 되겠다는 꿈이. 그래서 1972년에 MBC 탤런트 공채 시험을 봤고 합격했다.

Q. 2004년 연기 대상 수상식에서 대상 수상 소감에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께 감사함을 표했는데 고두심씨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

어머니는 아주 평범하고 글도 모르시고 평생 농사만 지으셨다. 그런데 가슴이 참 따뜻하고 예뻤다. 며느리를 맞고도 자신의 밥상은 자신이 차려먹을 정도로 독립심이 강한 여느 제주 여인네들처럼 평생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했던 분이다.

큰 배움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으셨지만 그렇게 예쁘게 아름답게 평생을 살다 가셨다. 내세가 있다면 환생할 수 있다면 어머니의 몸을 빌어서 또 태어나고 싶고 같이 인연을 맺고 싶다. 언젠가 어머니께 말씀 드린 적이 있다. “혹시 내 엄마 노릇하느라 힘들었다면 내세에는 내가 엄마로 태어나고 엄마가 딸로 태어나 내가 엄마를 보살필께” 라고..

Q. 정작 본인은 어떤 어머니인가?

드라마에서처럼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는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는 드라마에서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해주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우스개 소리를 할 때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면서 주인공이 굉장히 아름다운 엄마라고 생각했다. 가족들과 대화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가족들과 별로 대화가 없다. 내가 좀 무뚝뚝하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하고 얘기도 잘 하고 참 밝은 성격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애들 둘 낳고 연기자 생활을 하다보니까 말수가 적어졌다. 그래서 집에서 애들하고도 살콩하게 대화를 많이 안 해봤는데 그 작품하고 나서 가족간에 대화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Q. 지금까지 주로 남편이 없어도 애 다섯, 여섯 데리고 살아가는 씩씩한 어머니 역할을 많이 했는데 고두심씨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어머니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한 가장으로서 울타리를 쌓아서 자식을 낳았으면 거기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살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어머니라는 사람은 자식을 꼭 품어야 한다. 어디 잠잘 귀퉁이가 없으면 배 위에 올려 놓고 자더라도 내 새끼는 내가 품어야 된다. 그게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대해서 당당해야 할 것이다.

Q. 너무 이른 질문인 것 같지만 3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 고향 제주도에 내려가서 농사지으며 살고 있을 거다. 그래서 제주도에 놀러온 사람들이, 옛날에 고두심이라는 배우가 있었는데 여기 어디 살고 있다며? 그래서 찾아오면 텃밭에서 상추라도 뜯어 대접해 보낼 수 있는, 그런 노년을 꿈꾼다. 박경리 선생이나 박완서 선생처럼 그렇게 자연 속에서 의연하게 늙고 싶다.

Q. 고두심씨의 고향이 제주도인 것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 거의 없을 것같다. 고향 사랑이 남다른 것 같은데?

나는 어머니를 사랑한다. 우리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우리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또 어머니가 사랑하는 제주, 어머니같은 제주를 사랑한다.

Q. 얼마전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단식을 단행했던 지율스님에게 썼던 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 어떤 심정으로 쓰셨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생명과 환경은 모두 소중하다. 이번 지율스님의 단식은 환경과 생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었다. 생명은 어머니다. 모든 것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품으면 안 될 것이 없다.

Q.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시민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제주 의녀(義女) ‘김만덕 할머니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았는데 앞으로도 사회활동을 활발히 할 생각인가?

공동대표라기 보다는 후원을 좀 도우려고 한다. 아무리 봉사도 좋지만 움직이려고 하면 그게 다 돈이 들어가는 일인데 개인적으로 각출하면서 지금까지 단체를 끌어오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래서 후원이라도 함께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하고 사회봉사하러 뛰어 나오지 않겠는가.. 이런 취지에서 함께 하겠다고 한 것이다. 나를 위해 사는 것보다는 너를 위해 사는 것이 낫지 않은가?


한 드라마 PD가 고두심을 가리켜 “한번 자맥질에 얼마나 오랫동안 호흡을 끊고 견디느냐가 생계 문제와 직결될 수 밖에 없는 해녀의 인내 때문일까? 제주의 바람을 가슴에 안고 살아온 여자들은 특히 강하고 끈질기며 그리고 넉넉하다”라고 표현했다.

그런 고두심이 그려내는 어머니는 절절하다. 모진 세월을 자식 하나 보고 이겨낸 이 땅의 어머니들.. 생각하면 자꾸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고두심표 어머니가 요즘 들어 더욱 와닿는 것은 왜일까?


프로필

1951년 제주 출생
제주여자고등학교 졸
1972년 MBC 공채 탤런트 5기로 데뷔

수상경력

1982년 제 28회 아태영화제 여우조연상 (질투)
1990년 KBS 연기대상 대상 수상, MBC 연기대상
1993년 백상예술 연기대상 수상
2000년 SBS 연기대상 수상
2004년 KBS 연기대상 수상
2001년 MBC 연기대상 특별상
2004년 제3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여우조연상
2004년 MBC연기대상 대상

출연작

드라마 <설중매 > <사랑의 굴레> <‘춤추는 가얏고> <덕이> <꽃보다 아름다워> <한강수 타령> 등 다수 출연
영화 <질투> <깃발없는 기수> <인어공주> <엄마> 등 다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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