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인물

우리의 토속 민요로 월드 뮤직을 꿈꾼다 - 소리꾼 김용우

2005-03-23

우리의 토속 민요로 월드 뮤직을 꿈꾼다 - 소리꾼 김용우
요즘 젊은이들에게 전통 음악은 고리타분할 뿐 아니라 이제 낯설기까지 하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하고 아무리 부르짖은들 그야말로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걸 어쩌겠는가..

이런 고리타분한 전통 음악에 클래식, 재즈, 록, 테크노, 아카펠라 등을 거침없이 접목하여 젊은층의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이 시대의 새로운 가객으로 떠오른 이가 있으니 김용우가 바로 그다. 토속 민요에 현대의 옷을 입혀 우리의 생활 속에 끌어들인 이 시대의 젊은 소리꾼, 김용우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들어본다.

Q. 국악계의 ‘젊은 오빠’로 통하며 공연마다 팬들이 몰리고, 팬클럽 카페가 개설되는 등 국악계에서는 유례가 없는 인기 스타로 부각되고 있는데 피부로 느끼시지?

초등학생에서부터 일흔이 넘는 어르신들까지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Q. 곱상한 외모 못지 않게 목소리도 미성인데 흔히 연상되는 국악인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그런 소리 많이 듣지?

많은 사람들이 소리하면 흔히 판소리를 연상한다. 그래서 소리하는 사람하면 판소리하는 사람으로 얼른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의 소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어떻게 보면 투박하고 약간 쉰듯한 목소리로 부르는 판소리를 제외한 우리의 모든 전통 노래들은 부드럽게 부르는 편이다.


Q. 4집 앨범은 전체 음반 판매량 3위를 기록하는 등 국악음반으로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는데 김용우씨의 민요를 듣고 있다보면 대중음악 같기도 하고 익숙한 느낌이 든다. 무슨 이유일까?

제 노래는 우리의 토속 민요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신도 모르게 어디선가 많이 접해서이기 때문일테고 대중음악처럼 느껴지는 것은 해금, 피리같은 우리 악기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피아노, 드럼같은 외국 악기와도 잘 접목해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음악이란 옷을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Q. 이렇게 우리 토속 음악과 외국 악기를 접목시키려면 음악 전반에 대해 잘 알아야 할텐데 음악을 전공했나?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보니엠이 부른 ‘Rivers of Bavilon'의 전주 부분의 드럼소리가 너무나 좋아서 찬장의 그릇들은 다 꺼내 놓고 두들기다가 어머니한테 혼난 적도 있다. 한달을 조르고 졸라 정말 어렵사리 구입한 피아노 옆에서는 아예 먹고 자고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중학교 음악 동아리에 들면서 우연히 피리를 불게 됐는데 그 뒤 독학으로 연주법을 터득해 난계 예술제에 나가서 1등을 하기도 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서 국악고를 가게 됐고 故 김용배 명인에게 사물놀이를 사사 받기도 했다. 대학도 서울대 국악과로 진학하게 됐다.


Q. 그런데 왜 연주자가 아닌 소리꾼이 되었는가?

창작 타악그룹인 "푸리" ‘소리사위’ ‘슬기둥’ 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시절 이양교 선생님으로부터 중요무형문화재 12가사를 이수하면서부터 이미 소리꾼으로 전환했다고 생각한다. 이 12가사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소리 인생은 나중의 토속민요로의 전환에도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Q. 토속민요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데는 어떤 이유가 있나?

대학 2학년 때, 농촌활동을 갔는데 동네 한 할아버지의 노래를 듣고 반해서 소리 여행을 결심하게 됐다. 그때부터 1994년까지 8년 동안 전국에 걸쳐 300여 곡의 토속 민요을 채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선율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소리보다 가사가 더 좋다. 그 가사를 가만히 들어보면 우리 선조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있다. 왜 이렇게 힘든 삶을 사셨는지, 그러면서도 왜 살 수 밖에 없었는지, 그래서 더욱 애착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런데 그 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그 소리가 없어질 것을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더라. 그래서 소리채집을 하게 되고 음반까지 내게 됐다.


Q. 토속민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말로 해서는 절대로 모른다. 민요는 바로 옆에서 들어야 한다. TV를 통해서 들으면 두 번 걸러지고 공연장에서 들어도 한번 걸러진다. 그래서 우리 민요는 바로 옆에서 들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야~ 이게 우리 민요야" 하는 소리들을 하신다.


Q. 그런 토속민요를 다른 장르의 음악과 접목시켜 재해석해서 부르는데 편곡작업은 어떻게 하시나?

채록해 온 좋은 민요를 수백번 되풀이해서 듣고 또 듣고 따라 부른다. 그러다 보면 어느날 문득 이 노래에는 어떤 반주가 맞을지 떠오른다. 제가 부르는 노래 중에 장타령이라는 곡이 있다. 장타령이란 각설이들이 부르던 곡으로 전라도 경상도 지역에서 채록해 왔다. 그런데 어느날 어느 재즈바에서 보사노바 리듬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하면서 장타령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그런데 하고 보니 괜찮더라. 보사노바 리듬을 가진 저의 장타령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탄생했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음악들을 오래, 많이 들으면서 결정하는 편이다.


Q. 서양음악과의 접목해 민요를 새롭게 편곡해서 부르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신선하게 느끼기도 하지만 탐탁잖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듯한데.. 걱정은 안 들으시는지?

처음엔 걱정하시는 분들이 조금 계셨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좋아해 주시고 “그래 너같은 스타일로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지”하고 말씀해주신다.

처음 제 음악을 접하는 관객들은 이게 민요가 맞냐고 묻는다. 하지만 민요를 서양악기로 편곡하거나 반주한다고 해서 민요가 아닐 수는 없다. 오히려 민요가 월드뮤직이나 크로스오버로 더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시대는 변했고 그런 음악을 요구하고 즐기려는 사람도 있다. 이런 변화는 음악인들이 해야할 역할이기도 하고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걸 무시할 수는 없다. 전통을 말하려는 사람들과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Q. 앞으로 어떤 음악인이 되고 싶은가?

나는 민요를 부르는 사람이다. 형식은 어느 것이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재즈, 클라식, 아카펠라 혹은 테크노가 됐든.. 그저 우리 민요를 여러 사람이 즐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애초에 민요를 배운 동기는 이 좋은 노래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간 뒤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되었다. 전통소리를 듣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가 중간자가 되어 내 노래를 듣고 전통의 소리에 관심을 갖고 때로는 배우기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음악을 듣고 국악을 좋아하게 됐다는 분이 많다. 처음에 민요인줄 몰랐다가 알고난 이후 원곡이 알고 싶어지는 거다. 이런 식으로 한발 한발 국악에 다가서다 나중에는 국악 매니아가 되는 거다.


Q. 얼마 전에는 세계 각국의 전통음악, 민요를 수집하고 배워서 공연도 했는데 젊은 음악인으로서 우리 전통음악의 세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월드뮤직은 이제 세계적인 화두이다. 말하자면 자국의 언어로 자국의 독창성 위에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얻어내는 음악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월드뮤지인데 세상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제 우리 전통 음악의 세계화는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문화 교류를 통해 우리 전통음악이 세계 무대에서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이제 퓨전 형식의 음악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제가 부르는 노래도 그것이 우리 민요에 바탕을 둔 퓨전 형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인들도 함께 공감하리라 믿는다.

닫는 말
김용우는 토속민요에 애착을 갖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 노래가락에 우리 선조들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힘들어도 노래 부르고 슬퍼도 노래 부르고, 기뻐도 노래 부르고..
그동안의 우리 선조들의 토속민요가 애닯은 삶을 달래주던 한의 소리였다면 이제 김용우의 민요는 우리 민족의 새로운 희망가로, 아니 전 세계인의 희망가로 불려지길 기대해 본다.

프로필
1968년 충북 영동 출생
국립국악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전문사 졸업
현, 서울청소년문화교류센터(Mizy) 기획위원

사사
故 김용배 선생께 사물놀이
이양교 선생께 정가(가곡, 가사, 시조)
故 조공례 선생께 진도 들노래 및 민요
박병천 선생께 진도 무악
故 오복녀 선생께 서도소리
이춘희 선생께 경기 12잡가 및 민요

음반
1집 지게소리 (1996년)
2집 괴나리 (1998년)
3집 모개비 (2000년)
4집 질꼬냉이 (2003년)
싱글앨범 임진강 (2003년)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