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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뇌성마비계의 기적의 손 - 박태성 박사

2005-03-30

뇌성마비계의 기적의 손 - 박태성 박사
뇌성마비! 뇌가 척수신경을 통제하지 못해 팔다리는 물론 전신의 근육이 뒤틀리고 일그러지는 이 병은 부모들 가슴에 못을 박는 그야말로 천형(天刑)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뇌성마비 수술치료법을 개발해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인 의학자가 있다. 워싱턴대 의대 소아신경외과 박태성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 ‘선택적 등배신경절단술’이라는 새로운 수술법으로 1991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30여개국 1300여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열어주어 '기적의 의사'라고까지 불리는 그를 만나본다.

Q. 뇌성마비도 여러 종류가 있다던데 박사님이 전문적으로 진료하시는 분야는 어떤 분야인가요?

내가 근무하는 소아신경외과는 뇌수종, 뇌종양, 뇌손상, 선천성 척수질환 등 어린이의 뇌질환을 외과적으로 다루는 분야로 이 중 내 전문 분야는 ‘강직성 뇌성마비’이다. 강직성 뇌성마비의 특징은 근육들이 빳빳하다는 점인데 걷거나 앉는 등 움직이려 하면 근육이 더욱 빳빳해지기 때문에 굉장히 힘이 든다. 그래서 걸을 때 균형이 안 잡히고 모양새도 이상하고 많이 걷지 못한다. 우리는 보통 책상다리하고 앉지만 강직성 뇌성마비 환자들은 그렇게 앉지 못한다. 엉덩이로 앉지 못하고 평생 누워만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직성 뇌성마비 환자들은 지능은 정상이다.


Q. 그러면 강직성 뇌성마비 환자는 전체 뇌성마비 환자의 몇 %나 되나요?

약 80%! 100명이면 80명은 어느 정도의 강직성은 있다. 뇌성마비 환자는 강직성 뿐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근육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런 경우는 제가 수술하지 못하지만 강직성 뇌성마비 환자의 경우 50%정도는 수술해서 좋아질 수 있다.


Q.강직성 뇌성마비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그 중 애기를 낳을 때 염증이 많이 생겼거나, 균이 감염이 돼서 뇌막염이 됐다거나 선천적으로 뇌에 기형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제 달 수를 못 채우고 나오는 미숙아들이 있는데 이 경우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조금만 산소 공급이 멈춰도 뇌조직 괴사를 초래, 뇌성마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Q. 이런 강직성 뇌성마비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박사님께서 새로 개발한 ‘선택적 등배신경절단술’은 어떤 수술이며 기존 수술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뇌성마비에 의한 신체의 강직,특히 하체의 강직을 해소하는 치료법이다. 예전에는 수술할 때 절개를 많이 해서 척추뼈 6~7마디를 제거한 다음 신경을 꺼내서 직접 보면서 수술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척추에서 뼈를 많이 빼내면 게다가 허리 뼈인데 나중에 20년, 30년 후에는 허리도 아프고 척추에 문제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래서 1991년도에 조금만 찢고도 수술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선택적 등배신경절단술’이다. 그 전과는 달리 허리의 척추 뼈를 한마디 들어내고 아주 작은 구멍을 내서 그 안에 현미경을 넣어서 수술했다.


Q. 기존 방식에 비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일 듯 한데요?

굉장히 정교하고 위험성이 높은 수술이다. 직경 5㎜ 정도의 신경다발 속에는 감각신경,운동신경, 대·소변과 발기에 관련된 신경 등이 얽혀 있어서 아주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그 휴유증이 대단한데 완전마비가 될 수도 있고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발기부전이 될 수도 있다. 너무 정교해서 항상 두렵고 부담스러운 수술이지만 다행히도 지금까지 1300여건의 수술을 모두 성공시켰다.


Q. 그래서 ‘기적의 손’이라는 소리를 듣는 듯한데요, 수술을 받고 나면 어느 정도 치료가 되나요?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른데 아주 경미한 경우는 정상인처럼 걷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상인처럼은 아니지만 혼자서 걸을 수도 있고 목발이나 큰 보조기를 갖고 걷기도 한다. 그래도 자기 혼자서 걸으면서 생활할 수 있다. 그게 대단한 거다.

이런 결과는 수술하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인가 판단을 해서 보호자에게 말해준다. 예를 들면 혼자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혼자서 걸을 수 있다면 6개월만에 걸을 수 있다. 1년 정도 걸릴 것이다. 어떤 경우는 애가 목발을 짚고 걸을 것이다. 이렇게 수술 전에 수술의 목표를 미리 결정한다.


Q. 그것을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나요?

보면 알 수 있다. 제가 17년 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수술했고 계속 지켜보며 치료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환자에게 말해줄 수 있는 의사가 세계에 몇 명 없을 것이다. 이것은 자랑이 아니라 자심감과 자부심이다.


Q. 그렇다면 모든 강직성 뇌성마비 환자가 다 수술 대상인가요?

그렇지는 않다. 직접 환자를 보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비디오 테입, 그리고 척추, 골반 X-레이 사진같은 기본적인 의학정보를 근거로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2∼6세가 수술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이고 내가 수술한 사람 중 38세가 가장 많은 경우였다. 그러나 이 수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늦으면 몸이 기형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수술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40세까지는 수술이 가능하다.


Q. 타임지는 물론 CNN과 미국 TV에서 박사님을 소개했다죠?

2002년도에 세 쌍둥이를 수술한 적이 있는데 세 쌍둥이가 모두 강직성 뇌성마비였다. 이제 세 쌍둥이 모두 혼자서 자유롭게 걸어다니는데 수술하기 전과 그 후를 촬영, 취재해서 내보냈다. 세인트 루이스의 쌍둥이 남매, 24세의 제이크라는 CNN 헤드라인 작가를 수술할 때도 수술전,후를 촬영해서 방영했다.


Q. 걷지도 앉지도 못하던 아이들이 수술 받고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부모들의 반응은 어떻나요?

많은 부모들이 운다.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하는 자녀가 수술 후 멀쩡하게 걷는 모습을 본 부모들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크리스마스 때 카드도 보내오고 편지도 보내오고 그런다.


Q. 원래 우리나라에서 수련의까지 마치고 1등으로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그 뒤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1등으로 전문의 자격증을 땄다고 들었는데 그곳의 반응이 어떻던가요?

연대 의학과를 나오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련의를 마치고 다시 미국가서 수련의를 마쳤다. 합격만 해도 영광인데 어떻게 그렇게 됐다. 미국 교수님이 세브란스 병원 교수님께 편지를 썼다. 이렇게 훌륭한 의사를 보내줘서 고맙다고... 그 편지는 액자를 해서 사무실에 걸어뒀다.


Q. 제이콥 자비츠 상 수상은 물론 94년부터 현재까지 ‘Best Doctors in America’에 연속 선정되고 이번에 KBS 해외동포상 수상까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소아신경과 전문의가 되셨는데 그 자리에 가기까지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 가서는 언어가 가장 문제였다. 더 많이 배워야 할 것들은 많은데 언어가 안 되니까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다른 분야와 달리 신경외과는 의사들이 밤에 당직도 많이 해야하고 신체적으로 일을 많이 감당해야 하는 과이다. 그게 쉽지 않았다.


Q.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가정에 강직성 뇌성마비를 앓는 환자가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신가?

보호자들이 너무나도 힘들다는 거 안다. 하지만 부모들이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질 수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을 버리면 안된다. 사람이 모두 완벽하지는 않다. 잘 걷는 사람도 있고 잘 못 걷는 사람도 있다. 굉장히 잘 뛰는 사람이 있고 못 뛰는 사람도 있는 거다. 두려워 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끈기를 갖고 치료에 도전하라. 누구나 새 세상의 문을 열 수 있다.


닫는 말

극도의 정교함을 요하는 선택적 등배 신경절단술!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다는 박태성 박사! 그가 있기에 뇌성마비로 인해 걷지 못하는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맘껏 뛰며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멀지만은 않아 보인다.

프로필

1947 전남 광산 출생
1971 연세대 의학대학 졸업
신촌 세브란스 신경외과 수련의
1976 미국 버지니아대 신경외과 수련의
1983 버지니아대 조교수 부교수
버지니아대학병원 소아신경외과 과장
1991 선택적 등배 신경절단술 개발
1999 제이콥 자비츠상 수상
2005 제 13회 KBS 해외동포상 자연과학부문 수상
1994~현재까지 ‘Best Doctors in America’에 연속 선정
1986~2006년까지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22년간 연구비 지원
현, 워싱턴 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
세인트 루이스 아동병원 소아신경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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