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22살인데 자주 피곤해하고 어지럽다고 합니다. 어떤 때는 앉았다가 일어나면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어지럽다는 말도 합니다. 걱정이 되어서 병원에 갔더니 저혈압이라고 하는데, 들은 얘기로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더 위험하다는데 그런가요? 또 지금은 저혈압인데 나이가 들면 고혈압으로 변할 수 있나요? 어지럼증을 치료할 수 있는 한방요법이 궁금하며 어떤 음식을 먹이면 좋은지 궁금합니다.”
- 호주 거주, 50대 여성
저혈압
혈압이란 동맥혈관 벽에 대항한 혈액의 압력을 말한다. 동맥혈관이란 심장에서 온몸으로 나가는 혈액이 흐르는 혈관을 말하는데 심장이 수축하여 동맥혈관으로 혈액을 내보낼 때의 혈압이 가장 높은데 이때의 혈압을 수축기 혈압이라고 한다. 그리고 심장이 늘어나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의 압력이 가장 낮은데 이때의 혈압을 이완기 혈압이라고 한다. 이러한 혈압은 혈액총량과 혈관저항 등에 따라 좌우되며, 혈액총량은 심장과 신장에 의해서 조절된다.
심장의 경우는 심장의 수축기 혈압을 주로 결정하는 심박출량을 조절한다. 즉, 혈압이 오르면 심장은 심박동과 박출량을 감소시켜서 혈액총량과 심박출량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혈압이 떨어지면 반대로 심장은 심박동과 박출량을 증가시켜서 혈액총량과 심박출량을 증가시킨다.
신장의 경우는 나트륨과 수분을 조절함으로써 혈액량을 조절하는데, 혈압이 높으면 나트륨과 수분을 내보내어 혈압을 떨어지게 하고, 혈압이 낮으면 나트륨과 수분을 내보내지 않아서 혈압을 올려준다. 혈관저항은 일차적으로 이완기혈압을 결정하며 혈관 저항동맥, 혈액의 점도, 혈관크기와 혈관벽 두께에 따라 달라진다. 그 외에 혈압은 압력수용체와 화학수용체, 여러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저혈압은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정상보다 떨어진 상태로 심장의 짜내는 힘이 떨어지거나 혈관 속을 흐르는 피의 양이 줄거나, 혈관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저혈압은 단순히 혈압이 낮은 상태이다.
원인
사람들은 보통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오해는 소위 ‘쇼크’ 현상, 즉 급격한 혈압 저하와 함께 모든 신체 기능이 심하게 떨어져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과 혼동돼 와전된 것이다. 심한 출혈이라든가 심각한 심장 기능저하 등의 위급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혈압이 떨어진다. 이는 만성적 저혈압과는 다르며 만성적 저혈압이 건강에 해롭다는 증거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이론적 근거는 없다.
심근 경색과 대동맥 판막증, 승모 판막증 등 각종 심질환과 내분비 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속발성 저혈압과 명확한 원인이 없는 본태성 저혈압이 있다. 일반적으로 저혈압이라 하면 본태성 저혈압증을 의미한다. 고혈압의 치료에 사용되는 β-blocker, 이뇨제 등의 남용도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고, 금식이나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탈수, 출혈이나 심각한 설사의 결과로 저혈압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증상
‘저혈압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 저혈압으로 인해 나타나는 질환들을 해소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져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 저혈압인 사람이 호소하는 증상은 현기증, 어지럼증, 권태감, 만성피로, 두통, 수족냉증과 얼굴이 화끈해지면서 열이 나는 상열감과 위의 통증 등 다양하다.
또한 젊어서 혈압이 낮은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혈압이 낮은 편일수록 고혈압이 될 확률은 낮으며 낮은 혈압으로도 온 몸에 피를 공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현기증 현상 - 앉았다 일어서는데 빙글빙글 돌거나, 장시간 걸으면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의식이 몽롱해져 가는 증상 등은 수분이 잠시 없어졌다가 되돌아오는 일과성 뇌허혈상태이다. 이는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고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일어나는 기립성 저혈압 상태로 누웠을 때나 앉았을 때, 서있을 때 혈압치가 점점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피로가 쌓이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며 규칙적인 식생활과 가벼운 운동으로 개선할 수 있다. 평상시보다 단백질이나 지방을 많이 섭취해서 체내의 에너지양을 늘리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몸에 무리가 간다는 증거이므로 식단을 다시 한번 체크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담음이나 혈허해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고 본다. 담음은 비만의 대표적인 원인이므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피곤함 - 저혈압과 관련된 나른함, 권태감, 만성피로 등 대부분의 증상은 생활습관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증상이 개선된다. 폭식, 폭음, 편식을 하지 말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적당한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제 대에 풀어주는 것이 좋다. 즉, 절제있고 규칙적인 생활이 증상을 가볍게 하는 지름길이다.
또한 잠들기 전에 40℃ 정도의 따뜻한 물에서 하반신욕을 해주면 저혈압으로 인해 생기는 많은 증상들이 호전된다.
상열감 - 얼굴이 상기되는 증상을 한방에서는 음허양항하거나 간기울체, 비기운화 기능이 약해서 생기는 것으로 본다. 저혈압인 사람은 일반적으로 혈관 수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얼굴이 상기되는 것이다. 특히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이 상기가 더 잘된다. 그러므로 얼굴이 자주 상기되는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냉증을 개선해야 한다.
욕조에 들어갈 때는 몸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미지근한 물에 천천히 들어가 서서히 신진대사를 상승시킨다. 또 몸을 오래 물에 담그고 있으면 냉증도 해소되고 신진대사도 잘 이루어진다. 이렇게 하면 혈관 신축을 의지적으로 하기는 어렵지만 혈액을 눌러주는 힘을 높일 수는 있다.
평상시 가벼운 운동으로 혈관과 주위 근육이 단련되면 혈약을 눌러 피를 흐르게 하는 힘도 강해진다. 스트레칭,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등을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매일 실시하는 것도 좋으며, 국소적인 피부 마찰법 등도 효과가 크다.
도움되는 음식
저혈압은 피가 깨끗하지 못해도 그 흐름이 힘차지 못하므로 피를 맑게 해주는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검은 콩가루 -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리는데 그 중에서도 검은콩은 그 영양이 뛰어나서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검은콩은 대두보다 비타민 B군이 훨씬 풍부하고 피를 깨끗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영양가가 골고루 들어 있는 참깨와 좁쌀을 가루 내어 섞으면 완벽한 영양식품이 된다. 이 3가지 재료를 같은 분량으로 해서 볶은 다음, 가루를 만들어두고 미숫가루처럼 매일 물에 타서 마시면 좋다.
다시마 탕 - 다시마를 두부, 무와 함께 끓이면 맛도 좋고 피도 깨끗해진다. 저혈압은 피가 깨끗하지 못해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피를 깨끗하게 하는 해조류를 꾸준히 먹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마, 미역과 같은 해조류는 이런 점에서 저혈압에도 아주 좋은 식품이다.
마늘 꿀 환 - 마늘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허약 체질을 개선해주며 무엇보다 스태미나를 강화시켜 주는 식품이다. 특히 쉽게 피로를 느끼는 허약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저혈압에 아주 효과적인 식품이다.
물에 끓이거나 프라이팬에 구워 익힌 마늘 2쪽을 매일 먹어도 되고, 마늘 꿀 환을 만들어 꾸준히 먹어도 좋다. 마늘 꿀 환은 일단 마늘 껍질을 벗겨 물기를 닦아낸 후 분말기에 곱게 간다. 그 후, 검은깨를 깨끗이 씻어 볶은 다음 곱게 간 마늘과 꿀을 섞어 반죽을 해놓고 골고루 섞은 후에 동그랗게 환을 빚는다. 반죽을 한 후 바로 빚으면 잘 빚기 힘들므로 시원한 곳에 하루 이틀 두었다가 환을 빚으면 잘 된다.
인삼차 -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인삼은 저혈압에도 효과가 있는데 원기를 보하고 허한 증세를 치료하며 피로회복과 체력증진을 도와준다. 또한 피를 만들어 맥을 실하게 하므로 빈혈, 심장쇠약, 저혈압에 아주 효과적인 식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