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주에 사는 사십대 주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처녀 때는 손발에 열이 많은 체질이었는데요. 작년 겨울부터 이상하게 손발이 시렵더라구요. 젊어서는 한 겨울에도 발을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잘 정도로 더위를 많이 탔는데 요즘엔 수면양발을 신고 잘 정도가 됐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저처럼 열 많은 체질이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로 바뀔 수가 있는 건지 알고 싶고요. 또 손발이 차가운 것도 고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제 남편은 손발이 차면 시원하고 좋지 뭐 그리 수선을 떠느냐고 하지만, 일단은 냉기가 싫고요. 손발이 차면 부인병도 생기기 쉽다는 말을 들어서 꼭 고치고 싶어서 상담 드립니다.

체질과 열

젊어서는 열이 많은 체질이라고 하셨는데 오히려 원래의 체질이 늦게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손발이 뜨거웠던 것은 몸에 열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열이 어디에 있었느냐의 문제이다. 보통 아랫배에 열이 있으면 손발이 따뜻하면서 머리가 차갑다. 그러나 혈기가 왕성할 때에 열이 위로 올라와 심장에 열을 자극해서 손발끝으로 뻗쳐나가는 경우도 있다.

배는 차가웠겠으나 열이 터져 올라오는 게 심해서 배가 냉한 것은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제야 배가 냉한 것을 느끼고 손발이 차가운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열이 몰려 있을 경우에는 아랫배를 덥혀 손발을 따뜻하게 하는 약은 쓰지 못한다. 아랫배는 덥혀지지 않고 위로 올라간 열만 덥혀지기 때문이다.

수족냉증

상열된 열이 자극을 받으면 심한 경우 자율신경 실조증이 오기도 한다. 이렇게 열이 터져 올라올 때는 갑상선이 못 견뎌내어 갑상선 질환이 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열을 식혀주는 약을 쓴다. 머리 위로 올라간 열을 식혀주고 그 열이 내려오면 그 때 덥혀주는 약을 쓴다. 열을 식히는 데에는 일찍 자는 것이 중요하다. 뇌신경이 안정화되어 열이 아래쪽으로 내려와 아랫배가 따뜻해지며 손발도 따뜻해진다.

손발이 너무 뜨거워도 병이 생길 수 있다. 손발이 뜨겁다가 차갑다가 하는 것인데 뜨거워져 바짝 말랐다가 땀이 확 나면서 식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심장 열증으로 육체적 심장열증 외에 스트레스성도 있다. 또한 손발이 평생 뜨겁기만 했다면 혈액이 뜨겁거나 걸쭉한 사람으로 열독이 많은 탁한 혈액을 해소하기 위해 간이 피곤하여 지방간 등이 올 수 있다.

살이 찌지 않았어도 혈액이 탁하다면 열독이 올 수 있다. 혈액이 탁하면 당뇨도 유발할 수 있고 염증반응이 지속되면 베체트나 류머티즘 질환이 오게 된다. 한방에서는 열병, 홧병이 수족냉증을 부른다고 알려져 있다. 고혈압은 위로만 혈압이 치밀어 손발이 차가워지기도 한다. 장염이 잘 오고 허리가 자주 아프고 자궁이 냉해 생리 불순이 있다고 해도 수족냉증이 있다. 다 같이 오는 동반증상이다.

수족냉증이 있으면 부인병이 잘 생길 수 있다는 얘기는 근거가 있는 말이다. 배가 냉해서 수족냉증이 오는 것이므로 자궁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부인병이 오게 되겠다. 내막의 청소가 되지 않아 내막증이나 다발상 자궁근종이나 낭종이 올 수 있겠다.

종류

수족냉증은 허증성 냉증과 실증성 냉증이 있다. 아랫배가 차가워서 손발이 같이 차가운 경우는 아랫배를 천천히 덥혀주는 약을 써준다. 이런 경우 허벅지 위, 엉덩이, 팔을 타고 어깨 위까지 시리므로 단계적으로 치료한다. 한방에선 주로 단전이나 배꼽 위쪽에 뜸을 뜬다. 아래 위로 소통시켜서 치료를 하는 것이다.

실증성 수족냉증은 열이 떠서 오는 것으로 위쪽의 불을 꺼서 아래쪽으로 내리고 그 열이 내려오면 아래쪽을 덥히는 약을 쓴다. 둘다 민감성 방광을 동반한다. 염증이 없는데 방광이 민감한 경우 생리주기가 되거나 배란주기가 되거나 하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약차

열이 위로 터져 올라오는 경우 열을 식혀주는 국화차를 마시면 좋다. 뇌신경을 안정화 시키고 심장의 열을 식혀서 아래쪽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허증성 냉증은 대추차나 생강차가 좋다. 대추는 철분이 많아서 너무 진하게 마시지는 말도록 한다. 대추를 달일 때 주의할 것은 비틀어 달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강을 넣어 달이면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고 말초혈관을 따뜻하게 하므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