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민화에는 동물들이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자연을 소재로 많은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그림들이 많다. 옛 그림에서 많이 보지만 민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정성이 필요하고 또 유난히 완성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는 민화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정수진 리포터가 현장을 다녀왔다.
정성과 끈기가 필요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민화교실에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주부들이 주로 모여 민화를 배우고 있었다. 민화작가 임태원씨의 지도로 마름질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이고 궁금한 점들도 많아 자주 질문을 한다. 마름질이란 민화를 그릴 때 밑 색을 바른 후 붓으로 펴는 작업이다. 민화에 보이는 색깔들이 다채롭다. 민화는 한지에 그리는데 한지 크기가 무척 크다. 가로 1.55 미터에 세로가 60센티 정도 되는 크기라 책상 하나에 다 올려지지 않는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1년 정도 걸리는 작품들도 많다. 색도 한 번만 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덪칠을 하기 때문에 정성이 많이 필요하다.
분채로 만드는 독특한 색
민화에서 보는 색은 은근하고 부드럽다. 또 기존의 색이 아닌 독특한 색이다. 분채라고 가루로 된 것에 물을 타 새로운 색을 만든다. 편안한 색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안정감도 생긴다. 민화의 소재는 다양하다. 호랑이, 거북이 , 학 등 동물과 연 꽃 등 상징성이 있는 식물들을 주로 그린다. 소재에 따라 의미도 다양하다.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 가정의 디복, 건강을 기원하는 그림 등이 있다. 본인이 원하는 그림을 정성껏 그리는 과정에서 본인이 소원하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 완성한 후 집안에 걸어놓거나 선물하고자 민화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편안한 마음과 성취감
민화를 그리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수강생들은 한결같이 민화를 그리는 동안 모든 잡념이 없어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또 부드러운 색들을 만들어 칠하면서 마음도 즐거워진다고 한다. 오랜 기간 정성을 들인 작품이 완성되면 그 성취감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다. 수험생을 둔 주부는 아이가 공부하고 있는 옆에서 민화를 그리며 마음속으로 공부가 잘 되길 빈다고 한다. 손으로 하는 작업이지만 정성과 끈기가 없으면 완성할 수 없는 좋은 마음공부가 되는 것이 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