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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연해주 고려인 지원 사업 펼치는 동북아평화연대 김승력씨

#글로벌 코리안 l 2005-03-13

글로벌 코리안

연해주 고려인 지원 사업 펼치는 동북아평화연대 김승력씨
연해주 고려인 동포를 위해 우수리스크에서 다양한 지원 사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북아평화연대 연해주 사무국장 김승력씨를 만나봅니다.

우수리스크는 연해주 동포 사회의 중심입니다. 연해주 전체 인구 4만여명 가운데 절반인 2만명 정도가 우수리스크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제 시대에는 이상설, 최재영 선생이 이 곳에서활동하시고 이 곳에서 돌아가시기도 했습니다. 전체 17만명 가운데 2만여명이 이 곳에서 생활하시니까 10%가 넘습니다.

저는 1997년에 처음으로 그 곳에 갔습니다. 우수리스크의 국립 사범대학에 한국어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연해주의 각 학교에서 다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됐습니다. 더불어 그것과 함께 동북아평화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고려인동포 정착지원, 교류지원 활동들을 함께 했습니다.

고려인 동포들은 현재 3-4세를 지나 5세 후손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물론 연로한 동포들은 함경북도 지방 중심의 사투리를 사용해 한국어를 구사합니다. 1937년에 강제 이주 당시 연해주에 있던 민족학교들은 거의 모두 사라지게 되고 따라서 교육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언어 역시 사라졌습니다. 37년 강제 이주 전에는 연해주 200여 곳에 민족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민학교, 백산학교, 한인사범학교 등에서 우리 언어와 민족혼을 가르치기 위해서 학교를 세우고 이 학교를 통해서 독립운동도 전개해나갔습니다.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다시 이주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저희가 설문 조사를 했는데 재이주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것입니다. 즉 중앙아시아 경제보다는 그래도 소련 사회를 이루고 있던 가장 중요한 경제였던 러시아 경제가 그나마 조금 나았고 월급이나 경제 수준도 높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을 하면서 자국어 회복 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즉 옛날에는 러시아어를 국제어로 썼다면 지금은 독립하면서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이나 자기 민족어를 공용어로 채택을 하면서 러시아어밖에 할 수 없었던 고려인들이 아무래도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언어적인 문제 외에도 귀향의식, 즉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 그리워했던 곳, 떠나왔던 곳, 그리고 조국이 가까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고 해서 떠나신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재이주하는 고려인들이 많습니다. 재이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이 한 가족으로 재이주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아버지가 이주를 하고 이 곳에서 정착을 하게 되면 다른 가족 구성원을 불러들이는 식으로 지금도 상당수의 고려인들이 재이주하고 있습니다.

연해주 6개 지역에는 동포 정착지구가 있었습니다.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부터 돌아오는 고려인들에게 살 곳을 내 준 지역입니다. 대부분 군인들이 철수한 빈 군대 시설이 정착지로 이용이 됐는데 그 곳을 우연한 기회에 돌아보게 됐습니다. 돌아보면서 고려인들이 거의 인간 이하의 수준의 삶들을 살고 있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없고 추운 겨울에도 유리창이 다 깨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사시는 모습을 보면서 또 그 분들의 역사를 알아가면서 ‘아 당장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6개 정착지구의 고려인 정착 지원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북아평화연대는 초기에는 주로 고려인들의 정착지원 사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약간 사업의 중심을 언어와 문화 회복 운동, 동포 교류 사업 쪽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민족 학교가 러시아연방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서 70여년만에 연해주에서 다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민족학교 지원 사업과 더불어 고려신문이라는 연해주 동포사회의 언로를 확보하기 위한 신문 지원 사업, 청년회 조직, 문화센터 건립, 그리고 국적 회복 지원 등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40주년 기념행사를 하면서 연해주 140년 고려인 동포의 역사를 한번 정리를 하는 차원에서 동포의 역사를 정리를 하고 그것을 후손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 기념관을 크게 짓고 있습니다.

고려신문은 전체 12면으로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포들이 한국어를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한글을 되살려야 된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전체 기사를 한글로 할애할 수 없어서 중요한 기사와 이슈가 되는 기사를 중심으로 한글화하고 있고 한 페이지 정도는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 할애하고 있습니다.

매 순간 보람도 있었고 마음도 아팠습니다. 지난해에는 연해주 이민 140주년이었고 러시아연방 차원에서 큰 행사들이 많았는데 우수리스크의 고려인 동포사회가 큰 선물 두가지를 노력에 의해서 받아냈습니다. 고려인 동포 사회의 숙원이었던 민족학교를 국립으로 세울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140주년 기념관을 크게 짓고 있는데 이것이 동포 사회에 긍지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무척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올해에는 140주년 기념관을 잘 완공하는 게 가장 큰 계획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조선족 동포, 연해주의 고려인 동포, 일본의 재일동포들이 상호 교류 협력을 통해서 코리안 네트워크를 이뤄내고 이 분들이 동북아 지역에 시민으로 살면서 동북아 지역이 평화지역의 밑거름이 되는 활동을 찾아나고 어떤 역할들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것이 올해 계획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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